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합격'하고 싶습니다

등록 2005.12.30 17:23수정 2005.12.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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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 찾아가는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오늘 매우 흥미로운 여론 수렴 '폴'(Poll)의 창이 떴습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묻는 제목은 '새해엔 이런 말 정말 듣고 싶지 않다!'였고 예시된 문항은 모두 일곱 개였습니다.

그 일곱 개를 보자면 우선 "너, 옛 애인 결혼한다더라"로 시작하여 (새해엔) "주가 하락세 이어질 듯"이 그 뒤에 있었고 "너 살쪘지?"와 "OO님은 불합격하셨습니다"에 이어 "올해는 연봉 동결입니다", 그리고 "결혼 언제 하니?"와 "너, 올해 운세 정말 사납대"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네티즌들의 가장 표를 많이 받은 것은 역시나 "OO님은 불합격하셨습니다"라는 항목이더군요. 저도 그 곳에 한 표를 행사했는데요. 저야 낼모레면 이제 오십줄에 들어서는 중늙은이인 터여서 제 옛 애인이 결혼을 한다든가 살이 찌는 것 또한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올해는 연봉 동결입니다" 역시 저로서는 비정규직인 지라 해당사항이 없기는 매한가지고요. 그렇지만 "너, 올해 운세 정말 사납대"라는 문항은 "OO님은 불합격하셨습니다"라는 문항과 더불어 새해엔 반드시 피하고만 싶은 저의 바람입니다.

올 한 해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전 사업의 실패 후로 빈곤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후로는 당최 그 수습의 가닥이 여전히 여의칠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어렵기는 말 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불합격의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거라고나 할까요.

가난한 집엔 제사만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 요즘엔 여식마저 그동안 잘 있었던 서울의 모 대학 기숙사에서 조만간 나와야만 하는 처지에 봉착하는 관계로 여간 고심이 아닙니다. 내년의 신입생들이 그 대학 기숙사에 진입하는 관계로 랜덤 순위에서 밀려난 탓입니다. 얼마 전 제대한 아들도 상경하여 직장을 잡긴 했으나 변변한 방 한 칸을 마련해 주지 못 하고 있는 점 또한 이 못난 아비의 맘을 후벼 파는 자괴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과 같은 연말연시가 되면 토정비결 내지는 점(占)으로서 한 해의 운수를 살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한 건 모두가 미신이라 하여 터부시 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 몇 년새 너무도 가파른 빈곤으로 점철된 굴곡의 험산준령만을 넘어오다 보니 가끔은 '내 팔자는 왜 이리도 기구할까?'와 더불어 '이처럼 못 사는 건 아마도 내가 전생에 죄를 무척이나 많이 지은 건 아닐까?!'란 화두에도 접근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누군가는 하는 일마다 다 잘 됩니다. 하지만 저는 왜 그런지 하는 일 마다 늘 그렇게 연전연패와 헛발질만 해 왔습니다. 오늘 방금 전에 여식에게 용돈을 송금해 주고 왔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오늘 역시도 얼마 안 되는 돈을 부쳐주려니 그만 또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누구라도 새해에 거는 기대와 소망이 있을 겁니다. 저의 새해 소망은 올해와는 달리 사랑하는 여식에게 용돈을 맘껏 보내주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동안 제 앞을 찰거머리처럼 가로막고 있는 빈곤의 숲을 헤치고 그동안 사납기 그지 없었던 저의 운세 또한 피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새해엔 반드시 빈곤의 현실이란 '불합격'의 벽을 넘어 '부(富)의 창조'라는 합격점에 도착하고만 싶은 것입니다. 그러한 합격의 꿈을 이루려면 제가 더욱 노력을 경주해야만 하겠지요.

지난 날 여식이 현재의 대학에 합격하고자 만날 새벽 두 시까지 면학에 정진한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그리 하다보면 '고진감래'의 귀결처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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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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