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취업난에 대학문화가 사라진다

등록 2005.12.30 16:51수정 2005.12.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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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잔디밭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통기타를 튕기며 창작가요를 즐겨불렀던 7, 80년대, 독특한 개성과 자유분방함으로 도전과 모험을 즐겼던 90년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에 익숙한 N세대의 등장으로 보다 자신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2000년대.

지나 간 대학시절을 회고할 때 웃음지을 수 있는 것은 캠퍼스의 낭만과 추억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주입식 교육과 강압적인 교육환경에서의 탈출구로 대학캠퍼스는 자유와 지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해방구의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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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를 위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늘고있다. (사진은 한 대학의 도서관 전경) ⓒ 김도영

변화하는 대학문화

최근 지속된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이 늘어나자 대학문화도 그에 따라 변하고 있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정거장이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다.

취업난이 가속되자 대학 3, 4학년생으로 북적댔던 도서관에 대학 1, 2학년생까지 가세했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하지만 갓 입학한 새내기가 도서관에 박혀 공무원 수험서를 펼쳐드는 모습은 과거 꿈 많던 대학 새내기에 견주어 볼 때 측은한 마음이 앞선다.

더욱이 이들의 학내활동이 이력관리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언뜻 보기에 캠퍼스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어학연수, 아르바이트까지 적극적인 학생들의 참여로 활기 넘쳐 보이지만 이러한 활동의 전제가 취업을 위한 '경력쌓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즉 이력서에 적어놓을 경력을 쫓아 학내활동을 한다는 것.

학내활동이 순수한 동기를 잃다보니 대학문화를 대변하던 동아리 활동도 위축됐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 몇몇을 제외하곤 전통을 자랑하던 동아리들도 전전긍긍하며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학생회나 학내신문사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

전북대학교 학보편집장 김윤호 군은 취업의 중압감으로 인해 현재 대학문화가 없다고 평가한다. 급변하는 세태의 영향도 있겠지만 대학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희석되고 있어 기성 문화와 별반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취업률 100% 시대 올까?

한 대학매거진에서 355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새해 가장 희망하는 뉴스에 '취업률 100% 시대 돌입'이 뽑혔다고 한다. 아울러 새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에도 '취업 또는 취업 경력쌓기(38.6%), 영어마스터(18.6%), 어학연수 및 유학가기(15. 5%), 자격증 따기(10.7%) 순이었다고 한다. 현재 대학문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단면이다.

사실 대학이 지식의 상아탑에서 취업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그렇게 보자면 취업난 역시 오늘날에만 회자되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 80년대와 90년대에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는 어려웠고 코피를 쏟아가며 취업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태백'이나 '삼팔육' 등의 신종어를 낳으며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안정된 직장을 찾아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행태도 가히 바람직하지는 않다. 젊음과 패기로 대변되는 대학인이 모험과 도전을 피하고 안주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도 앞서 간 선배들은 독재정권에 반기를 들 줄 알았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내 한 몸 바치기도 했다. 나 보다는 전체를 생각했고 그것이 대학인의 정신으로 대학문화에 반영되었다.

그렇다고 미래와 취업에 불안해하는 현재의 젊은이들에게 안심하고 낭만을 즐기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연히 정부와 기업, 대학 당국이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축 쳐진 어깨와 한숨으로 청춘을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인이란 분명 고3 수험생과는 다르다. 겁부터 집어먹고 안주하기엔 이르다. 또한 대학시절은 인생관이 확립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닫은 채 개인적인 문제에만 집착하기엔 대학시절 캠퍼스의 낭만은 너무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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