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안규리 서울대의대 교수가 '황우석 사태' 속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교수는 최근까지도 황 교수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29일 뒤늦게 평화방송에 보낸 고백 형식의 e-메일을 통해 자신도 줄기세포의 존재를 믿고 있었던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안 교수가 황 교수팀의 2005년 논문에서 조직적합성항원(HLA) 검사 등을 주도했던 점을 감안하면 안 교수의 이번 주장이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진위를 밝히려면 DNA 지문분석과 함께 또 다른 검증방법인 HLA 검사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HLA 검사과정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의 공식 발표는 아직까지 없었다.
일단 2005년 논문을 보면 `HLA 검사'는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명희 교수와 안규리 교수팀에 소속된 김재영 연구원이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HLA는 사람의 '지문'에 해당될 정도로 사람마다 크게 다른 세포표면물질을 말하는데 골수 및 장기 등을 이식할 때 면역 거부반응 유무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보통 HLA 검사에서 각 쌍의 HLA 자료가 동일하게 나오면 거의 99.9% 이상의 정확도로 동일한 세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박명희 교수는 "2월말에 2, 3번 줄기세포에 대한 HLA 검사를 한 뒤 3월22일 나머지 줄기세포들에 대해 HLA 검사를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황 교수팀이 논문을 제출한 3월 15일 이후에 대다수 줄기세포의 HLA 검사가 이뤄진 셈이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29일 평화방송에 보낸 e-메일을 통해 "2005년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HLA 검사의 시작과 결과 제출은 논문이 이미 사이언스에 제출된 후"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 교수의 이 말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
박 교수에 따르면 HLA 검사에 필요한 DNA 시료를 안 교수 소속 연구원이 직접 건넨 뒤 검사결과도 이 연구원이 되가져 갔다. 또한 최소한 2, 3번 줄기세포에 대한 HLA 검사결과는 논문이 투고되기 1개월 전께 나옴으로써 HLA 검사의 시작과 결과가 논문 제출 후에 이뤄졌다는 안 교수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설사 안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박 교수가 실시한 HLA 검사를 왜 논문 제출 후에 다시 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안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황 교수팀의 한 연구원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안 교수를 잘 안다고 밝힌 이 연구원은 "DNA 지문분석 이상으로 맞춤형 줄기세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HLA 검사'를 안 교수가 주도했다"면서 "이는 서울대 조사위가 조사를 해보면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05년 논문저자 가운데 면역학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안 교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안 교수가 HLA 검사를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안 교수가 HLA 검사를 한 만큼 그동안 줄기세포의 진위 자체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박명희 교수는 "안교수 팀의 연구원으로부터 DNA 시료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이게 줄기세포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아마도 동일한 체세포를 쌍으로 넘겨받았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의 면역학 교수는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안 교수는 논문이 제출될 당시 직접 HLA 분석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소속 연구팀원을 통해 작업 자체를 관장하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사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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