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왜 내년까지 기다려?"

막 오른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전쟁... '공짜폰'도 다시 등장

등록 2005.12.30 16:25수정 2005.12.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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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지급으로 단돈 1만원이면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휴대전화 판매점에 내걸린 광고문구. ⓒ 오마이뉴스 이승훈

휴대전화를 거져 주던 시절이 다시 돌아왔다. 현재로선 정부가 2년이상 장기 가입자에 한해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단계라 보조금 지급이 엄연한 불법이지만 이동통신3사의 보조금 전쟁은 이미 막이 오른 지 오래다.

휴대전화 구입자들이 자주 찾는 서울 용산전자상가에는 보조금 지급이 자유로웠던 시절에 흔했던 광고 문구였던 '공짜폰', '휴대폰1만원' 등이 다시 내걸렸다. 단순히 고객의 시선을 끌기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부 휴대전화는 1만원, 심지어는 공짜로도 판매되고 있다.

다시 등장한 '공짜폰'

서울 용산역의 아이파크몰(구 스페이스9)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아가 지금 쓰고 있는 전화기를 바꾸려고 하는데 싼 휴대전화가 없는지 물었다.

"그냥 기기변경만하면 혜택이 없으니까 번호이동을 하세요. 이동통신사를 옮기면 단말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요새 보조금이 많이 나와서 만원짜리도 있고, 좀 비싼 모델이라도 10만원 내외면 가능해요."

그럼 번호이동을 하겠다고 하자 매장 직원은 출고가가 30만원 중반대인 모델은 1만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슬림폰' 모델들은 원래 가격이 40만원을 넘지만 14만원 정도에 주겠다고 했다. 출고가 70만원대인 최신형 위성DMB폰도 50만원대면 가능하고 또 1만원짜리 제품은 아예 단말기 가격을 아예 안받을 수도 있다며 번호이동을 권유했다.

건너편 판매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판매점 직원은 "내년에 2년 이상 가입자에게 보조금 지급을 허용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이미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 사나 기다렸다가 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말기 보조금이 허용될 내년 4월까지 기다려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가입기간 2년 미만) 가입자의 경우 지금이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서울 신촌 일대의 판매점들도 매장 입구에 '휴대폰 폭탄세일' 등의 문구를 걸어놓고 휴대전화 가격할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하철 신촌역 부근에 위치한 한 판매점의 직원은 "현재 이통사들이 연말을 맞아 가입자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 뿌려지는 보조금 규모가 꽤 크다"면서 "내년에 보조금이 합법화된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보조금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구매욕을 자극했다.

일선 판매점들 "보조금, 내년까지 왜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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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폰'의 재등장. ⓒ 오마이뉴스 이승훈

용산전자상가와 신촌지역의 판매점들을 확인한 결과 지급되고 있는 불법 보조금 규모는 휴대전화 모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 20~30만원정도였다. 특히 출시된 지 5~6개월이 된 일부 단말기들은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에, 재고를 처리하기위해 대리점 자체에서 지급하는 보조금까지 더해져 단돈 만원 또는 공짜에 판매되는 경우도 많았다.

단 보조금은 경쟁사의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지급된 만큼 이동통신사를 옮겨야만 받을 수 있다. 번호를 이동하지 않고 현재 가입된 이동통신사를 유지하면서 단말기만 바꾸는 경우는 여전히 찬밥신세다.

정부가 2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하는 안을 마련해 입법을 앞두고 있는 사이, 해를 넘기기 전에 한 명의 가입자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한 막바지 불법 보조금 지급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에서 상대 사업자가 보조금을 뿌리기 시작하면 경쟁하는 처지에서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입자 빠져나가는 것을 앉아서 보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업체간 통화요금 인하 경쟁이나 서비스질을 높이려는 경쟁은 별로 치열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말기 구입비용을 줄여주는 보조금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 이에 반해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지급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게 되면 통화품질 개선이나 요금 인하는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조금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

휴대전화를 구입하기 위해 용산전자상가를 찾은 주서영(22)씨는 "그동안 단말기 가격도 비쌌고 통화료 부담도 만만치 않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조금이라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채성(44)씨는 "휴대전화 보조금은 전화기를 자주 바꾸는 신세대들에게나 혜택이 가는 것 아니냐"며 "나같은 경우는 매월 10만원이 넘는 요금을 부담하고 있는데 보조금을 줄 돈 대신 통화료나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조금이 불법인 상황에서도 조기 과열된 불법 마케팅 경쟁. 내년부터 보조금이 합법적으로 허용되면 이동통신사들간 가입자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 보조금 지급이 되는 2년이상 가입자는 1987만여명으로 이 중 SK텔레콤이 1236만명, KTF가 535만명, LG텔레콤이 216만명이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보조금 지급 경쟁이 시작될 경우 각 사별로 6000억원에서 최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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