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온 글루코사민에 기운 솟다

행복은 어떤 간이역

등록 2006.01.28 15:06수정 2006.01.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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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설을 맞아 집에 온 아들이 어제는 글루코사민 캡슐 세트를 가방에서 꺼냈습니다.

"이거 아침저녁으로 드시면 건강에 좋대요…."


요즘 TV의 홈쇼핑 광고에서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그렇게 광고를 해 대고 있는 것이 바로 글루코사민입니다. 글루코사민은 사람의 관절 및 연골을 튼튼히 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인지라 광고가 나오면 쉬 채널을 돌리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들이 저의 건강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글루코사민을 박스째 사 온 걸 받고 보니 기분이 좋아짐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입으로야 "너도 돈이 없을 텐데 뭣 하러 사 왔니?"라곤 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라도 선물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그 선물이란 것이 뇌물 따위가 아닌, 내가 고이 기른 자식으로부터 받는 선물이고 보니 그 선물에서 느끼는 감동의 무게는 사뭇 다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고맙다! 우리 아들이 사 온 이 글루코사민 먹고 더 건강해질게."

글루코사민은 건강식품군(群)인지라 모든 약국에서도 팝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 건강을 염려할 만한 처지가 아니고 아울러 그처럼 보신 차원에서 건강식품을 섭취하기엔 경제력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아들이 자라 아비인 저의 건강까지 챙겨준다 생각하니 흐뭇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과거에 저는 아들에게 진 빚이 많습니다. 우선 되는 일이 없다고 자학하면서 폭음을 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도 모자라 때론 아들 앞에서 주사를 부리기도 적지 않았지요. 경제력 또한 갖추지 못 하는 바람에 고교 시절에도 변변한 학원에도 보내주지 못 했습니다.


그런 연유로서 아들은 대학을 다닐 적에도 힘든 택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학비를 벌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언제나 그렇게 늘 긍정적이었고 '파도를 탓하지 않는 선장'이기도 했습니다.

선물이란 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받은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 예의인지라 저는 곧 냉장고를 열어 보리차를 컵에 따랐습니다. 그리곤 글루코사민 캡슐에서 두 정을 꺼내 꿀꺽 삼켰습니다.

식도를 타고 제 뱃속으로 내려간 글루코사민은 그러자 이내 저의 관절과 연골까지 튼튼히 만드는 것만 같은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우리 아들이 사 온 거라서 효능부터가 다르구나~"

저의 칭찬에 아들도 이내 함박 웃었습니다.

'행복이란 과잉과 부족의 중간에 있는 조그마한 간이역이다. 사람들은 하지만 너무 빨리 지나가다가 이 작은 역을 그냥 지나치고 만다'

C. 폴락이 한 말입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듬직하고 효심마저 깊은 아들이 있음에 저는 행복합니다. 물질에 있어선 '부족'이지만 든든한 자식을 보자면 저는 실로 '과잉'의 부자입니다.

저는 그래서 어제 새삼스레 현재의 간이역이라는 행복의 현주소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일 아들에게 세배를 받을 땐 세뱃돈 외에 이 아비의 무변하고 묵직한 사랑까지를 덤으로 얹어주렵니다. 아울러 나잇값에 걸맞게 이젠 정말 신임 받는 아비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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