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로 얼룩진 연예계, '수난의 한 해'

[포커스] 2005 연예계의 그늘

등록 2005.12.30 09:49수정 2005.12.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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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수많은 이슈들이 뜨고 지는 것이 연예계의 생리라고 하지만, 유난히 올해는 방송ㆍ연예가에서 수난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연예인 X파일 파동에 이어, 인기 여배우 이은주의 자살, 잦은 방송사고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당혹스럽고 우울하게 만드는 많은 사건들, 새해에는 부디 지난 아픔들을 던지고 밝고 희망찬 소식으로 가득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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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연예인 X파일 문건의 표지

○ X파일 논란

올 초는 연예관련 뉴스가 사회면까지 영역을 넓혔다. 다름아닌 연예계 스타 125명의 신상명세서가 담긴 개인 정보가 담긴 보고서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벌어진 속칭 'X파일' 논란이다.

이른바 네티즌을 중심으로 연예가에 대한 소위 '카더라'통신은 늘상 있어왔지만,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연예인들의 상품성과 시시콜콜한 개인정보에 이르기까지 데이터베이스화했다는 사실은 기존의 악성 루머와는 차원이 다른 '쓰나미급' 파장을 몰고 왔다. 사건은 수습되었지만, 직접 이름이 거명된 유명 연예인들은 인권침해 논란과 함께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다. 인터넷의 폐해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에 대한 추악한 관음증적 문화를 되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 스타시스템의 권력화 논란

최근 방송ㆍ문화계 전반에서 소수의 스타들과 연예기획사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스타시스템의 권력화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한 해였다. 수익구조의 편중속에서 영화나 드라마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다수의 스태프들은 저임금에 과도하게 혹사당하고 있는 데 반해, 실질적인 혜택은 소수의 스타들이 독점하는 시장구조의 왜곡에 대하여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화계 스타시스템과 시장구조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도중에, 일부 영화배우들을 실명 거론하는 바람에 도마에 올랐던 강우석 감독의 설화, 상반기 스타들을 앞세운 한국 대형 상업영화의 잇단 흥행 실패, 스타들에 치우쳐서 형평성을 잃어버린 연말 방송가 시상식의 권위 하락 논란 등은 스타에 편중된 최근의 실태를 잘 보여준다.

○ 방송 사고의 전성시대

올해 지상파 방송3사는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굵직한 사고를 한건씩 터뜨렸다. 7월 MBC 음악캠프에서 벌어진 인디밴드 카우치의 성기노출 관련사고는 시작에 불과했다. 곧이어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시어머니 뺨때리기', SBS 드라마 <루루공주>의 여성 캐디 비하 논란과 간접광고 천국, 주연 여배우의 드라마 제작관행 비판 파문 등이 줄을 이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확실한 검증시스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상업성에 치우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만 급급한 방송가의 제작관행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태였다. 해당 방송이 전파를 타고 난 후 각 방송사 게시판과 인터넷에서는 시청자의 비난이 솟구쳤고, 각 방송사는 자체 징계를 내리는 것과 함께 시청자앞에 힘없이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다.

○ 우리 곁을 떠난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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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은주씨 ⓒ 팝콘필름

한편으로는 올 한해 유난히 팬들에게 깊은 슬픔을 남긴 채 우리곁을 떠난 은막의 스타들이 많았다. 수년간의 험난한 암투병 끝에 연초 유명을 달리한 가수 길은정의 비보에서 시작하여 원로 배우 황해와 장동휘씨의 타계, 근엄한 목소리의 중견 연기자 김무생, 전운, 김진해씨, 최근에는 <전원일기>의 인자한 큰할머니 정애란씨 등이 인생의 황혼에서 병마와 싸우다 아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갑작스런 죽음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준 경우도 많았다. 올해 2월 한창 상종가를 달리던 유명 여배우 이은주의 갑작스런 자살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진 배우의 고통을 알려주면서 수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또한 '도시아이들'의 리드 보컬로 유명했던 가수 김창남씨, 그룹 '은방울 자매' 출신의 박세말씨도 유명을 달리하며 다시 무대에서 그들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 연예인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관심

연예인은 과연 공인인가? 올해도 수많은 연예인 관련 사건사고가 일어나서 대중에게 연예인들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환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인기그룹 '클릭비'출신의 가수 김상혁, 신화 출신의 전진, 배우 송강호 허준호 이유진 같은 유명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관련 사고가 올해도 잇달아 터지며, 반복되는 사고에도 자성이 없는 연예인들의 낮은 윤리의식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불법 카지노 도박으로 지탄을 받았던 인기 방송인 신정환은, 논란에 휩싸여 방송활동을 중단했지만 거짓말을 한 죄가 크다는 '비판론'과 그를 사회적으로 매장해서는 안된다는 '동정론'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지난 몇년간 극심한 병풍에 시달렸던 연예계는, 올해는 원빈 윤계상 박광현 홍경인 이정진 연정훈 지성문희준 소지섭 같은 유명 스타들이 당당하게 입대하여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이 부각되며 팬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대입수능 시즌이 다가오면서 올 시즌 각 대학마다 홍보 효과를 노리고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영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연예인 특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안티없는 스타로 불리던 배우 문근영은, 당시 광주교육청의 배려로 수능 시험을 단독으로 치른 것과, 특별 전형으로 연예인 관련 학과가 아닌 인문학과로 대학에 진학한 것을 두고 설화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것은 단순히 특정한 스타에 대한 사안을 넘어서 '연예인의 특권계급화'에 대한 일반 대중의 비판적 시선을 드러낸 사례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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