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거씨, 날 그만 보내줘요!"

[서평] 카트린 방세의 <욕망의 심리학>

등록 2005.12.30 16:02수정 2005.12.30 16:01
0
원고료로 응원
이틀 동안 눈이 시리도록 읽었다. 나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찾아 떠나는 내면에로의 미로여행 <욕망의 심리학>(북폴리오)을 읽다보니 인간이란 얼마나 불완전하며 깨지기 쉬운 그릇인지, 그리고 신비로운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카트린 방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정서적, 신체적 고통의 징후들을 인지하고 고통의 원인을 발견하게 안내 한다. 수많은 속껍질 속에 숨어 있는 나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저자의 안내에 따라 가다보면 켜켜이 쌓인 먼저 속에 숨어 있던 유년의 기억에까지 닿게 된다.

a

<욕망의 심리학> 겉그림 ⓒ 북폴리오

현재에서 먼 과거까지 얼기설기 얽힌 미로를 따라가며 때때로 자신의 아픈 상처를 맞닥뜨리게 되고 그것을 들여 보아야 할 때도 있다. 가끔, 혹은 자주 과거의 고통과 상처를 대면하고 들여다보고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나의 삶이 그 고통과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지,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발견하고 깨닫게 한다.

사람들은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매여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을 때 한 사람의 일평생이 조종당한다. 우리의 과거에서 비롯된 상처, 억압, 고통, 질책 등의 결과들이 필연적으로 한 개인의 삶을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부모로부터 얻은 고통과 상처가 나의 삶에 보이지 않는 조종자 역할을 하며 탈출구 없이 해소되지 않은 나의 상처는 나의 자녀에게 학습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 불완전한 인간은 모두 피해자이며 가해자이다. 또한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가련한 존재들이다.

카트린 방세의 <욕망의 심리학>은 제8장22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장 '몸을 지배하는 우리의 생각들'에서부터 8장 '과거와 타인들을 떨치고 자아를 찾아'까지 자기를 사랑하기 위한 여행이다. 저자는 신체의 고통과 징후들이 정신과 정서가 어떻게 하나로 연결되며 반응하는지를 말한다.

신체적 징후들을 진단하며 날카롭게 매스를 갖다 대면서 과거의 고통에서 진정으로 벗어나 스스로 해방되어 새로운 건강한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번데기가 고치를 벗고 나와야 나비가 되듯 우리는 자신을 숨 막히게 짓누르는 피상적인 껍데기를 벗고 스스로 정체성을 확인해야 된다고 쓰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가장 은밀한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욕망도 충동도 영혼도 없이 허울뿐인 삶을 따라가며 산다면 자신의 뿌리 깊은 본성을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점점 멀어져가며 그것이 계속될수록 우리 자신을 치명적인 소외 안에 스스로 가둔다는 것이다. 욕망의 좌절과 거부, 억누름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욕망은 우리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 세계는 우리의 것이다. 나를 해방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고, 욕망은 바로 그런 나 자신을 넘어서도록 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는 들춰보고 싶지 않은 상처와 억압을 열고 직면해서 해소해야 한다. '욕망은 삶이라는 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증거'라고 쓰고 있다. 욕망이 실현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생사가 걸린 내기의 관건이며 욕망의 좌절 혹은 실패는 두려움과 욕망이 결부되어 두려움과 더불어 일상생활에 장애를 가져오는 감정, 독 욕망에게서 표현 수단을 빼앗는 감정이 찾아 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욕망의 억압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들어 독자들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시몽 유로브 박사는 악성종양의 진행에 환자의 정신상태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는 악성종양의 대다수가 신체적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 종양들이 결과적으로 나타나기까지 생성과정 상태에는 심리적인 요인들이 작용했음을 지적한다.

미국 심리학자 '르샨'이 소개한 '존'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존은 음악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가족의 반대로 재능을 펼쳐보지 못하고 꿈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날 수술도 할 수 없는 뇌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 의사는 그에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존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힘을 냈고 르샨에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도 존은 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꿈만 꾸던 일을 실현했다. 그는 현재 교향악단에서 전문연주자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심리적인 것이 얼마나 몸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카트린 방세는 누구?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다. 파리에서 태어나 줄곧 정신의학, 정신분석, 심리치료 쪽의 일을 해왔다.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에 정신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의학 공부를 했으며 이러한 과정을 밟는 중에 동양철학과 한의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그녀는 10년간 침술요법을 실행하고 있다. 저자의 책에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쌓은 오랜 경험과 의학계에 대한 해박한 견문이 깃들어 있지만, 그녀 자신의 인생 경험 또한 풍부하게 배어 있다. 저서로 <사랑 이야기, 사랑하기의 역사>, <인생아, 난 널 사랑해> 등이 있다.
결국, 진정한 충만감이란 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앞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삶, 건강한 삶이란 무엇일가. '내면의 균형'을 획득해야 가능하다. 우선 나 자신과의 화해와 사랑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사랑하면 인생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식물이 햇볕을 향해 그 가지를 뻗어나가듯, 사람들도 밝고 긍정적인 사람, 밝음에 끌리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여행이다. 그리고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타인에게 이미지화 되어 있는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 약점까지도 사랑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자기가 영위하는 인생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자기 안에서 그 인생을 지켜나갈 힘을 끌어낸다"고 저자는 말했다. 나를 사랑하고 내 인생을 사랑하며 타자와의 균형 잡힌 삶,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감옥, 억압과 상처, 왜곡되고 웅크리고 있는 과거의 나를 찾아 내면의 여행을 떠나보자.

해결되지 않은 어떤 내가 울고 있는지, 고통하고 있는지 발견하고 다시 느껴보고 그리고 해방되기 위해. 넘어졌던 곳에서 또 다시 넘어지지 않기 위해. 과거의 고통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현재의 삶을 위해….

미로에 발을 들여놓고 내면의 여행을 하다보면 고통의 자신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왜 어떤 특정한 말이나 행동 앞에서 과민하게 반응하며 아파하거나 분노하거나 좌절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지 등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며 나의 인생을 사랑하기 위한 내면의 여행을 지금 떠나보시라.

욕망의 심리학 - 내 마음은 상처받지 않는다

카트린 방세 지음, 이세진 옮김,
북폴리오, 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