<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198

새로운 시작

등록 2005.12.29 18:27수정 2005.12.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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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화를 내는 장판수를 보며 두청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네놈이 사람들을 잔뜩 데리고 와서 노래를 부르고 기선을 제압했지만 이제 화를 돋우었으니 내 상대는 되지 못한다.’

“그리고 너!”

장판수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리며 차예량을 가리켰다.

“내 형이 무엇 때문에 목숨을 버렸는지 모르는 것이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이런 역적 놈들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이네! 니래 하늘이 부끄럽지도 않아?”

차예량은 그 말에 대꾸도 못하고 푹 고개를 숙였다. 장판수의 꾸짖음은 계속 되었다.

“계화도 무슨 속셈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곁으로는 심양으로 가 사람들을 돕고 있어! 기런데 넌 배때지에 기름이 껴 갔고서니….”

차예량이 고개를 들더니 무슨 소리내며 장판수를 쳐다보았다.

“계화가 심양에 가 있다니 무슨 소립니까?”

두청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서 가로막으려 했지만 차예량은 틈을 주지 않았다.

“계화는 한양으로 돌려보냈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장판수는 그제야 차예량이 왜 두청과 한패가 되었는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니래 몰랐구만. 계화는 이 놈들과 한패야.”

차예량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청을 쳐다보았다. 두청은 머뭇거릴 뿐 장판수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너를 가기고 농락한 게야. 혹시 이놈들이 한패가 되지 않으면 계화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네? 하여간 더러운 농간이 심하구먼.”

차예량은 심한 모욕감으로 얼굴이 달아올랐고 앞에 앉은 두청에게 달려들었다.

“이놈! 날 속였구나!”

차예량이 손을 뻗는 순간 주위사람들이 그를 잡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 하지만 이미 자네는 사금파리조각으로 맹세를 했어. 그 맹세를 어기면 어찌 된다고 약조했나?”

“거짓으로 인해 맺은 약조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차예량과 두청의 실랑이를 보다 못한 장판수가 힘껏 탁자를 내리쳤다.

“그만들 하라우! 아직 얘기는 끝나지 않았어!”

두청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누가 얘기가 끝났다고 했나? 어서 할 말이 있으면 계속 해보게나.”

“기래… 두 가지 이유를 얘기하겠다고 했지. 나머지 하나는 그 두루마리를 제시해 기껏 데려온 포로들을 청으로 되돌려 보내겠다고 하는 조정대신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려고 기런기야!”

“어리석군.”

두청의 입가에서 웃음이 싹 가셨다.

“그 두루마리에 적혀있지 않은 대신들은 어찌할텐가? 그리고 네가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아직 해보지도 않고 기런 소리를 할 수 있네? 너희들도 그 두루마리로 조정대신들과 애기가 되는 것 아니네?”

“너처럼 그런 식으로 써서 위험함을 재촉하지는 않지.”

장판수와 두청사이에 차가운 침묵이 감돌았다.

“좋아. 이렇게 하자우. 두루마리를 필사해 달라우.”

장판수의 제의에 두청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이해를 못하는 모양인데 그 두루마리가 내 손을 벗어난 것을 조정대신들이 알게 되는 날에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 되어 버리는 거라네. 그런데 필사해 달라고?”

“절대로 너희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우.”

두청은 크게 웃었다.

“장초관 자네는 날 믿지 않지! 그렇기에 나 역시 자네를 믿지 않는데 어찌 그 말을 곧이듣겠나?”

“내래 여기 남아 있겠다우. 만약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날 죽이라우!”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평구로와 최효일, 짱대는 장판수의 입에서 조금도 논의된 일이 아닌 말이 나오자 크게 당황해 하며 이를 만류했다. 하지만 이런 장판수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두청은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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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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