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해력은 '자신 없음'

편혜영 소설집 <아오이 가든>

등록 2005.12.30 19:30수정 2005.12.3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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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려고 ‘책동네’ 게시판에 새 책을 신청했다가 받아둔 뒤에 난감해질 때가 있다. 신청할 때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받아들고서 더 읽어나가기가 힘겨워질 때 그렇다. 편혜영씨의 단편소설들이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이렇게 낯설 수가… 이렇게 까다로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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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설집 <아오이가든> 앞표지 ⓒ 문학과지성사

소설을 공부하고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낯선 소설 속으로 들어가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편혜영의 <아오이가든>(2005년 7월 29일 문학과지성사 펴냄)을 읽으면서 “왜 편편마다 이런 분위기인가?”하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한두 편이 그런 줄 알았는데 전체가 그렇다. 사체(死體)가 편편 등장하지만 추리소설도 아니다. 차라리 기괴한 분위기의 장편소설 한 편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의 세상은 다 병들어 있다. 그리고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다 이상하다. 이상한 병에 걸려 있으며, 더러운 짐승 수준이다. 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가만히 죽을 때를 기다리며 죽어가고 있다. 이상한 등장인물들을 묘사한 내용을 따라 가다 보면, 사람이 아니라 병에 걸린 더러운 짐승들을 보는 느낌이다.

‘소설을 이상하게 쓰면 그게 앞서 가는 소설인가?’ 나는 편혜영의 <아오이가든>을 읽으며 그런 의문점에 부딪혔다. 그 의문점은 너무도 강력하였다. 그리고 그로테스크 모양의 소설도 한두 편이지, 전체가 그러하니 읽어나갈수록 난감해졌다. 소설이 있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라면, 편혜영의 소설은 상식적으로 볼 때 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따른다.

세계가 더럽혀지고 더럽혀져 오염 말기에 이르렀을 때의 모습이라면, 그것은 환경 정화 운동이 전혀 없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혹 그런 세상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런 데 다가서는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아오이가든>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한밤 또는 한낮에 꾼 꿈에서나 펼쳐지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비슷할 것이다. 비현실적이다. 사족(蛇足)을 달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독해력 수준에서 비평하는 것일 뿐, 이런 소설을 좋아할 독자도 세상에는 있을 것이다. 편혜영의 퍽이나 낯선 실험소설에 관한 나의 독해력은 ‘자신 없음’이다.

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
문학과지성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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