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설 연휴 때 들뜬 마음으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을 경우 면허 정지나 취소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명절 증후군'을 겪는 부녀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종교 문제는 가급적 얘기하지 않는 게 가정 불화를 막는 길이다.
다음은 법원 판결을 통해 본 설 명절 낭패 유형들이다.
◇ 음복이 음주운전ㆍ폭력사건 유발 = 친지들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술을 마셨거나 제사를 지낸 뒤 음복을 했다가 행정 및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잇따랐다.
음주운전에 대해 법은 예외 없이 면허취소 등 엄한 처벌을 내렸고 법원은 이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했다.
여기에는 '면허정지로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해야 하는 예방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는 법원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택시 기사인 박모씨는 2002년 2월 충북 영동에서 설을 맞아 고향에 내려온 친구를 태우고 가다가 승용차 접촉사고를 냈고 명절 연휴에 차를 수리할 수 없어 영업이 어려워진 것에 화가 나 소주 1병을 마셨다.
차를 세운 뒤 음식점에서 다시 소주 1병을 마시고 차를 몰던 박씨는 경찰에 단속돼 면허가 취소되자 '면허가 취소되면 생계수단이 없어진다'며 소송을 냈다.
대전고법은 "원고가 음주운전을 회피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만한 점이 없고 음주운전을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성이 매우 큰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에 대한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경남 거창에 사는 조모씨는 지난해 설 제사를 지내고 막걸리 3잔을 마신 뒤 차를 몰다 음주단속에 걸렸음에도 측정을 거부하다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음주측정은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인데 음복은 법 이전에 하나의 관습이므로 음복한 사람에게 음주측정은 무리한 요구'라고 '관습'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음복이 전통적 관습인 사실은 인정되지만 음복으로 인한 주취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음주측정은 술에 취한 이유가 친교를 위한 음주이건 음복이건 가리지 않는다"며 원고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음주 뒤 술김에 벌어지는 폭행사고도 조심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주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해 2월 술에 취해 차를 몰다 윤모씨의 차를 들이받고 도주해 뒤따라온 윤씨가 거세게 항의하자 얼굴을 때린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명절 스트레스' 가족불화의 원인 = 주로 여성들이 제수 준비 등 온갖 굳은 일을 준비해야 하는 명절이 오히려 가족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이모씨는 지난해 2월 설 명절 기간에 다른 형제들이 집에 찾아오지도 않고 제사도 제대로 지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가족 4명이 사는 자택에 불을 질렀다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에 사는 이모씨는 2000년 부인의 친정에서 제사를 마치고 음복을 한 아내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린다는 이유로 심하게 폭행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기소됐지만 법원에서는 정상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1990년 B씨와 결혼한 K(여)씨는 맏며느리여서 혼인 이후 명절 때마다 시댁에 오느라 친정에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의무만 강요당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2002년 추석 때 동서는 친정으로 가고 자신 혼자 집안일을 하게 돼 기분이 크게 상했다.
이러던 참에 시어머니, 시누이와 말다툼을 벌이게 됐고 여기에 남편까지 가세해 '집안 분위기를 망쳐놓는다'며 자신을 질책하는 것에 화가 난 K씨는 이듬해 집을 나와버렸고 결국 두 사람은 2004년 합의이혼했다.
이 밖에도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제사를 거부해 가족의 따돌림을 받았다', '제사를 지낼 때나 성묘를 갔을 때 다른 가족이 있는 자리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사를 했다'는 등의 사유가 원인으로 작용해 법원에서 합의이혼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는 이혼을 할 만큼 결혼생활의 중대한 장애요인이 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도 적지않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해 2월 '시댁의 제사ㆍ명절을 모시지 않고 친척들과도 화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등 며느리로서 본분도 망각하고 있어 더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H씨가 아내 O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탄상태는 아니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zo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