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근혜·손학규와 다르다
집값 20~30% 더 낮출 수 있다"

[인터뷰] 이명박 서울시장 ① "차기 서울시장은 CEO형이 바람직"

등록 2005.12.30 10:03수정 2005.12.3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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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판에서 살아왔다든지 부자집 아들로 살아오지도 않았다." 이명박 서울시장 인터뷰가 29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64) 서울시장은 "박근혜 대표나 손학규 지사와 나는 살아온 삶의 모습과 경륜이 뚜렷하게 다르다"며 "정치판에서 살아왔다든지 부자집 아들로 살아오지도 않았다"고 밝혀 대권주자로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시장은 2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경륜과 경험이 달라 당원들이 (후보를) 평가하는데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판에서 살아오지 않았다"는 이 시장의 말은 오랫동안 정치판에 머물러온 박 대표나 손 지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내년 6월 자신의 임기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권후보 경쟁에서 추진력 있는 CEO출신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얘기다.

실제 이 시장은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사람은 CEO형 지도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 시장은 차기 서울시장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서도 "서울시민들이 선택할 문제지만 CEO형 시장이 확실히 좋다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CEO형 지도자 원할 것"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시장의 자신감은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다. 이 시장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가정하는 것은 너무 앞지른 생각"이라며 즉답은 피해갔지만 예상 지지율 1위의 '고공행진' 현상에 대한 기대감은 숨기지 않았다.

이 시장은 "정치 평가기준도 (이제는) 달라졌다고 본다"며 "한때는 민주투쟁하던 사람들을 무조건 지지하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여론조사 순위로) 크게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실망하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할 일을 잘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고 그 결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조선일보> 등에서 제기한 대권주자로서의 '약점'에 대해서는 "이미 과거에 선거를 치르면서 다 나온 문제"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특히 재산문제에 대해 "나는 '청부론자(淸富論者)'의 표본"이라며 "내 재산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평소 지론을 강조했다.

차기 서울시장도 한나라당 출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경제적 논리 때문'. 이 시장은 "(전임자와 후임자의) 당이 달라져 정치논리에 의해 평가하고 판단 내리면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며 "정당이 같아야 서울 발전에 연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준표, 이재오, 맹형규, 박진, 박계동 의원과 같이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차기시장 후보군 중 지지할 사람을 미리 점찍어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구라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 말하면 문제가 생기니까 안하는 게 좋겠다"고 실명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여권이 '강금실 카드'를 내밀었을 경우 선거양상에 대해서는 "지금 평가할 수 없다"면서 "차기 시장감이 누구냐를 묻는 것과 누구를 좋아하느냐를 묻는 것은 다르다"고 밝혀 '강금실 카드'의 의미를 축소했다.

다음은 이명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차기 서울시장 적임자 지금 말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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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12월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이 대선후보 중 1위로 나왔다. 일부에서는 청계천복원 효과 아니냐고 하는데.
"인기가 올랐다 내렸다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꾸준한 것 같다. 청계천뿐 아니라 대중교통이라든가 여러 일의 성과가 나오면서 종합적 평가가 있는 것 아니냐. 정치 평가기준도 달라졌다. 한때는 민주투쟁 하던 사람들을 무조건 지지하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여론조사 순위로) 크게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실망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내 할 일을 잘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로 평가하는 거라고 본다."

- 이 시장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내 이야기를 내가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웃음). 인생을 살아올 때 정치적 제스처를 쓰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기업에 있을 때도 내 개인 이익보다는 국가발전을 생각했다. 미사여구를 써가며 정치적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이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신뢰를 보여줬다."

- 당내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대표나 손학규 도지사를 평가한다면?
"다 좋은 사람들이다. 한나라당은 인재가 많다고 생각한다. 박 대표나 손 지사는 남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본다."

- 칭찬만 하는데, 그래도 세 사람이 경선에 나서면 '내가 꼭 되야 할 이유'로 호소할 본인의 장점이 있을 텐데.
"우리는 비슷한 생을 살아온 아니다. 살아온 경륜과 삶의 모습이 뚜렷하게 다르기 때문에 혼선은 없다. 나는 정치판에서 살아왔다든지 부자집 아들로 살아오지도 않았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경륜과 경험이 달라 당원들이 평가하는데 결코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청부론자', 내 재산 자랑스럽다"

- 최근 <조선일보>에서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10가지 이유에 대해 썼다. 이 시장 편에서는 재산이나 병역 면제, 선거법 위반, 종교 편향 등이 지적됐는데.
"조선일보가 아마 이유를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웃음). 이미 과거에 선거를 치르면서 다 나온 문제다. 어떤 분은 <조선일보> 보도를 보고 '이명박 봐준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다(웃음). <조선일보>가 찾으려고 애는 쓴 것 같다. 내용 중에 여론조사하면 2등, 3등 밖에 못한다는 것도 사실과 틀린 것이다."

