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한자 표기 '韓契'로 하자

[주장] 우리말 발음 담아 동양권서 통용하도록 하자

등록 2006.01.28 15:23수정 2006.01.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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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자 표기 및 중국어 표기를 '漢城(한성)'에서 '首爾(서우얼)' 혹은 '首午爾(서우 우 얼)'로 바꾸자 해서 이미 서울시에서도 '首尒'로 홍보하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의 중국어 표기 개선안을 공모해 '首爾(서우얼)'과 '首午爾(서우 우 얼)' 2개 후보 중에서 '首爾(서우얼)'을 선택, 중국 간자 표기인 '首尒'로 확정한 것이다. '首尒'의 중국식 발음이 서울과 비슷하고 산뜻함, 상쾌함 등을 뜻하는 말로서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어 선정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수도 이름을 중국명으로 표기하는데 이처럼 공모해서 홍보하고 있는 마당인데, 그렇다면 우리말 우리글인 '한글'은 한자로 어떻게 표기하는 것이 좋을까?


한글이라 해서 반드시 한글로만 표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것이 국제성을 해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표기할 때의 표기용 한자명도 필요하다.

이 점에서 한글은 '韓契'로 표기할 것을 제안한다. '契'는 그 의미에 따라 읽는 소릿값이 대략 세 가지이다. '계', '설', '글'이다. 여럿이 모여서 꾸미는 계를 일컬을 때는 '계'라는 소릿값으로 읽는다. 사람의 이름으로 쓰일 때는 '설'로 읽으니 중국 은(殷)나라의 시조 '契'은 '설'로 읽는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글'이라고 읽는 소릿값이 있다. 문자나 글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중국어나 한자를 연구하는 전문학자들은 오랜 옛날부터 이 '契'이란 글자를 만든 것이 우리 한민족이라고 생각해 왔다. 현재의 중국학자들 가운데도 이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契'은 원래 매듭을 가리킨다. 실이나 끈에 매듭을 묶어서 숫자나 어떤 의미를 부여했고, 이로써 문자를 대신했다. '契'은 본래 결승문자(結繩文字)의 매듭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4~5세기의 신라에서는 바로 이 매듭으로 어떤 의미나 내용을 전달했다고 삼국사기에는 기록돼 있다. '契'이 문자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말임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멀리 남미의 잉카(Inca)에서도 15세기에 이와 같은 결승문자를 사용했으며, 그것을 증명하는 유물이 나와 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거란을 지금은 거란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조선시대까지도 '契丹'이라고 표기하고 '글안' 또는 '그란'이라고 불렀다.


'契'을 글이라고 한 예들인데, 후에 신라에서는 글을 '그시(斤尸)'라고 표기했다. 문(文) 또는 문자(文字)의 의미로 사용한 말인데, 이는 '줄을 긋다'라고 할 때의 '긋다'라는 말의 원형인 '그시다'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말의 어간 '그시'를 그대로 따다가 글씨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며 여기서 리을 음이 추가돼 글씨가 된 것이다.

'契(글)'이라고 하면 나라마다 민족마다 제각기 나름의 글이 있게 마련이고, 한글이 나오기 전까지 중국과 한국에서는 한자가 유일한 '契(글)'이었으니까 중국의 한자는 말하자면 '漢契(한글)'이다. 한국의 글은 당연히 '韓契(한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漢'이나 '韓'은 모두 2천여 년 전 이전에는 'Khan(절대지배자)'를 이르는 말을 음사(音寫)한 글자에 불과하지만, 중국에서 B.C. 3세기 말 '漢왕조'가 등장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글자로 자리잡게 되었으므로, 중국의 또 다른 호칭이랄 수 있는 '華(화)'․'夏(하)' 또는 '中華(중화)' 등의 개념과 동일한 글자이다. 대신 한반도에서는 '韓'이란 글자가 채택돼 중국인과 우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됐다. 중국 글자 '漢契(한글)'과 구분하여, '韓契'이라고 쓰면 당연히 한국의 글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글을 표시할 때 'ハングル(항구루)'라고 한다. 정확히 '한글'이라는 소릿값은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나 중국에서 우리글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표기하지는 않는다. '韓契'을 한글의 한자표기로 채택할 경우, 한자를 병용하는 일본에서는 '韓契(ハングル)'라고 할 것이다. 중국에서도 '韓契'이라고 표기하면 그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쓰면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해 동양권에서는 누구든 통할 수 있는 표기법이 될 것으로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문화유산전문사이트 씨오이오넷(http://www.coeo.net)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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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및 중국 고대사 연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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