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능 숯불갈비와 살얼음 동동 물냉면의 조화

고소한 냄새에 침 삼키고, 가슴속까지 개운

등록 2005.12.30 15:29수정 2005.12.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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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동동. 가슴속까지 개운하게 해 주는 이 집만의 특별한 물냉면 ⓒ 양지혜

내가 단골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음식점은 음식맛이 좋아야 하고, 자주 들러도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무엇보다 그 집만의 특별한 '맛'이 한 가지는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를 가지고, 아주 오랜 시간 들락거린 나의 단골집은 근래 들어 알게 되었지만 남편 선배님이 경영을 하시는 곳이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만한 '태능 숯불갈비'가 바로 그곳이다. '태능 숯불갈비'는 딱히 어느 집을 두고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쇠고기 돼지고기 나뉘는 것도 아닌, 바로 양념한 돼지갈비를 화덕의 숯불에 올려진 석쇠에 구워먹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제는 고유명사(?)로 쓰일 정도로 태능 일대의 모든 음식점에는 '태능 숯불갈비'라는 말이 일반화 되어 있다. 그 앞에는 수식어로 '원조' '시조' '본가' 등 여러 말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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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맛을 봤을 "태능 숯불갈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맛있게 먹는 음식입니다. ⓒ 양지혜

하지만, 내가 다니는 단골인 '태능 숯불갈비' 집은 단 한 군데이다. 맛을 비교해 보기 위해 일부러 근처를 가거나 찾아 봐야 할 이유도 없었고, 굳이 이 집만이 전부라고 말할 것도 없다. 단순히 한 집을 그렇게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모두 밝혔다. 가격이 저렴한 돼지갈비와 살얼음이 동동 그대로 있는 시원한 이 집만의 특별한 맛의 물냉면과 함께 무엇보다 계절의 정취를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란 생각에서였다.

봄이면 배꽃이 만발한 배나무 아래에서 숯불에 구워먹는 돼지갈비와 여름이면 녹음 우거진 나무와 야외가 주는 탁 트인 느낌이 좋았고, 가을이면 살랑살랑 떨어지는 잎새와 노오란 배가 달려 있는 그 자리는 언제나 계절마다 다른 느낌과 맛을 준다는 것이었다. 겨울엔 어쩔 수 없이 실내만을 사용하지만 방바닥이 뜨끈하여, 눈 오는 날이나 낮에는 창밖으로 겨울의 풍경을 가까이서 즐기는 것도 괜찮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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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배나무 밑에서 숯불에 구워먹는 돼지갈비는 근사한 실내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 양지혜

더불어 음식도 간단하지만 맛이 있다. 공기밥 한 그릇에는 언제나 우거지 토장국이 나온다. 어설픈 흉내의 뚝배기 된장찌개보다 훨씬 깔끔하게 내 입맛에 맞는다. 고기 또한 두텁게 재워진 돼지갈비가 큼지막하게 나오고, 직접 숯불에 구워먹는 것이 역시 맛있다. 숯불도 투박한 화로가 난 아무래도 익숙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음식이란, 이렇게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 맛을 만들고, 그 맛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축척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가격 또한 4인 가족일 경우 4인분이면 족할 만큼 넉넉하고 저렴하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반 음식점보다 분명히 고기가 두텁다는 사실은 그만큼 양이 많다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고기를 먹고 아이들은 공기밥을 먹게 되지만 어른들은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입가심을 하는 것도 좋은 식사가 된다. 굳이 혼자 한 그릇을 다 먹지 않아도 되니 부부가 나눠 먹으면 부담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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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들여 나오는 반찬과 된장국이 맛있습니다. ⓒ 양지혜

냉면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난 냉면을 무척 좋아한다. 다른 음식 종류보다 면 종류, 더구나 메밀이 들어간 음식은 지나칠 만큼 즐기는 덕에 여기저기 맛있다고 하는 곳은 찾아다니며 먹어봤다.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전문점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간다. 그렇다고 정통의 맛이 전부이다거나 '이곳만의 이러한 맛이 절대적'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맛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집 물냉면은 정말 맛있다. 한겨울인 며칠 전에도 엉덩이를 따끈한 방바닥에 대고 살얼음까지 그대로 먹었던 그 육수는 지금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어느 지방 음식인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름이라고 그런 냉면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 항상 살얼음이 있는 육수와 계란 한쪽, 무백김치가 전부다. 그 흔한 고기꾸미나 계란지단 하나 얹혀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고기를 먹고 그 냉면 한 그릇을 다 비울 수 있을 만큼 개운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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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걱정 없구요, 너무 춥지 않은 날이면 먼저 식사를 끝낸 아이들이 시원한 공간에서 뛰어 놀 수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 양지혜

아이들과 함께 해도 무리가 없는 곳, 한 겨울만 아니라면 먼저 식사를 끝낸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도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러한 이유로 10여년을 가까이 했던 곳 '태능 숯불갈비'를 찾는다.

주말이고, 연말이다. 한해의 마지막에 고소한 냄새와 맛있는 돼지갈비를 숯불에 구워먹고,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가슴 속까지 개운해질 수 있는 한 끼 정도의 외식에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거울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바로 '태능 숯불갈비'가 어떨까 생각해 봤다.

덧붙이는 글 | 태능숯불갈비라는 곳이 특정한 한 곳이 아니고 태능 일대의 돼지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이르는 말이라는 사실을 다시 밝히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태능숯불갈비라는 곳이 특정한 한 곳이 아니고 태능 일대의 돼지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이르는 말이라는 사실을 다시 밝히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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