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의 섬 우도와 일몰

[여행] 제주속의 또 하나의 섬마을 우도여행

등록 2005.12.30 13:38수정 2005.12.3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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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전도연의 집과 골목의 돌담길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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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전도연의 집 전경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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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봉 아래쪽에 자리한 톳간이와 몽돌밭 ⓒ 김정수

2004년 7월 영화 <인어공주>를 보고는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다음날 바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월요일에 영화를 보고, 화요일에 바로 제주도로 넘어갔던 것이다. 감동적인 영화 속 장면들을 하루빨리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탓도 있지만, 선뜻 나서기 힘든 제주여행이라 서두르지 않으면 여름 성수기가 다가와서 예약에 어려움이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날씨가 계속 안 좋아서 목요일에야 우도행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우도파출소에 찾아가서 인어공주 촬영지를 확인하기로 했는데, 친절하게도 순경분이 일일이 안내를 해주신 덕에 편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우도항에서 직진하다 삼거리에서 서천진동 방면으로 가다보면 영화 속 연순의 집이 나온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회색의 쓰레트집 두 채가 자리하고 있다. 한동안 폐가로 방치된 집을 새롭게 꾸며서 촬영한 것이다. 방안 내부에 꾸며진 세트는 대부분 철거되어 영화 속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마당에 있던 소품인 평상 등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 오면 1970년대의 시골 풍경을 보는 듯해서 꼭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다.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돌담길이 너무나 정겹다. 영화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려면 자전거를 빌려서 돌담길 일대를 돌아다니는 게 제격이다. 금방이라도 연순이 "오라이"하며 튀어나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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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봉의 초원에 마차에 세워져있고, 그 뒤로 우도등대가 보인다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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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우도봉의 전경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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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봉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 김정수

우도봉 가는 길에 영화 속의 땅콩밭과 톳간이라는 곳이 있었다. 순경분의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가는지라 파출소에 내려드린 후 톳간이로 향했다. 이곳은 해녀인 연순(전도연분)과 우체부인 진국(박해일분)이 받아쓰기를 하던 바닷가 해안절벽과 몽돌밭이 있는 곳이다.

해안절벽 앞으로는 길이가 50m가 채 안되는 짧은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다. 몽돌은 주먹만한 것에서부터 사람 머리만한 것까지 크기도 다양한데, 일반적인 몽돌해수욕장에 비해 그 크기가 훨씬 크다. '빠그락, 빠그락'하는 몽돌과 부딪치는 파도소리가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 우도봉과 연결되어 펼쳐진 해안절벽의 풍광이 빼어나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좋다. 해안절벽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검은색을 띠고 있는데, 일부분은 주상절리의 형태를 하고 있다.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질 무렵 우도봉으로 향했다. 우도봉은 132m의 야산으로 우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정상에는 우도등대가 세워져 있어 주변풍경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는 우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멀리 제주도 한라산의 모습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특히 장관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일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이다. 이곳은 전도연을 비롯한 인어공주 촬영팀이 2004년 새해 일출을 본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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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촬영팀이 4개월동안 숙박했다는 우도드림빌리지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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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촌민박의 '영화 인어공주 촬영장소 벽화' ⓒ 김정수

우도봉 주변은 드넓은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벌써 3번째 찾아오는 우도인데, 이 초원을 보고 있으면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하는 노래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멋진 공간이다. 우도봉 끝을 따라 이어진 독특한 해안절벽은 이국적으로 보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우도봉에는 '영화 화엄경 촬영지'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영화의 감동을 더하고 있다.

촬영을 끝내고 돌아설 무렵 하늘과 바다가 점점 붉은 빛으로 변해갔다. 해가 보름달처럼 하얗게 변하면서 그 주변은 파란색 대신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 앞을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오르며 해에게 인사를 한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인어공주 촬영팀이 숙박을 했다는 드림빌리지(펜션)에서 1박을 했다. 이튿날은 날씨가 흐려서 일출을 볼 수는 없었다. 아침을 먹고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던 바닷가로 갔다. 그런데, 정말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휘이, 휘이…' 숨비소리(해녀들이 작업할 때 부는 휘파람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해녀들의 물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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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우체국의 외경으로 나왔던 우도보건소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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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그리고 섬'의 모듬회 ⓒ 김정수

며칠 전 스크린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바다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분들이 영화 속에 엑스트라로 나왔던 바로 그 해녀들이라고 했다.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 동화 속 인어공주를 연상시킨다.

한동안 넋 나간 사람처럼 그 풍경들을 바라봤는데, 너무나 좋았다. 바다가 어찌나 파랗고, 맑던지 그대로 빠져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던 해변가에 자리한 건물 이 눈길을 끈다. 건물 벽면에 '영화 인어공주 촬영장소'라고 새겨져 있고, 영화 속의 한 장면인 해녀들의 물질하는 장면이 포스터처럼 그려져 있어 영화의 감동을 되새기기에 좋은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1분 거리에는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던, 돌을 에워싸서 만든 탈의실도 그대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어렵게 우체국으로 나왔던 건물을 찾았다. 신문기사에는 노인회관이니 노인정 건물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우도보건소가 영화에서 우체국으로 나왔던 건물이란다. 지금은 2층 건물로 신축되어 보건소 업무를 보고 있지만, 촬영 당시에는 공사 중인 건물로 하리우체국의 외경으로 나왔던 곳이다. 우도는 그밖에도 하고수동해수욕장, 산호사해수욕장, 검멀레동굴, 우도박물관(064-784-7856) 등의 볼거리를 간직한 아름다운 섬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덧붙이는 글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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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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