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시민기자의 겁 없는 약속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면서 후원의 반경을 넓혀 갑니다

등록 2005.12.31 16:40수정 2006.01.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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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께서 '자녀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으신가?'는 질문을 받고는 '유니세프 후원 영수증을 물려주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대통령의 마음이 그러하시다면 우리 국민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대통령을 모시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에 관련된 그 기사를 읽은 후 저 자신도 유니세프에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도처에 후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유니세프만 후원하게 된 게 아니라 후원은 이제 제 지출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습니다.

후원 지출이 많아지게 된 계기는 <오마이뉴스>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올해 처음 기사를 올리기 시작해서 원고료 수입이 한 달에 몇 만원씩 입금되자 겁도 없이 후원 지출을 늘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까이 꺼 뭐 원고료 받아서 내면되지."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모르는 단체에서도 후원을 부탁한다는 전화를 많이 받게 되었고 그때마다 이 초보 시민기자는 원고료 수입을 훨씬 초과하는 후원 부탁에도 선뜻 응답하게 되어 나중에는 후원 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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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에서 제작한 현판입니다. 사무실 입구에 걸려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요기 대상입니다. ⓒ 장태욱

전화는 대부분 장애인 단체에서 걸려왔습니다. 물건을 사 달라는 부탁이 대부분인데 이제 집에는 그런 방식으로 구입한 물건들이 대부분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급기야 후원 약속을 너무 많이 했다 싶어서 '다음에 사드리면 안될까요?'라고 물으면 '물건은 먼저 받으시고 결재는 천천히 해도 된다'든가 아니면 '겨울을 나기 어려우니 꼭 한 번만 도와주시라'고 부탁하면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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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만들었다는 나무 그릇입니다. 찐 고구마를 담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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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더불어사는 사회'입니다. 부탁을 받고 정기구독은 했지만 내용은 거의 읽지 못했습니다. ⓒ 장태욱

그런데 전화는 한 군데가 아니라 비슷한 여러 군데의 단체에서 번갈아가며 걸려옵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지내는 단체들이 참 많이도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각자 따로 따로 후원을 받는 것도 약간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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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포장해서 보냈다는 상황버섯 차입니다. 받은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 시식도 못했습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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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용, 조의용 봉투입니다. 이 봉투 다 사용하려면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잘 찾아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 장태욱

제가 오늘 엄살을 많이 떨었습니다만 이 정도의 후원은 응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단체들이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제각각 후원자를 모집해야 하는 효율적이지 못한 운영체계는 빨리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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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구입한 물건인데 속에는 한방비누가 들어 있습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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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한방비누 15장이 들어있고 9만원인데 그나마 집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 아내에게 구박은 덜 받았습니다. ⓒ 장태욱

새해에는 더 좋은 기사를 많이 작성해서 더 많은 이웃들을 위해 후원의 반경을 넓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일하시는 많은 분들, 새해에는 좋은 일들 많이 만나세요.

덧붙이는 글 | 원고료는 전액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현애자 의원> <예수전도단 조경분 간사> <유니세프>를 후원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원고료는 전액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현애자 의원> <예수전도단 조경분 간사> <유니세프>를 후원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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