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자 그린 박근혜 "내년은 승리의 해예요"

[현장] 서울 한 보육원에서 종무식... 같은 시각 강재섭 원내대표는 사퇴

등록 2005.12.30 16:25수정 2005.12.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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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종무식을 대신해 강서구 개화동에 위치한 지온보육원을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원생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뒤 유영 강서구청장, 박국자 원장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세밑 서울 시내의 한 보육원을 찾아 승리의 '브이'(V)자를 그렸다. 같은 시각 강재섭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30일 오전 10시15분께 서울 강서구 개화동 '지온 보육원'을 찾았다. 종무식을 겸한 방문이었다. 한나라당 당직자 100여명도 청소도구를 들고 박 대표와 함께 보육원을 방문해 청소와 빨래 등 봉사활동을 벌였다. 지온 보육원은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으로 생후 16개월부터 18세까지의 원생 81명이 생활하고 있다.

박 대표 뿐 아니라 이강두 최고위원, 이종구 수석정조위원장 등도 이날 용산구 후암동의 중증장애아 요양시설 '영락 애니아의 집'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였고, 서병수 정책위의장 역시 당직자들과 함께 노숙자 무료배식시설 '하느님의 집'을 방문, 배식 활동을 도왔다.

이날 여러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난 박 대표는 오랜만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감기에 걸려 간간이 기침을 하면서도 표정은 환했다. 정치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 이후 장외투쟁을 시작한 이래 박 대표가 민생현장을 찾은 것은 호남 폭설 피해 현장 방문이후 두번째다.

박근혜 "꿈을 갖고 건강하게 자라세요" - 원생들 "미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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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종무식을 대신해 강서구 개화동에 위치한 지온보육원을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원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 대표는 원생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여러분의 표정이 밝고 좋아 보인다, 한 나라의 어린이의 신수가 훤하면 그 나라의 장래가 밝다고 한다"며 "여러분이 잘 되는 게 우리나라의 미래와 희망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꿈을 갖고 건강하게 자라달라"며 "한나라당도 여러분이 꿈을 활짝 펼 수 있도록 발전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격려했다.

박 대표를 만난 원생들도 신난 표정이었다. 원생들은 노래와 콰이어 차임 연주로 박 대표를 맞았다. 이들은 "TV에서만 봤는데 직접 보니 신기해요",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돼 기분이 좋아요", "직접 보니 미인이세요"라며 즐거워했다.

박 대표는 숙식시설, 도서관, 공부방 등 보육원의 시설 곳곳을 둘러봤다. 박 대표는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이 준비한 선물인 목도리를 직접 원생들에게 둘러주기도 했다.

박국자 지온 보육원 원장은 박 대표에게 보육원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보육원 교사들은 주 5일 동안 24시간 원생들을 돌봐야 하지만 보수가 적어 구인광고를 내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보육원 사회복지사들의 보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18세가 지난 원생들은 대학을 진학하거나 취업을 해 보육원을 나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등록금이나 살 수 있는 집이 없어 안타깝다"며 대책을 부탁했다.

이에 박 대표는 "운영에 어려움이 많으시겠다"며 "(대책을) 많이 연구해보겠다"고 답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아이고" 탄식도... "내년은 승리하는 해예요"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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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유영 강서구청장 등 관계자들이 보육원을 나서다 창문 너머로 인사하는 아이들과 정병국 의원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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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가 보육원을 먼저 나서자 놀이방에 남아있던 정병국 의원이 양팔에 아이들을 안고 창밖으로 박 대표에게 인사를 시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 대표는 원생들의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보육원에 맡겨진 이후 단 한번도 부모가 찾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늘 부모를 마음에 두고 있다"며 "아이들이 '여기에 (엄마나 아빠가) 안 온다고 돌아가신 건 아니지요?'라고 종종 묻는다"고 설명했다. 얘기를 듣던 박 대표는 "아이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대표는 약 1시간20분간 보육원을 둘러본 후 "여러분 안녕, 좋은 새해 되길 바래요"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보육원을 떠났다.

'오늘 여당과 나머지 야당들이 본회의를 연다는데'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뭘 여기까지 와서 정치 얘기를…(하느냐)"이라며 입을 닫았다.

이날 한나라당은 목도리 외에도 스팀 청소기, 과일과 떡 등을 보육원에 전달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원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브이(V)자'를 해보여 눈길을 끌었다.

'브이자를 하고 찍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권유에 박 대표는 원생들에게 "내년은 승리하는 해예요"라며 두 손가락을 활짝 폈다. 원생들의 새해를 축복한다는 뜻도 담겨있지만, 내년은 박 대표가 시작한 사학법 장외투쟁의 승패가 갈릴 시점이기도 해 박 대표의 '브이'는 의미심장해 보였다.

앵클 부츠 5번 벗고 신고
[이모저모] 박근혜 대표가 보육원 찾던 날

▲ 30일 지온 보육원을 방문한 박 대표는 보육원의 곳곳을 둘러보느라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발목까지 올라온 앵클 부츠를 벗어야 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아이고, 구두를 또 벗으시게 됐네요. 번거로워서 어쩌나…"

박근혜 대표가 신은 앵클 부츠가 새삼 주목을 받았다.

30일 지온 보육원을 방문한 박 대표는 보육원의 곳곳을 둘러보느라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신발을 벗어야 했다. 눈이 온 탓에 이날 박 대표가 신은 구두는 발목까지 올라온 앵클 부츠.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올라갈 때마다 박 대표가 손수 부츠 지퍼를 내려 신발을 벗자 주위에선 안절부절 못했다.

박 대표를 안내하던 박국자 원장과 박 대표 곁에 서있던 이들은 건물을 옮겨 다닐 때마다 "어떡하죠, 또 신발을 벗으시게 돼서…",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말씀을 드릴 걸", "그냥 신발 신고 들어가시죠"라며 박 대표에게 거듭 죄송하게 됐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박 대표는 거듭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며 불편할 것 없다는 듯 구두를 벗고 신었다. 박 대표는 이날 구두를 5번 벗고 신었다.

일부 참석자는 박 대표와의 '사진 한 장'을 위해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원생들과 박 대표가 단체로 인사를 나눴던 보육원 강당. 박 대표가 원생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나서 의자에 앉자 박 대표의 옆자리가 빈 틈을 타 한 남자가 잽싸게 박 대표의 곁에 바짝 다가가 앉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카메라를 든 이가 나타나 얼른 셔터를 눌렀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한 구의원이었다.

유영 구청장은 보육원 도서관을 방문한 박 대표에게 "저기(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곁)로 들어가서 사진 한 장 찍으시죠, 그림이 좋네요"라고 '기획 촬영'을 권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박 원장은 일부 원생들이 박 대표를 낯설어 하자 "아니, 너희들 이분이 누구신지 알아? 얘들아 대표님하고 악수하면 손씻지 말아야돼"라며 우스개를 던졌다. 박 원장의 말이 부담스러웠던지 박 대표는 "아니 아이들에게 손 열심히 씻으라고 가르치셔야지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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