-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재산문제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많은 젊은이들에게 깨끗하게 벌어서 부자가 돼라고 말하고 있다. 굳이 문자를 쓰자면 나는 '청부론자(淸富論者)'다. 그 표본이 나다. 20년간 CEO를 했는데 (200억 가까이 되는) 내 재산도 따지면 요즘 대기업 CEO 1년 연봉보다 적더라. 깨끗하게 번 돈을 깨끗하게 쓰려고 하는데 일부 정치인들 보면 나보다 돈 없는 사람이 더 많이 쓰더라. 그 재주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 병역면제 문제도 걸려 있다.
"나는 자원입대해서 군에 남기를 바랐는데 병력(病歷) 때문에 쫓겨났다. 병역을 치르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어떤 사람 핑계 대고 군대 안간 것도 아니고, 학생운동 핑계 대고 안한 것도 아니다. (병이 드러났을 때도) 군에서라도 치료를 받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오면 치료 못 받으니까.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심정도 안다. 군에서 나와 시립병원에 무료환자로 있어봤지만 무료환자로 오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그때 알았다. 나도 거기 있다가는 병이 더 날 것 같아서 뛰쳐나왔다. 직접 체험한 것이다. 그래서 시장 취임한 주에 시립병원의 병원장, 수간호사, 원무과 사람들 다 불러서 가난한 사람, 특히 무료환자 올 때 친절하게 대해주는 의무를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친절해야 한다고."

-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여러 사람이 거론되고 있다. 차기 서울시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면?
"서울시민들이 선택할 문제지만 CEO형 시장이 확실히 좋다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 같다. 반드시 CEO출신이 아니더라도 CEO형 행정가나 CEO형 정치가 등이 좋겠다는 게 여론상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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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나라당에선 맹형규, 박계동, 박진, 이재오, 홍준표 의원, 열린우리당에서는 강금실 등이 언급되고 있다. CEO형 행정가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은 누구라고 보나.
"누구라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 말하면 문제가 생기니까 안하는게 좋겠다(웃음). 나중에 여야 후보가 확정되면 그 때 후임 시장으로서 이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 할 때 올 것 같다."

-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게 좋겠다고 보나.
"물론이다. 정치적 논리가 아니고 순수한 경제적 논리다. 서울시를 끌어가는 일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당이 달라져 정치 논리에 의해 평가하고 판단 내리면 아무래도 서울시 발전에 지장이 있지 않겠나. 정당이 같아 서울 발전에 연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나가면 좋지 않겠나."

- 강금실 카드로 여론조사 해보면 한나라당 후보들 지지도가 다 낮게 나오는데.
"강금실 전 장관이 자기가 서울시장에 나가겠다고 얘기한 것을 한번도 들어본 일이 없다. 그래서 평가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나오면 어떠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 차기 시장감이 누구냐를 묻는 것과 누구를 좋아하느냐를 묻는 것은 다르다."

"나눠갖기식 균형 발전 안돼... 아파트값 낮춰야"

- 행정복합도시 건설 얘기를 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으로 알고 있는데.
"대한민국이 균형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반대하는 지도자는 아무도 없다. 충청도 발전을 서울 사람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충청, 호남, 영남 다 발전해야 한다. 내 논리는 빨리 소득 3만불까지 올라가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그 정도는 돼야 남북통일이 돼도 감당 가능하다.

하지만 나눠서 갖는 균형발전은 안된다. 서울에 있는 것을 옮겨서 하면 자칫 하향평균이 될 수 있다. 충청도 역시 새로운 고용과 발전을 창출해야 한다. 행정부를 다 옮기더라도 충청도는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니까 아무도 이사가지 않고 서울에 아이를 두고 공부시키면서 그 곳에서 점심만 먹고 있으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겠나. 노 대통령과 나는 균형발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정책에 대한 차이점이 있다. 노 대통령의 견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 수도권 과밀화가 큰 문제인데 이를 억누를 복안이 있나.
"(수도권 과밀화는) 현 정부가 더 만들고 있다. 송파구, 판교, 김포에다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 인구가 어디서 오겠나. 70% 수도권 사람들이 옮겨간다 할지라도 나머지 30%는 지방에서 올라온다. 대한민국은 이제 인구가 늘어나는 염려보다 인구가 줄어들 때를 대비한 정책을 펴야 한다. 지금 상태로 가면 2050년 되면 인구가 1000만명 줄어든다. 생산과 고용이 죽어 국가가 어려움에 처한다. 전국의 균형 발전은 차별화된 발전이어야 한다.

호남을 서울 같이 만든다고 해도 호남이 서울을 이길 수 없다. 호남에 특별한 산업을 만들고 서울이 이용하게 해야 한다. 1년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1000만명인데 그 중 절반만이라도 국내에 가게 만들자. 해외 나가는 것보다 값싸게 관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차별되게 발전시키면 상호 보완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에 있는 것을 자꾸 나누는 것보다 새로운 생산을 만들어야 한다."

- 92년 고 정주영 회장은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아파트값을 반값으로 내리겠다고 해 관심을 모았는데 그런 획기적인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나.
"정주영 회장은 국가가 싼 땅을 제공하면 아파트값이 내려간다는 논리였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정책만 잘 펴면 현재 집값을 낮출 수 있다.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평균적으로 너무 비싸다. 서민 제공 소형 아파트는 원가도 낮추고 거래 가격도 자연스럽게 낮춰지는 정책을 써야 한다. 지금 집값은 20∼30% 비싸다. 물론 억지로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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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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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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