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따스하고 지혜롭게 비춰주는 도시락

[서평] <마음의 도시락>을 읽고

등록 2005.12.30 17:17수정 2005.12.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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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리석음에서 지혜를 얻는다. 지혜를 얻기 위해 남이 보기에 간혹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지혜를 얻기 위해 고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점에 가보면 교훈적이거나 지혜를 담은 책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리고 우화를 통해 웃음과 살아가는 방법을 은연중 알려주는 책들도 많이 나온다. 이것저것 뒤지다보면 눈에 띄는 책들도 있고, 그냥 대충 넘어가는 책들도 있다. 그러나 우화의 성격을 지닌 책들은 내용이 가벼우면서도 깊이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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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도시락> 겉표지. ⓒ 하늘연못

<마음의 도시락>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고쳐 쓴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대학시절부터 불교의 일화나 민담, 우화 등을 즐겨 읽어 왔다는 저자는 베트남, 캄보디아, 티벳, 마케도니아,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다정다감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다.

여기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도 들어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들어있다. 민담이 그렇듯이 우리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다른 나라에도 비슷하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흔 가지 거짓말 이야기'나 '소나기와 소내기' '엘리스와 원숭이' 같은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 <마음의 도시락>의 특징은 이야기의 다양성에 있다. 부자의 이야기도 있고, 가난한 사람의 이야기,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 현자의 이야기 같은 인간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들이 시공간을 뛰어 넘어 있지만 동물들을 통한 우화도 있어 이야기의 맛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나무껍질의 욕심'이라는 우화를 보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보잘것없는 한 조각의 나무껍질이 있었다. 어느 날 나무껍질은 쓸모없이 누워있기만 한 자신의 존재가 따분하여 신에게 사람이 되어 일하고 싶다는 간청을 하자 신이 나무껍질의 소원을 들어준다.

사람이 된 나무껍질은 한동안은 열심히 일하지만 늘 일만 하고 살림걱정만 하는 자신의 생활에 짜증이 나 다시 신을 찾아가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청하자 신은 그 부탁을 들어준다. 부자가 된 그는 점차 사람들의 환대와 부러움을 받자 점차 거만한 생각이 들어 절대 권력자인 임금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신을 찾아가 부탁을 한다.

"제발 저를 임금이 되게 해주십시오. 부자는 돈만 많지 실속이 없습니다. 제가 왕이 된다면 한 나라의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한 손에 쥘 수 있으니 행복해질 수 있을 겁니다. 그 이상은 바랄 게 없습니다. 제발 한 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네?"

신은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부자의 청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부자의 욕심은 끝이 없어 다시 신을 찾아가 신이 되면 만족하겠다고 신(神)에게 간청을 했다. 그러자 신은 더 이상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왕이 된 부자를 본래의 모습인 나무껍질로 되돌려버렸다.

어쩌면 끝없는 권력과 명예를 탐하고, 부를 탐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저 나무껍질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네덜란드의 한 미망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남편이 죽은 뒤 여러 척의 배를 가지고 혼자 살고 있는 허영심 많은 미망인은 선장에게 일 년 기한을 주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구해다 달라고 한다. 일 년 후, 선장은 아무리 찾아봐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없다며 대신 밀을 가져왔다며 미망인에게 보여주었다.

"발트해의 어떤 항구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곡식 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지요. 밀 이삭이 바람에 흔들려서 파도처럼 물결치고 있더군요. 그 위로 태양이 황금빛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저는 우리가 매일 먹는 빵을 만드는 곡식만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거룩한 것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에 가득히 밀을 싣고 왔습니다."

선장의 말에 화가 난 미망인은 밀을 모두 바다에 던져버리고 신이 주신 거룩한 것을 버린 벌로 미망인 몇 년 후에 거지가 되어버린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기에 오히려 그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소홀히 여기는 물과 공기 그리고 밥.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것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앞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가 바로 <마음의 도시락>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이다.

맹자는 "거울은 얼굴을 비추고, 지혜는 마음을 비춘다"고 말했다.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즈음에 지혜가 가득한 따스한 도시락을 꺼내 먹으면 어떨는지.

마음의 도시락

김우진 엮음,
하늘연못,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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