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울리는' 태평서곡 공연

28일~29일, 2005 국립국악원 송년공연 태평서곡 무대 올려져

등록 2005.12.30 17:42수정 2005.12.31 16:54
0
원고료로 응원
a

국립국악원 창작 악단과 소리꾼 김용우, 사물놀이 몰개패 ⓒ 국립국악원

속도를 요구하는 현대인에게 여유로움을 주는 편안한 공연이 열렸다. 28일~2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올려진 송년공연 '태평서곡'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의궤에 남겨진 기록을 바탕으로 무대 예술화 시킨 것이다.

총 1,2부로 구성된 국립국악원 송년공연에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닦고 있는 새터민과 결혼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정착한 결혼 여성 이민자들을 초대하였다. 고국에 두고 온 가족에게 연하장 발송과 궁중복식 체험 및 즉석 촬영을 해주는 이벤트도 곁들여 우리의 전통 문화예술을 함께 향유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남자와 결혼, 일산에 가정을 꾸린 이리나(26·러시아)씨는 "옷과 춤이 너무 우아하고 예뻤고 이런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오고 싶다"라며 환한 웃음을 건넸다.

1부 평화 메아리에서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과 창작악단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평화 안녕굿'과 대금산조가 곁들인 다채로운 국악 관현악이 연주 됐다. 또 소리꾼 김용우씨와 몰개패의 시선뱃노래가 관객과 한마당을 연출해 내 흥을 돋우기도 했다. 앞소리를 소리꾼이 선창하면 뒷소리는 관객이 받아주는 관객과 무대가 어우러진 자리였다.

a

선유락 ⓒ 국립국악원

2부의 태평서곡은 국립국악원이 지난 2001년 첫 선을 보였고, 이듬해인 2002년 6월 재 공연된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개막무대에 올려져 독일인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정조대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례연을 재현한 작품으로 휘장을 드리운 대형무대에 궁중의례의 의식절차와 음악, 그리고 궁중무용인 정재가 균형 있게 어우러져 예와 악의 조화로 꾸며졌다.

막이 오르기 전 태평서곡의 배경이 되는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 주어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상궁이 자궁(홍씨)에게 연희준비가 됐음을 알리고 자궁이 등장함으로써 행사는 시작 된다. 회갑을 축하하는 인사와 꽃과 비단 휘건이 자궁에게 전달되고, 궁중의 서열대로 자궁에게 술을 따르는 순서가 이어진다. 자궁의 덕을 칭송하는 글이 읽히고 자궁은 이에 화답인사를 한다.

a

자궁께 올리는 마지막 예식 ⓒ 국립국악원

자궁에게 술을 올릴 때마다, 혹은 의례를 행할 때마다, 장중한 음색의 수제천, 보허자, 여민락 등이 시종 연주됐고 헌선도, 학무 연화대무, 선유락 등 궁중무용이 매 의식마다 각기 다른 춤과 음악으로 곁들여져 의식의 품위와 흥취를 북돋아 줬다.

의례에 등장하는 각종 의물들과 화려하면서 위엄을 갖춘 왕실 사람들의 각각의 등장인물에 따라 색깔과 형태가 다른 화려한 궁중의상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혜경궁의 자리는 기록과는 달리 관람객이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태평서곡의 안무가 하루미씨는 "관객의 시선을 혜경궁의 시선과 같게 하여 관객 하나하나가 마치 회갑연의 주인공인 듯 절을 받고 술잔을 받는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객에 대한 배려를 무대배치로 나타냈다.

"영혼을 울려 줬다"란 한마디로 공연 평을 한 이애주(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한중록이라는 책과 궁중의 악가무가 만나, 차분한 음악과 격조가 느껴졌고, 궁중의례가 지닌 우아한 아름다움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 정말 오래간만에 뜻 깊게 본 공연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표가 매진 돼 입석으로 통로에 앉아 관람한 박정숙(57·주부)씨는 "궁중예술의 전모를 살필 수 있었고, 이렇게라도 봐서 다행"이라며 불편한 자리보다는 아름다운 우리 음악과 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a

자궁의 장수를 축원하는 헌선도 ⓒ 국립국악원

a

ⓒ 국립국악원

a

ⓒ 국립국악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총선 참패에도 용산 옹호하는 국힘... "철부지 정치초년생의 대권놀이"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