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 살리는 일이 남은 사람들의 몫"

[현장] 고 전용철·홍덕표씨 범국민장이 열린 광화문과 여의도

등록 2005.12.31 18:57수정 2005.12.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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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농사는 이제 그만... 고 전용철씨와 홍덕표씨의 영정이 장지로 떠나기 전 지난 11월 15일 경찰의 과잉진압이 있었던 여의도 문화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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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린 '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 범국민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통령이 참석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농민들이 다시는 이 땅 위에 피를 뿌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번 농민의 죽음이 시작이요, 마지막이길 바란다"

지난달 15일 여의도 농민시위 도중 숨진 고 전용철·홍덕표씨를 위한 기도에는 슬픔과 비장감이 서려있었다.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홍덕표 살해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31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에서 '농민열사 고 전용철·홍덕표님 범국민장'을 열었다. 고 전용철, 홍덕표씨가 세상을 떠난지 각각 37일, 15일 만이다. 이날 범국민장은 발인과 광화문 영결식, 여의도 국회 앞 노제 순서로 이어졌다.

고 전용철씨의 발인식이 진행된 서울대학병원 영안실 2층 분향실 앞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조문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날 장례식에는 고 전용철씨 유가족을 비롯해 범대위, 보령시 주민과 시청 공무원, 민노당 관계자, 학생 등 약 300여명이 참석했다.

오전 9시, '농민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전씨의 유해가 밖으로 나왔다. 농민가는 전씨가 생전에 즐겨불렀던 노래다. 전씨의 누이 전춘자씨는 통곡했고 형인 용식씨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조문객들은 '아스팔트 농사', '임을 향한 행진곡' 등 투쟁가를 부르며 고인의 영정을 뒤따랐다.

전씨는 사망한지 36일 만에야 서울대병원을 떠날 수 있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이상무 보령시농민회 회장은 "연말 술자리에 함께 있어야 할 용철이가 죽어 너무 슬프다"며 고인에게 작별의 인사말을 건냈다.

서울대병원을 떠난 전용철씨 가족과 조문객들은 광화문 사거리로 향했다.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전씨와 홍씨의 합동영결식이 진행됐다.

한편 고 홍덕표씨의 유해는 같은 날 오전 7시 김제 새만금 장례식장에서 발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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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 범국민장' 참가자들이 고인들의 영전에 헌화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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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와 정부종합청사가 바라보이는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31일 오전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합동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씨의 아들 "자식, 대학 보내기 위해 흙과 사셨던 아버지..."

"아버지는 내가 24시간 내내 팔과 배, 다리를 주물러야 잠이 드셨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그랬을까요. 이제는 아프지 말고, 편하게 잠드세요."

광화문에서 진행된 영결식에 참석한 고 홍덕표씨의 장남 성기씨는 눈물과 애도로 아버지를 떠나 보내야 했다. 그는 "아버지는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한 평생 흙 위에서 삽, 괭이를 들고 사셨던 분"이라며 "효도 한 번 못 해드려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 전용철씨의 형 용식씨는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부를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는 백성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짐승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또 "이제는 정부가 농업의 근본적 회생을 대화로써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경식 범대위 공동대표는 호상인사말을 통해 "두분의 의로운 죽음이 우리 농민들의 가슴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희망의 등불이 되도록 만들어 가겠다"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약 1500여 명의 시민과 노회찬, 권영길, 강기갑 등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 김세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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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장례식에 참석한 3,000여명의 농민, 노동자, 학생들이 여의도 문화마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제에 참석한 3천여명 "열사정신 계승하여 식량주권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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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과 상여 행렬이 여의도 국회앞을 지나 노제가 치뤄질 여의도 문화마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노제(거리제)가 진행됐다. 여의도 문화공원은 지난 11월 15일 두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부상을 입은 농민시위 현장이다. 노제에 참석한 약 3000명의 시민들은 여의도공원 인근 중소기업협동조합 건물에서 출발해 국회 앞 도로를 한 바퀴 돈 뒤 여의도 문화공원에 집결했다. .

장례 행렬에는 상복을 갖춰 입은 한양대·경희대 등 한총련 소속 대학생 50여명이 "농업의 근본회생 대책을 마련하라", "농민열사 한을 풀자"고 쓰인 만장을 들고 앞섰다. 만장 뒤에는 노랗게 익은 벼를 한아름 안고 있는 고 전용철·홍덕표씨의 초상화가 따랐고,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보령농민회, 김제농민회 등은 "열사정신 계승하여 식량주권 지켜내자"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노제 추모사를 통해 "농민들의 절규, 한숨, 실의가 두 농민과 함께 갔으면 좋겠다"며 "두 고인이 바랐던 한국농업을 주권농업으로 만드는 일은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떨구던 김지희(33·강원도 회성 농민)씨는 행사가 끝난 뒤 "계속 미뤄왔던 장례식을 드디어 치르게 돼 고인들에 대한 미안함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씨의 유족 춘자(누이)씨는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고 전용철씨는 이날 오후 4시경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묻혔다. 또 고 홍덕표씨는 4시 30분 고향인 김제에서 하관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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