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생명 불어넣는 '조각가 김관수'

나무조각가 김관수, 고향 화순에서 21일~27일까지 작품전시회

등록 2006.01.22 10:01수정 2006.01.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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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무조각가 김관수씨의 작품전시회가 20일부터 27일까지 군민회관에서 열린다.

나무조각가 김관수씨의 작품전시회가 20일부터 27일까지 군민회관에서 열린다. ⓒ 박미경

‘무원’을 주제로 한 나무조각가 김관수(46세)씨의 작품전시회가 21일부터 오는 27일까지 화순군민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다.


전시회 첫날인 21일 오후 2시 김관수씨는 동료작가들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이곳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전시회를 꼭 대도시에 가야만 볼 수 있고 대도시에서만 해야 하는 건 아니지요. 문화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겁니다. 농촌주민들도 미술품을 감상하고 미술을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제가 태어나고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는 제 고향주민들에게 작품을 통해 인사도 드리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김관수씨가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서울과 광주에서 전시회를 연데 이어 다음 전시장소로 고향인 화순을 택한 이유다.

a 전시회 첫날 김경남 의원과 미술계인사, 지인 등이 참석, 고향에서 전시회를 여는 김관수씨를 축하했다.

전시회 첫날 김경남 의원과 미술계인사, 지인 등이 참석, 고향에서 전시회를 여는 김관수씨를 축하했다. ⓒ 박미경

이번 전시회에는 60여점의 조각들과 함께 고향인 화순의 운주사를 소재로 흙과 돌가루, 톱밥 등을 이용해 그린 ‘운주사’등 10여점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동복면 칠정리에서 태어난 김관수씨는 주로 나무의 뿌리를 이용해 나무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최대한 살려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김관수씨는 비틀어졌으면 비틀어진대로, 구부러졌으면 구부러진대로, 비바람에 패이고 벌레들에 의해 구멍이 났으면 패이고 구멍난 그대로 나무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나무라지 않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손이 닿은 나무는 비상을 꿈꾸는 용으로, 새벽을 알리는 수탉으로,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로 또는 쉴 곳 찾는 나그네를 기다리는 의자로, 자비로운 미소를 띤 부처로 변한다.

a 김관수씨(우측3번째)는 미술작품은 그냥 느낌 그대로 자연스럽게 감상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김관수씨(우측3번째)는 미술작품은 그냥 느낌 그대로 자연스럽게 감상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 박미경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나무가 원래 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 작가의 손이 닿아 그런 모양을 하게 된 것인지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만큼 그는 나무가 갖고 있는 본래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 작품을 만든다.


“어느 날 문득 마음이 끌리는 나무를 찾았을 때 이미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요?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설명을 들을 필요는 없어요. 작품을 보고 느낀 그대로가 바로 작품에 대한 설명이고 관람객들의 평가입니다. 작품에서 풍기는 느낌대로 그 작품을 이해하면 돼요. 어떤 틀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시된 작품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관람객들에게 김관수씨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그러나 단호하게 설명은 필요없다고 말한다. 작가의 설명이 들어가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다.

김관수씨는 나무를 이용한 조각은 “인간에 의해 생명을 잃고 울고 있는 나무의 영혼을 달래고 나무의 영혼이 머물 공간을 만들어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a 김관수씨의 손에 닿으면 나무는 어느새 저마다의 사연이 깃든 생명을 가진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김관수씨의 손에 닿으면 나무는 어느새 저마다의 사연이 깃든 생명을 가진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 박미경

어떤 이유에서든 가지와 둥치가 잘려나가고 얼기설기 뿌리만 남아 생명을 잃은 나무의 영혼은 서럽다. 김관수씨는 흙에 뒤범벅된 채 뿌리만 덩그러니 남은 나무를 씻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슬픔에 잠긴 나무의 영혼을 달래고 위로하며 나무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무를 이해하고 나무속 깊이 감춰진 모양을 찾아낸다. 어느 순간 이야기를 들려주던 나무가 그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할 때 그는 조각칼을 잡고 나무를 깎고 다듬으며 나무속에 감춰진 형상을 이끌어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이러한 작업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이뤄진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그가 10여년간 나무와의 교감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들이 전시됐다.

김관수씨는 화순에서의 전시회에 앞서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갤러리와 광주 무등예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그만의 작품세계를 선보여 미술관계자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a 전시회 첫날 미술계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전시회장을 찾아 그의 작품세계를 감상했다.

전시회 첫날 미술계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전시회장을 찾아 그의 작품세계를 감상했다. ⓒ 박미경

김관수씨는 3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미술을 접한 후 지난 2001년 호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나무에 더 깊이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어 올해 목포국립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세계무대에 선보이기 위해 오는 2008년 유럽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 유럽전시회 준비는 그의 작품세계가 서양적 개념으로 볼 때 유럽인들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서면서 서양에서도 그의 특이한 작품세계와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태어나고 자란 화순이 좋아 화순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김관수씨. 그는 오늘도 그에게 자신의 감춰진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에게 몸을 허락한 나무의 몸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조심스레 조각칼을 잡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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