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6.01.31 08:49수정 2006.01.31 09:44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외숙모 저 첫 월급 탔거든요.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외숙모 용돈 쓰세요.”
“어 이걸 왜 날 주니? 할머니 갖다 드려.”
“할머니도 드렸어요.”
“아니 네가 얼마나 탔다고 나한테까지 용돈을 주니?”
“외숙모 받으세요.”
“아니야. 네 마음을 알았으니깐 받은 거나 진배없어.”
29일 설 명절에 우리식구는 친정집에 세배를 갔다. 그때 아들아이가 제 외숙모에게 내민 봉투를 사이에 두고 한사코 받지 않겠다는 두 사람의 즐거운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보다 못한 내가 아들아이를 조금 거들어 주었다.
“받아 올케. 올케가 그러면 그애 손이 부끄럽지. 그러고 싶은가봐. 어서 받아.”
“아니 왜 저한테까지 이런 거주라고 했어요.”
“누가 시켜. 제가 알아서 그런 것을. 그런 일을 누가 시켜서 되는 일이야?”
그제야 올케는 아들이 내민 봉투를 마지못해 받는다. 올케는 그 봉투를 받아들곤 눈물을 흘쩍인다. 그 모습을 나에게 들켰다.
“올케 울어?”
“네 너무 감격했어요. 어쩜 나까지 이렇게 생각을 해주다니….”
아들아이는 27일 집에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고도 몇 시간이나 지나서 남의 일처럼
“엄마 나 월급 나왔어요.”
“그래 얼마나 나왔니?”
“아직 잘 몰라요. 개인 PC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교육 끝나고 집으로 바로 왔거든.”
아들은 23~27일까지 신입사원들을 위한 연수교육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28일 은행에 가서 입금된 월급을 확인하고 얼마의 돈을 찾아온 모양이다. 아들은 “엄마 내 월급 엄마가 알아서 관리 해주실래요?” 한다. 나는 “싫다. 나도 이젠 머리 쓰는 일엔 자신이 없어. 네가 알아서 해. 그 대신 아빠하고 엄마한테 용돈은 조금씩 줘야 해” 했다.
“그럼요 드려야지요. 엄마 얼마 드릴까요?”
“네가 쓸 거 빼놓고 주고 싶은 만큼만 줘. 그리고 이젠 너도 결혼할 준비해야지.”
“알아요. 엄마. 그럼 이번엔 첫 월급이니깐 할머니, 외숙모에게도 용돈 조금 드리고 싶어요. 아참! 누나한테도, 외숙모는 나 호주갈 때 용돈도 넉넉히 줬고 평소에도 외숙모가 나한테 마음 많이 써주셨잖아요.”
아들아이가 몇 년 전 호주 배낭여행 떠날 때 제 외숙모한테 받았던 용돈을 아주 요긴하게 쓴 모양이다. 그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기회가 되면 갚고 싶은 마음도 잊지 않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꼭 돈으로 갚는다기보다는 저한테 좋은 일이 생겨 그것을 나누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으리라 짐작해본다.
나도 그런 아들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설 명절날 할머니 댁에 가서 할머니께 세배를 하고 아들아이는 “할머니 제가 이번에 첫 월급을 탔거든요. 이거 적지만 할머니 용돈 쓰세요” 한다. 어머니는,
“아니 네가 벌써 첫 월급을 탔다고 이 할미한테 용돈을 다 주는 거야?”
“네 할머니, 근데 얼마 안 돼요.”
“액수가 문제가 아니지. 내가 오래 살다보니 손자한테 용돈을 다 받는구나. 이 세상에 나만큼 행복한 늙은이는 없을 거야.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아들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아들아이는 그런 것이 싫다면서 저 대신 할머니나 외숙모한테 전해달라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그런 것은 네가 직접 해야지. 그래야 네가 고마워하는 마음이 더 전달이 잘 되지”라고 하자, 마지 못해 한 일인데 옆에서 보는 나도 마음이 흐뭇했다.
저녁상을 차리고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올케는 아들아이 옆으로 가더니 “조카야 많이 먹어라. 자 이거 네가 좋아하는 거지. 게장, 갈비찜” 하면서 아들아이 앞에 맛난 음식을 밀어놓는다. 그걸 보던 우리들은 올케를 놀렸다.
“와 금세 저렇게 달라지다니. 돈이 좋긴 좋구나.”
“그럼요 효과 빠르지요?”
그런 분위기가 식사시간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아들아이가 올케와 할머니께 건 낸 액수는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는 아들아이나 받는 올케나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 모두들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것은 서로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이 전달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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