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있는 뮤지컬 <유린타운>

오줌을 눌 수 있는 자유를 찾아, 오줌 마을 사람들 이야기

등록 2006.01.20 15:20수정 2006.01.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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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ine 오줌 urine 오줌 urine 오줌 urine 오줌 urine 오줌...'

영어 시험에도 잘 나오지 않는 이 단어를 이렇게 여러번 종이에 써가며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난 3년 전쯤 이 단어를 다시 만났다.


유린 타운(urine town)? 유린 타운이 뭐하는 동네지? 유린이 뭐지? 유린? 설마 오줌? 참 당황스러웠다. '오줌 마을'이라고? 아니, 어떻게 뮤지컬 이름이 '오줌 마을'일 수가 있지? 그렇게 유린 타운을 처음 만났다.

a 오줌 누려면 줄을 서세요

오줌 누려면 줄을 서세요 ⓒ 신시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유린 타운>은 물 부족으로 인해 공공 화장실(정부가 공인하고 개인이 운영하는)만을 사용해야 되는 마을 이야기다. 문제는 이 공공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선 돈을 내야만 한다는 것.

가난한 사람들은 그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돈을 준비하지 못해 남들 몰래 으슥한 곳에서 오줌이라도 누게 되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경관들에게 붙잡혀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린 타운'으로 보내진다.

공공 화장실을 운영하는 '배설 주식회사'는 화장실 요금을 인상하고 결국 시민들은 참다 못해 폭동을 일으킨다. 결국 주동자였던 동네 젊은이가 목숨을 잃고 폭동은 성공한다. 그리고 사장의 마음씨 좋은 딸이 배설 주식회사를 운영한다.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내 생각에 이 뮤지컬의 핵심은 마지막이다. 그저 위의 내용대로 끝나 버렸다면 그저 그런 해피 엔딩 뮤지컬이 되었을 테지만 이 뮤지컬이 기억에 남는건 마지막 반전 때문이다. 마지막 해설 부분을 보면 악덕 사장은 없어지고 마음씨 좋은 딸이 새 사장이 되어 공공 화장실은 무료가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행복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더 불행해 질 뿐이다. 화장실이 무료가 되자 물 부족은 점점 더 심해질 뿐이고 거리 여기저기엔 오물이 넘쳐난다. 그들은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전 사장이 썼던 악덕한 방법이 나았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그 딸 역시 아버지의 방법을 따르게 된다.

이 얼마나 슬픈 내용인가. 행복해지기 위하여, 진정 자유를 얻기 위하여 시민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폭동 주동자였던 꿈많은 젊은이가 죽는다. 폭동은 성공했지만 결국 그들이 얻은 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아니 얻은 게 있다면 악덕했던 배설주식회사의 사장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통제되는 사회, 통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 사회 하지만 그렇게라도 유지되는 사회가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였다는 것이다. 통제가 없는 자유만으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a 가슴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봐요

가슴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봐요 ⓒ 신시뮤지컬컴퍼니

하지만 반대로 이 뮤지컬은 공연 내내 끓임없이 자유를 말한다. 자유를 찾아가라고 노래한다. 자신의 가슴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슴이 말하는 소리를 따라서 찾아가라고 한다. 자유를 찾으라고, 자유를 찾자고 말한다.

결국은 조금은 억압되었던 사회가 결국은 모두에게 가장 나았던 사회였다는 걸 알게되었지만, 만약 폭동이 없었다면, 진짜 가슴이 말하는 대로 움직여 보지 않았다면, 언제나 현실은 불만으로 가득한 곳이었을 것이다.

자유를 얻어보니, 100% 자유보다는 어쩌면 80%쯤의 자유가 낫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동의하는 것은 역시나 100%의 자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린타운>을 철학이 있는 뮤지컬이라고 말한다. 곱씹고 곱씹어 볼수록 가슴에 남는 게 있는 뮤지컬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어찌 만족스럽기만 할 것인가. 나름대로 철학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 뮤지컬이 이번에 공연되면서는 코미디 뮤지컬이란 이름을 걸었는데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유린타운>이 코미디 뮤지컬일수가 있는가? 웃기기 위해서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코너 중 일부를 공연 중에 넣었는데 그건 오히려 공연의 흐름만 방해할 뿐이다.

a 뮤지컬 <유린타운>

뮤지컬 <유린타운> ⓒ 신시뮤지컬컴퍼니

왜 모든 공연들을 코미디화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사람들이 재미있는 공연에 돈을 쓴다고 하지만, 그래도 자기 색깔을 가진 공연들은 그 고유한 색을 지켰으면 좋겠다.괜히 볼썽사나워지지 않도록 말이다.

<유린타운>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 제목 때문에 미국에서도 쉽게 공연장을 구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사실로 본다면 이 유린(urine)이란 단어가 풍기는 느낌이 우리말 '오줌'이 주는 느낌이랑 똑같다는 말일텐데, 왜 미국에서는 '오줌 마을'을 '오줌 마을'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오줌 마을'을 '유린 타운'이라는 말 속에 감추어 버리는 걸까?. 미국에서는 '오줌 마을'보러 가자고 말할텐데, 왜 우리는 '유린 타운'보러 가자고 말해야 하는 걸까?

덧붙이는 글 | 신시뮤지컬극장(대학로)
공연기간 12월 23일~2월 5일
공연시간 평일 8시/토,일요일 3시,7시(월요일 공연 없음) 
티켓가격 [본공연] R석 40,000원 / S석 30,000원

덧붙이는 글 신시뮤지컬극장(대학로)
공연기간 12월 23일~2월 5일
공연시간 평일 8시/토,일요일 3시,7시(월요일 공연 없음) 
티켓가격 [본공연] R석 40,000원 / S석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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