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폐 이룬 힘으로 새해도 큰 걸음 내딛자"

[여성가족정책 성과와 과제] 여성가족위 4당 여성의원에게 듣는다

등록 2005.12.30 15:03수정 2005.12.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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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 해, 여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냈던 17대 여성 국회의원들의 초당적 '막강 파워'는 2006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급속히 빨라지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 사회양극화 속에서 '여성가족정책'은 이 난제들을 풀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이기 때문. 여성가족위로 바뀐 후 첫돌을 맞은 2006년을 맞이하며 여전히 '여성가족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남아 있는 '보육' '소외여성' '여성의 정치세력화' '새로운 가족정책' 등을 놓고 각 정당의 여성가족위 소속 여성의원들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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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우타 : 2006년 새해를 앞두고 여성가족위에서 활약하고 있는 각 정당 여성의원들을 한자리에 모시게 돼 영광이다. 2006년 여성가족정책의 주요 아젠다는 '보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을 위해서는 보육문제 해결이 가장 큰 관건인데, 이에 대한 의견은?

손봉숙 : 여성가족부가 보육업무를 가져오면서 양성평등이 약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자칫 가족 돌봄과 보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으로 오해될 수 있다. 보육문제도 양성평등 실현을 바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또한 사회양극화가 격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료 상한선 폐지는 보육의 양극화를 부추기게 된다. 궁극적으로 보육료 상한선 폐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보육의 질을 높인 다음에 선행돼야 한다.

진수희 :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 사회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정부는 육아지원정책을 펼 때 이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보육문제는 교육문제로 직결되며, 유아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교육 격차는 사회양극화 문제를 더욱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육아교육은 출발점이 중요하다. 출발점에서부터 격차가 생기면 성인이 될 때까지 사회적 불평등이 이어지고, 더 크게는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평등을 고려한 육아정책,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육아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며, 그 대안으로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 확대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본다. 민간시설의 질을 높여 보육 서비스 개선에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민간시설에 대한 투명성과 자율성을 담보하는 공공성 확대가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이경숙 : 보육료 자율화는 시기상조다. 현재 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음에도 아이를 맡길 곳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서비스 질도 낮아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시급한 상태다. 만약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육료 자율화가 이루어지게 되면 부작용은 클 수밖에 없다. 공보육의 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난 다음에 논의돼야 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로 보육업무가 이관된 이후 보육료 지원방식이 시설별에서 아동별로 바뀌고 있다. 인건비 지원으로 실질적으로는 보육비용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체감효과가 낮다는 의견이 있다. 국공립시설과 민간시설 지원에 대한 정부지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공립유치원은 100%, 국공립 보육시설은 30% 지원하면서도 사립유치원과 민간보육시설에는 단 한푼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보육서비스 질을 높이고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보육시설과 사립유치원에도 기본보조금이 지원돼야 한다. 정부는 대신 이 시설들이 투명한 운영을 하도록 관리감독하고, 가격 규제도 할 필요가 있다.

최순영 : 정부의 보육료 상한선 폐지 발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상한선 폐지는 한마디로 고급 보육시설을 배불리겠다는 의도다. 결국 보육료 인상이 부모와 아동에게 전가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아동 지원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상한선이 폐지돼 보육료가 오르면 어려운 서민층 아이들은 보육시설조차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될 우려가 크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국공립 시설을 50%까지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금 현재로서는 사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민간보육시설을 지원해 국공립시설에 준하는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민간시설 법인화 등 제도적 보완을 하고, 장기적으로 국공립시설도 확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타 : 사회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고통받는 소외계층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여성,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의 빈곤화가 극심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손봉숙 : 장애여성 문제를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화, 가족해체, 가정폭력, 성폭력, 실업, 노인복지 등 여성가족부가 다뤄야 할 정책이 모두 들어있다. 전체 여성의 10%에 해당하는 장애여성들의 문제를 2006년에도 중점적으로 깊이 있게 다룰 생각이다. 관련법 개정과 현장조사를 통한 정책 발굴에 힘써 장애여성들이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과 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

최순영 : 17대 국회에서만큼은 비정규직 문제를 꼭 해결하려고 한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들 가운데 대다수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빈곤가장이다. 지난번 1003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여성들의 실태를 조사했을 때 솔직히 깜짝 놀랐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할 정부 공공기관에서조차도 거리낌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중 전체 58.2%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평균 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었고,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사용률은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모성보호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앞으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제도 정착과 고용안정 등 처우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경숙 : 비정규직 문제는 그야말로 심각하다. 경제지표는 높아지고 있는데 서민층은 점점 더 빈곤해지고 있다. 극심해지고 있는 사회양극화 속에서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빈곤으로 고통받는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 보육문제 해결 역시 중요한 열쇠다.

