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의원은 나를 고소하라!

등록 2005.12.30 16:27수정 2006.01.0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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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늦둥이를 돌보러 오신 어머니께서 대뜸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야이야, 너 전교조하지. 전교조 그만 해라, 전교조가 빨갱이라면서 그리고 학교도 점령한다면서...."

한참동안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전교조 노조원으로 명부에 이름 올려놓은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는 나로서는 당혹감만 느껴졌다. 어머니는 내 지역구 의원이기도 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이 사학법 통과 후 쏟아 놓은 비상식적 망발에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몸도 온전하지 않으신데 나 때문에 걱정이 많으셔서 그런지 얼굴 안색도 좋지 않으셨다.

박근혜 의원이 정말로 "전교조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그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것이 사실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정말 전교조 교사들 가운데 어느 정도의 교사들이 빨갱이인지 사실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논리적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몇몇 전교조 노조원들의 말을 빌미로 전체의 속성을 예단하는 '합성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된다.

이런 수준의 비합리성을 지닌 한나라당과 박 대표가 여태껏 어떤 법적 상식으로 입법을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박의원의 홈페이지는 더욱 서슬 퍼렇다.

"저는 전교조를 아이들의 부모님인 국민여러분께 고발할 것입니다."

이런 협박성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전교조 회원을 향한 분노를 한층 가열시키는 것을 보고는 정말 이성을 잃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만일 이런 모습이 당내 대권후보군 중 튀어 보려는 유치한 수준의 '단순 매도수법'으로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이라면 정치인으로서 자격을 의심해봐야 한다. 더군다나 전교조를 죽이면 여론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이라면 대권 도전에 자격미달이다.

한나라당의 심각성은 국민적 교육권을 책임지는 전교조 교사 모두를 적대 세력화하고 있는 것에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합법적 노조를 '빨갱이' 취급하다 못해 '적국 병사'인양 하다니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사학법 통과후 박 대표는 "전교조가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전교조를 국가에 반하는 '반국가 단체'이거나 '반헌법적 단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한나라당은 말로 떠들 것이 아니라 충분한 증거를 채집하여 전교조를 반국가 이적단체, 내란죄를 저지를 위험한 단체로 보고 검찰에 고소해야 할 것이다. 추운 엄동설한에 외투를 뒤집어쓰고 다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 일반서민은 집값과 경제난 그리고 교육문제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는 외면한 채 일부 사학사주들의 집단적 이익에 꼭두각시 춤을 추듯 편승하는 행태를 보면 왜 국민들이 '딴나라당', '수구당'이라고 비아냥거리는지 알 것 같다.

나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의원이 개정 사립학교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조차도 의문이다. 지난 90년대 말 자신들이 통과시킨 현행 사립학교법으로 얼마나 많은 사학 부패를 자초했는지, 사립학교 부패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아는지도 또 이에 대한 반성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지난날 자신들이 통과시킨 현행 사립학교법으로 인해 무수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아 간 것에 대한 조금의 미안함도 없이 자신들의 과오를 전교조에 뒤집어 씌우는 것이 참으로 엄펑스럽다.(남을 속이거나 골리는 품이 보기에 엉큼하다)

한나라당은 거리를 나서기 전에 먼저 국민들에게 지난날의 잘못된 사립학교법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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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간지 기고가이며 교육비평가입니다. 교육과 사회부문에서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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