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생 아들 공사 합격 비결은 '바지바람'

요즘은 치맛바람보다는 바지바람

등록 2005.12.31 18:54수정 2006.01.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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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물어봐. 삼수해서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부자 간에 알아서 해."
"재수해서 대학에 들어갔으면 됐지. 안 되는 사관학교를 삼수해서 간다고?"

학기 초에 재수를 한 아들을 두고 삼수하는 문제를 놓고 아내와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아들은 공군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고배를 마시고 일반대학에 응시하여 합격하였지만 삼수를 해서라도 원하는 공군사관학교에 가겠다는 것입니다.

사기가 떨어질 만큼 떨어진 아들의 늘어진 어깨를 도닥거리면서 아내에게 설득작전을 하였습니다. 어쩌면 뼛골이 녹을 만큼 혹독하겠지만 아들의 미래를 위해 한해 더 기회를 주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그랬었던 우리 부모님들처럼 어느새 우리도 닮아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삼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삼수를 하는 아들은 용케도 힘든 나날을 잘 참고 고비 고비를 잘 넘겨 나왔습니다.

"알아서 해. 정말이지, 내년에 또 이런 꼴 당하는 것 생각해봐. 돈 버려, 시간 버려…."
"꼭 그렇게만 생각해? 아들의 간절함을 믿어 봐. 잘 할 거야."

어르고 달래고 그렇게 일 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8월에 공군사관학교 1차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2차 시험도 통과했습니다. 2차 시험 중에 공군사관학교의 신체검사는 엄격하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일럿 후보를 위한 선발과정이니 많은 수험생들이 여기서 고배를 마십니다.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틈나는 대로 기가 꺾일까봐 격려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삼수 생활에서 오는 자신과의 싸움을 옆에서 힘을 북돋아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위해 성적 결과에 일희일비 않고 수능시험 막바지까지 평상심을 유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수능시험은 끝이 났습니다. 수능 발표를 앞두고 동장군의 맹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습니다. 수험생들과 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에 심술이라도 부리듯. 수능을 본 아들은 불합격을 대비해 추운 날씨에도 논술공부를 위해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떠났습니다.

아들은 떠나고 걱정스런 마음에서 공군사관학교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공사모'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아들과 채팅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채팅 상대의 성적이 아들의 가채점 점수와 똑같았습니다. 사는 곳도 전주로 전주에 정말 막강한 라이벌이 하나 있구나 라는 생각만 하면서 나는 학부모가 아닌 수험생으로 위장하여 채팅하였습니다.

설마 아들과 채팅을 하리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채팅을 하는 태도 또한 인터넷의 속성상 비속어가 난무하기 마련인데 예의바르게 존댓말로 대하는 것을 보고 심성도 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내를 통해 상대가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웃었던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해프닝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막강한 상대에 대한 긴장감은 그렇게 코미디로 정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합격자발표를 목전에 두고 초조한 시간은 어찌나 더디게 지나는지 아들은 빨리 결과가 나와서 마음이 평정이 되었으면 한다고 투정을 하곤 하는데 기다림은 지루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받아놓은 날은 어느새 다가왔습니다.

12월 23일 아침.

아침 8시를 기해 공군사관학교 최종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입니다. 공군사관학교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합격자 조회란이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아들의 이름을 올리고 주민등록 번호를 치고 엔터키를 눌렀습니다.

'58기 공군사관생도 최종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붉은 글씨로 선명하게 올라왔습니다. 꿈만 같았습니다. 그렇게도 소원하던 파일럿이 되고픈 아들의 꿈이 조금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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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합격통지서와 그토록 소망하던 최종합격통지서 ⓒ 박인선

제일 먼저 시골에서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버지께 전화를 했습니다. 손자의 합격소식에 감격해 하며 기뻐하였습니다. 장모님께도 소식을 알렸습니다. 전화 받고 기쁨의 눈물을 쏟았습니다. "장하다. 어린 것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외손자 자랑에 몇 날을 보낼 것 같았습니다. 한 해 동안 친자식처럼 돌보아온 처형 내외와 3학년 때 담임선생님 등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습니다.

축하 전화로 하루 종일 그렇게 보냈습니다. 아내는 일 년이 몇 년 같았을 텐데 합격소식으로 응어리가 한꺼번에 내려앉았을 것입니다. 아들은 최종합격으로 불합격에 대비해 하던 논술공부도 마감을 하고 귀향을 하였습니다.

"아빠, 요즘은 '바지바람'이래요."
"바지바람? 바지바람이 뭔데?"
"요즘은 치맛바람보다는 바지바람이 훨씬 위력이 있데요."
"아니, 아들은 언제 그런 소리를 들었어?"
"인터넷에 나왔어요. 그걸 보면서 나도 아빠의 바지바람 인정했어요."

옆에 있던 아내가 거들었다.

"그래. 너의 합격, 니네 아빠의 바지바람 덕분이란 거 인정한다. 공사모에 수험생보다 더 많이 들락거렸을 거다."
"아니 그 말 진심이야?"
"그래 못 말리는 바지바람의 위력. 이번엔 톡톡히 빛을 보았지."

2006년 1월 20일은 공군사관학교에 가 입교하는 날입니다. 민간인에서 사관생도가 되기 위한 훈련과정입니다. 아들은 삼수생, 아니 이제는 공군사관생도로서 대한민국의 영공수호를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치겠다는 각오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파일럿이 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킨 아들에게서 비록 긴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한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낍니다.

가입교의 혹독한 훈련을 무사히 잘 마치기 위해 차가운 바람을 가르면서 힘차게 체력을 다지는 아들은 이제 보라매가 되기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을 힘차게 내디디면서 희망의 나래를 힘차게 펼칠 것입니다. 아들과 함께 공군사관학교에 합격한 예비사관생도들의 나라사랑의 굳건한 신념, 그 뜻이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파일럿의 꿈을 키우기 위한 아들의 공군사관학교 도전 과정을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희망과 용기는 젊은이들만의 자산입니다. 굴하지않고 합격을 이끌어내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파일럿의 꿈을 키우기 위한 아들의 공군사관학교 도전 과정을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희망과 용기는 젊은이들만의 자산입니다. 굴하지않고 합격을 이끌어내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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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서 8년, 예술작업공간을 만들고, 버려진폐기물로 작업을하는 철조각가.별것아닌것에서 별것을 찾아보려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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