우타 :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계에서는 지방여성의원 확대를 위해 지역구 30% 여성후보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최순영 : 보육지원사업 등 여성지원정책이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장의 성인지적 마인드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균형추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에 여성의원들이 많이 진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당규에 지역구 여성후보 30%를 강제했다. 현재 각 지역별로 여성후보 발굴이 한창이고, 여성후보 정치학교를 열어 여성후보의 자질과 역량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서울, 부산 등 대부분 지역의 선거구가 2인 중심의 선거구로 획정되어 거대양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됐다. 소수정당, 무소속 후보의 지방의회 진출을 사실상 가로막은 처사라고 본다.

이경숙 : 열린우리당은 경선에서 3명 안에 무조건 여성을 포함시키도록 했고 경선 후보가 되면 가산점 20%를 부여하도록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경쟁력 있는 여성후보 발굴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원 중심의 정당 정치가 정착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정당 활동을 통해 준비된 여성후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지역구 20%까지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여성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여성후보 자신부터 용기를 갖고 과감히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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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좌담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인후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진수희의원, 손봉숙의원, 신숙희 본지 발행인, 이경숙의원, 최순영의원. 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 ⓒ 우먼타임스

우타 : 여성가족부가 여전히 보건복지부의 가족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여성가족부로서 양성평등에 기초한 가족정책을 개발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손봉숙 : 여성가족부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가족에 대한 정책을 단순 시혜중심의 복지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족의 자활과 안정을 위한 기반 조성에 주력하는 생산적 가족복지정책으로 안착되도록 새로운 가족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수희 : 2006년에는 가족정책에 대한 기본법이 마련됐으면 한다. 특히 기존 여성발전기본법을 성평등 개념의 대체법으로 바꾸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21세기 국내외 여성정책 변화에 맞는 성주류화, 성평등화를 골자로 한 '성평등 기본법'으로 여성가족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최순영 : 과연 건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라는 가족 패러다임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으며 가족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미 사회 속에서 진전된 지 오래다. 그러나 정책은 늘 사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남성과의 결혼으로 이 땅의 구성원이 된 이주 여성에 대한 지원대책도 '가족정책'에서 꼭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경숙 : 가족정책은 개인 존중과 양성평등 관점에서 가족의 유대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도 문화적 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가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더 큰 의미의 가족인 이주여성과 해외여성동포 등에 대한 권익 보호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사회=신숙희 우먼타임스 발행인
정리=주 진 기자
사진=노민규 기자

여성정책 초당적협력 "올해도 잘~될겁니다"

2006년 병술년 새해를 앞두고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마주한 여성가족위 소속 여성의원들은 호주제 폐지에서부터 보육정책, 성매매특별법, 가족정책 이관 등으로 바쁘게 뛰었던 2005년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를 격려하고, 여성가족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앞으로도 초당적으로 협력하자고 손을 꼭 잡았다.

손봉숙 의원은 "호주제 폐지는 지난 50여년 간의 여성계 염원이 이루어진 역사적 순간이었다"며 "국회 통과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면서 호주제를 옹호하는 남성의원들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입씨름해야 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저물어 가는 2005년을 소회했다.

이경숙, 진수희, 최순영 의원 역시 2005년 한 해의 가장 큰 입법 성과로 '호주제 폐지'를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 여성의원은 "앞으로 남은 새로운 신분등록제 마련을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진정한 의미의 호주제 폐지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경숙 의원은 "올 한 해 당 육아정책기획단 공동대표로 일하면서 보육정책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어 보람이 컸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성매매 집결지 하월곡동 화재 참사 현장에서 느낀 참담함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보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진수희 의원은 "뜨거운 여름 내내 전국의 보육시설 현장을 돌아보면서 '현장에 정책이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책상에서 자료로만 보던 것과는 달리 현장에서 정책 방향과 정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아울러 보육시설 현장조사를 통해 육아정책 마련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결실이었다"고 말했다.

최순영 의원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자는 학교급식조례 운동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내년에도 이 문제들만큼은 내 일처럼 보듬어 안고 꼭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있게 포부를 밝혔다. / 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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