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도 이장님이 생겼어요!

3여년만의 요청으로 화순 청전아파트가 '일심리 6구마을'로 분구한 사연

등록 2006.01.15 20:27수정 2006.01.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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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마을의 역사적인 초대 이장을 선출하는 데 그냥 지나칠순 없겠죠? 이장에 입후보한 세분이 선거를 마치고 마을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자며 손을 모으셨습니다.

마을의 역사적인 초대 이장을 선출하는 데 그냥 지나칠순 없겠죠? 이장에 입후보한 세분이 선거를 마치고 마을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자며 손을 모으셨습니다. ⓒ 박미경

지난 13일 저녁 7시 30분 우리가 사는 청전아파트 마을문고 독서실은 평상시와 달리 환하게 불이 밝혀졌습니다. 이날 마을 독서실에는 김정모 청전아파트 주민자치위원장과 이정희 위원장을 비롯한 일심리 6구마을 개발위원들과 아파트 주민 등 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 5일 화순군의 행정구역조정에 따라 일심리 6구 마을이 새로 생기면서 초대 마을이장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이날 이장선거에서는 박정자, 안정희, 변재홍씨 등 3명이 입후보해 변재홍씨가 마을개발위원 15명의 과반수인 8표를 얻으면서 초대이장에 선출됐습니다.

a 우리 마을 변재홍 초대 이장님이세요.

우리 마을 변재홍 초대 이장님이세요. ⓒ 박미경

초대이장으로 선출된 변재홍씨는 "분구를 통해 형성된 마을의 초대 이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마을주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 하겠다"며 "청전아파트를 화순관내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변재홍 이장은 "현재 우리 청전아파트는 놀이터 보수와 자전거 보관대, 유산각 설치 등이 시급하지만 주민들의 힘만으로 하기엔 벅차다"며 "군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받으면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화순군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마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692세대로 구성된 청전아파트는 당초 단독주택 400여세대와 한 개의 행정리로 묶여 지난 4일까지는 일심리 4구로 불려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일, 화순군의 행정구역조정에 따라 단독주택세대와 아파트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일심리 6구'라는 이름을 갖게 됐지요.

이날 이장선출을 위해 모인 15명의 개발위원들 대부분은 1996년 청전아파트가 첫 입주자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아파트에서 살아온 청전아파트의 토박이들입니다. 아파트 동대표나 라인장을 맡으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아파트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지요.

저희가 사는 청전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건설사인 C사가 부도를 내면서 주민들의 결속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습니다. 아파트 건설사가 부도가 나고 임대기간인 5년 전 갑자기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아파트에 사는 3000명의 주민들은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회사가 갑자기 파산하게 되면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임대보증금도 다 회수하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주민들은 C사가 분양을 결정하고 대부분의 세대가 분양을 받으면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던 지난 2003년부터 김정모 주민자치위원장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단독주택세대와 분리해 단독마을을 형성해 달라며 3년여간 화순군에 줄기차게 요구해왔습니다.

물론 저희가 사는 화순읍이 화순군 전체인구 7만4천여명의 60%가 넘는 4만3천여명이 밀집돼 있고 아파트세대가 1만여호나 되는 관계로 아파트만의 독자적인 행정리를 갖는데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단독행정리로 독립시켜달라는 아파트들의 요구를 들어주다보면 화순읍에 있는 10여개가 넘는 아파트들을 다 행정리로 독립시켜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이장 정원도 늘려야 하는 등 예산관계가 수반된다"는 화순군의 입장이 맞물렸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찌됐든 3년여에 걸친 주민들의 분구요청이 받아들여져 저희 아파트는 일심리 4구로 부터 분리돼 지난 5일자로 '일심리 6구마을'이 되었답니다. 공동주택(아파트)이라는 이유로 아파트내의 도로보수 등 주민 공동시설에 대한 화순군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주민들의 요구를 행정기관에 알리고 필요한 부분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독립마을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민들 의견이 뜻을 이룬 것이지요.

김정모 청전아파트 주민자치위원장은 "청전아파트 주민들도 화순군에 주소지를 두고 주민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하는 화순군민"이라며 "한 개의 공동주택이 자연부락보다 훨씬 많은 세대수를 갖고 있어 단독마을로서 행정리를 형성하는 것은 아파트 자치회와 주민들의 숙원이었다"고 말합니다.

김 위원장은 "자연부락 등 행정리는 마을 안길을 포장해도 군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데 아파트 등은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서 "이는 같은 화순군민으로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기에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분구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을 분구를 위해 뜻을 모아준 주민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희 청전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5일 분구가 확정되자 6일 아파트 동대표와 라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아파트 동대표와 라인장들을 중심으로 15명의 개발위원을 선출하고 개발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개발위원회에서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이장후보 등록 공고하고 12일 등록을 마감한 결과 박정자씨와 안정희씨, 변재홍씨 등 3명이 일심리6구 마을이장에 입후보했답니다. 13일 열린 이장선거에서는 변재홍씨가 8표를 얻으면서 일심리 6구 청전아파트 마을 초대이장에 당선됐습니다.

갈수록 농촌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농촌지역인 화순을 지키며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마을을 형성하고 이 지역에 터를 박고 살아가려는 저희 아파트 자치위원장님과 새로 당선된 이장님, 그리고 개발위원님들 모두 정말 멋진 화순군민들이지 않나요?

농촌에 무슨 재미로 살겠냐고, 농촌에 무슨 희망이 있겠냐며 농촌을 떠나는 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분들이 있기에 아직 우리 농촌이 살아있는 것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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