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게 통로 다툼에 주민만 골탕입니다

'당권' '대권'에 밀린 서민 경제

등록 2006.01.24 18:25수정 2006.01.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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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아파트 상가 내 옷가게를 지키는 '알바'를 하고 있답니다.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아 생각보다 수월하군요. 그런데 참기 힘든 고충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주 보는 앞 상점과의 '땅 따먹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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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영

주민들이 지나다니도록 배려된 땅인 통로를 매일 아침 선점해야 하는 게 저의 '미션'입니다. 상대는 문구점 주인이에요. 근육질의 남자 주인이 육중한 어린이 게임기며 뽑기 기계 등을 통로에 밀어내기 시작할 때면 금세 주눅이 들고 만답니다. 그렇다고 어제처럼 양보하면? 어렵게 얻은 알바 자리를 내놓아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이쯤 되면 아줌마의 힘(?)을 발휘할 수밖에 딴 수가 없지요. 눈 딱 감고 매대 바퀴를 마주 굴립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두 시선은 영락없이 미래전에 등장하는 레이저 광선에 다름 아니군요. 이건 아니다 싶지만 매대를 잡은 두 손목엔 불끈 힘이 들어갑니다. 결국 통로는 어린이 한 명이 겨우 지날 만큼 좁아지지요.

얼른 발걸음을 옮겨 가게로 돌아온 제 머릿속엔 느닷없이 그림 한 장이 떠오릅니다. 그간 멀게만 느껴진 여의도 국회의사당 말예요. 아마도 알바를 시작하면서 심심풀이로 시작한 조간신문 뒤지기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신문 기사를 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읽기는 난생 처음이에요.

여당과 야당이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된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양보는 곧 자기 손실이라는 등식을 떠올리고서야 협상 테이블이 눈에 들어올 리 없겠다는 그런 생각 말이죠.

요즘 밑줄이 유난히 많이 그어지는 단어가 '당권' '대권'이고 보면 서민 경제는 실종된 거겠지요? 마치 매대와 오락기에 통로가 점령돼 주민이 불편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대통령님도 구체적인 재정 마련 대책은 뒤로 미룬 채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씀만 하시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지요. 단돈 1000원이 아쉬운 서민들에게 더 이상 세금 명목으로 지갑을 털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자꾸 우울해지는 오늘입니다. 더 이상 우울해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으로 어린이 동물이야기 책 속 펭귄을 소개하면서 앞뒤 맞지 않는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펭귄은 동료들을 위해 칼바람 맞기를 자청한답니다. 하얀 가슴을 병풍처럼 펼쳐 뒤쪽의 동료들을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을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자주 봤잖아요.

글쎄 그게 추위에 떠는 동료들을 배려해서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거라더군요. 우리 정치인들이, 아니 우리 시민들이 '펭귄 정신'을 닮을 수만 있다면 찬 겨울도 따스해질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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