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종은 YTN 오는 줄도 몰랐다"

KBS 워싱턴특파원 취재 뒷얘기 공개 "그날 순리대로 기자회견을 개방했다면"

등록 2005.12.30 17:03수정 2005.12.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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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KBS 워싱턴특파원이 30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 ⓒ KBS

김선종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원은 YTN 인터뷰가 있던 지난 1일 당일까지도 YTN 기자가 자신을 찾아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YTN 기자를 동행한 윤현수 한양대 교수가 다른 언론사 기자들을 따돌리려고 무리수를 쓴 정황도 드러났다.

민경욱 KBS 워싱턴 특파원은 30일 자사 홈페이지에 'YTN이 김선종씨 인터뷰하던 날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는 제목의 취재 뒷얘기를 올렸다.

민 특파원이 서울의 지인으로부터 "안규리·윤현수 교수가 YTN 기자와 함께 김 연구원을 만나기 위해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전화 제보를 받은 것은 1일 새벽 4시 30분(이하 현지 시간).

잠이 번쩍 깬 그는 김선종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 특파원에 따르면, 김 연구원은 '서울에서 (안규리 교수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 교수와 만나본 후에 KBS와 인터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당시 김 연구원은 "YTN 기자가 동행하고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며 "만약 YTN 기자가 먼저 인터뷰를 하게 되더라도 KBS와 똑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해주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YTN과 인터뷰를 한 후에는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을 피해 귀가도 하지 않았고, 아파트 앞에 있던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기자 등은 김 연구원의 부인이 부른 지역 경찰에 의해 쫓겨나는 수난을 겪었다.

김 연구원은 16일 피츠버그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아파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이 '무서워서' 다음날 다른 곳에서 잔 뒤 이틀 뒤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4일 밤 귀국한 김 연구원은 이후 그때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민 특파원은 30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KBS를 같이 만나겠다던 사람(김선종)이 전화도 안 받더라, YTN 기자와 모텔에 함께 있다가 (황 교수팀이) 김선종을 내보내면서 타 매체 기자들을 만나라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민 특파원에 따르면, 1일 피츠버그 공항에서는 KBS와 연합뉴스, SBS 기자들이 모여 YTN 기자를 대동한 안규리 교수와 윤현수 교수 등 황 교수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안 교수 일행이 시카고에서 클리블랜드행 비행기를 탔다는 얘기를 뒤늦게 안 기자들은 부랴부랴 클리블랜드로 차를 몰았다.

민 특파원은 클리블랜드 도착 시간(1일 오후 3시 32분)에 맞춰 윤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KBS "안녕하십니까? KBS 민경욱입니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윤현수 교수 "아,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KBS "이번에 김선종 연구원 만나러 오신 거죠? 저희들이 지금 피츠버그에 있다가 클리블랜드로 가고 있습니다. 오늘 김 연구원을 어디서 만나실 겁니까?"
윤 교수 "아, 이번 일은 취재하실 수가 없습니다."

KBS "윤 교수님, 기자가 아무도 없으면 모를까, YTN 기자가 동행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요. 끝까지 비밀에 부쳐졌으면 모를까, 다른 기자들이 안 이상 특정 기자 한 명에게만 취재를 허락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기자가 함께 있지 않습니까?"


이때 윤 교수는 "기자요? 기자하고 같이 있지 않습니다. 기자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윤 교수는 YTN 기자, 안 교수와 함께 비행기에서 막 내리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 KBS 기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간 뒤 전화를 하자던 윤 교수는 이후 거듭된 연락과 메시지 녹음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민 특파원은 즉시 서울의 황 교수팀 관계자에게 "특정 언론사에게만 인터뷰를 주선하는 게 말이나 되냐? 이게 특정 언론사에게만 차별적으로 정보를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냐?"고 강력 항의했지만, 이 관계자는 "이미 여기 저기 다 의견조율이 끝난 일이다, 내 손을 떠났다"고 만 답변했다.

두 교수와 YTN 기자는 당일 저녁 피츠버그에 도착해 한 모텔에서 김선종·박종혁 연구원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마친 뒤 피츠버그에 뒤늦게 도착한 MBC 취재진에 발견돼 쫓고 쫓기는 해프닝을 벌인 뒤 오전 6시 30분 비행기로 뉴욕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민 특파원은 YTN의 김 연구원 인터뷰가 '취재원이 보도기관을 선택했다'는 YTN측 주장을 일축했다. 취재원(김 연구원)이 YTN 기자가 인터뷰하러 오는 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취재원에 의한 매체 선택'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 가정일 뿐이지만 만약에 그날 순리대로 YTN 기자뿐 아니라 피츠버그에 모였던 모든 매체의 기자들에게 회견을 개방했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정보가 왜곡됐느니, 청부 취재를 했느니, 특정 매체를 죽이기 위한 황우석 교수의 기획이었느니 하는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을 겁니다.

YTN 기자의 인터뷰 현장에 정보부 사람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하는 필요 없는 논란에 휩싸일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이 현재 알고 있는 사항들을 보름 정도 더 빨리 알 수 있었겠죠. 십여명의 기자들 앞에서 한 공개적인 기자회견에서 김선종 연구원이 거짓과 불완전한 정보로 상황을 모면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지금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실이 그 때 드러날 수도 있었겠죠."


민 특파원은 "이제는 멀리서 벌어진 일이라고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더 이상 그걸 감출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옆에 기자가 없다는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하며 언로를 왜곡시키려 했던 끝이 지금 어디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윤 교수처럼 인터뷰 할 언론사를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었다"며 "(이 얘기를) 9시 뉴스에 내보낼까 하다가 생각을 접고 서비스 차원에서 쓴 후일담"이라고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민경욱 KBS 특파원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덧붙이는 글 민경욱 KBS 특파원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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