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사 신상정보 마구 전송... "행정편의주의 단면"

전교조 "정보인권 마인드 부족 드러내"... 교육부 "삭제 조치하겠다"

등록 2005.12.30 17:27수정 2005.12.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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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보낸 문서. 이 문서를 일부 시도교육청은 모든 일선 학교에 다시 전송했다. 이 문서에는 전국 848명의 교사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주소 등이 기재되어 있어 개인신상정보 유출 우려를 낳고 있다. ⓒ 장재완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사 800여명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신상정보가 담긴 엑셀파일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보인권에 무감각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시도교육청은 이 파일을 첨부문서로 각급 일선학교에까지 그대로 내려 보내면서 해당 교사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 3월말까지 교사와 학생 등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통일부가 실시하는 '금강산 체험연수' 행사에 참여할 대상자를 추천해 달라고 지난 주 전국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통해 통보했다.

이 공문에는 통일연수 대상자 추천 일정과 함께 연수계획, 추천자명단 양식 등이 첨부됐다. 또한 통일교육원 연수를 마치고 이번 연수에 우선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교사와 후순위 교사 등 모두 848명의 명단도 함께 첨부해 발송했다.

문제는 이 문서에 교사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신상정보가 그대로 담겨있는 것. 특히 대전광역시 교육청 등 전국 5개 교육청은 이 문서를 일선 초·중·고에 일괄적으로 전송하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한 교사는 "우선추천 대상자가 누구인지만 확인하면 되는데도, 전국으로 교사 개인의 신상정보를 그대로 전송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또 "공공기관 공문이라 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문서는 언제, 어떻게 유출될지 모르는 위험이 있다"며 "불필요한 정보까지 담아 일선 학교에까지 보낸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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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이 일선 학교 등에 내려 보낸 '금강산 교사 체험 연수 대상자 추천' 공문. 이 문서와 함께 첨부문서로 '통일부 추천 우선 순위자 명단'이 일선 학교에 까지 발송됐다. ⓒ 장재완

교육인적자원부와 대전시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이 명단은 학교장이 해당교사를 연수에 참여토록 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교사의 이름과 학교 정도만 확인하면 될 문서였다.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가린다든지, 각 해당학교 또는 해당지역 교사들만을 따로 추출해 보냈어야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공문서이기 때문에 유출될 가능성이 적고, 또한 혹시 유출이 된다고 하면 유출시킨 사람의 책임"이라고 하면서도 "가능하다면 지적대로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거나, 해당 지역 명단만을 전송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다만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교육부의 사전지도가 부족했고, 해당 교육청 관계자의 불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전국에 즉시 공문을 보내 관련파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도 "상급기관의 공문이다 보니 임시로 변경할 수 없어 그런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관련파일을 참고 후 폐기하도록 공문을 통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교조대전지부 송치수 사무처장은 "이번 사건은 교육당국의 '정보인권'에 대한 마인드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지도점검을 통해 철저한 정보보호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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