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한나라당 등원과 사학법 재개정 연관짓지 말라

등록 2006.01.31 14:44수정 2006.01.31 14:44
0
원고료로 응원
설날 연휴의 마지막날 정치권에서 주목을 끌만한 뉴스가 나왔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원내대표가 같이 등산을 하면서 산상합의문을 발표한 것이다. 사학법의 재개정을 논의하기로 하고, 한나라당이 국회에 등원한다는 내용이다.

1. 산상합의의 배경

양당의 원내사령탑이 새로 선출되면서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은 제 1야당의 등원거부가 장기화 되면서 국회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회를 외면한 채 장외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비판적 국민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서로가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합의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동안 입만 열면 민생을 외쳐오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사학법의 통과를 기점으로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전개한 일은 이미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등원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는 특정한 조항의 개정방향을 합의한 것이 아니고 단지 논의를 하자는 수준이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계산했을 법하다. 제 1야당의 의사일정거부가 지속되면서 국무위원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도 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일단은 등원을 위한 명분을 제공할 필요성을 느꼈을 듯하다.

거대한 규모의 여야가 서로의 필요성을 충족하는 의미에서 합의를 이룬 것은 딱히 비판할 일은 아니다. 국정의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에게 든든한 모습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항상 대화하고 토론하는 정치권이 되어 주기를 국민은 갈망하고 있다.

2. 사학법 재개정은 필요한가?


한나라당의 국회등원은 모든 국민이 환영할 만하다. 국정의 파행을 막고 적절한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할 제 1야당이 국회를 외면하고 장외로만 나가는 것은 당연히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이다. 이제라도 등원을 결정한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의 국회등원이 사학법의 재개정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점이다.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해야할 제 1야당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거기에 전제조건은 왜 필요한가 하는 점이 의문이다. 그냥 등원해서 논의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야당에서 개정안을 제출하면 당연히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법사위에서 논의하고 본회의에 상정하여 표결하고 하는 국회의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면 재개정 논의는 항상 가능한 것이다.

이것을 마치 여당의 승인이 있어야 논의가 가능한 것처럼 서로 합의문에 넣은 것은 대단히 어색한 일이다. 서로를 위하여 정치적 배려를 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회가 소관상임위별로 논의하고 절차를 따라서 입법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 교섭단체들의 나눠먹기식 협상에 의존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일이어서 유감이다.

개정사학법은 아직 시행도 되기 전인데 다시 재개정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은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양당이 무력화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국회는 정상적으로 입법을 했어도 추후 다시 논의를 해야하는 것처럼 궁색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국회는 한나라당의 동의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개정사학법이 통과되기 전에 수년간의 토론과 논의가 있었고, 한나라당의 요구로 원안에서 대폭 후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주장을 완전히 관철시키려고 했고, 여당과 다른 야당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이 한나라당의 표결불참으로 통과된 원인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 국회를 정상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또 개정 사학법은 사학들의 비리를 견제할 최소한의 수준일 뿐이다. 적절하고 효과적인 견제장치를 완벽히 담아내지 못한 상태로 국회를 통과하였다. 거기에서 더 이상의 후퇴는 사학의 비리를 오히려 보장하는 법률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인으로 구성된 1/4의 이사진이 사학의 비리를 막는데는 그리 완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재개정을 논의한다면 오히려 그런 견제장치들을 강화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사유재산을 사학에 투입하였더라도 사학이 공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재단측이 사익을 추구하고 자신들의 일자리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외부 이사진은 적어도 1/3수준은 되어야 그것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는 전혀 필요하지 않고, 시기적으로 적절하지도 않다. 오로지 논의 자체가 딜레마에 빠진 한나라당의 등원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된 것에 불과해 보인다. 한나라당을 위한 들러리 국회는 의미가 없다. 지금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고 화급한 일들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정상적으로 개정되어 시행도 되기 전에 재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국회의 시간낭비이다.

3. 국회의원의 등원은 의무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등원하여 국정을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의무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국회를 외면하고 장외투쟁만을 고집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신 그들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고에서 꼬박꼬박 받아가는 세비는 차치하고라도 민생을 살피는 화급한 일들이 항상 그들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사학법 개정을 빌미로 한 등원거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직무유기이다. 지난 연말의 예산안과 눈사태에 직면한 많은 국민들의 삶을 보살피지 않은 것은 거의 범죄행위에 가깝다. 그 동안 민생을 운운한 것이 단지 쇼에 불과한 것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위였다.

사학법 개정의 완전백지화를 주장하며 국회를 외면하던 그들에게 등원을 위한 명분은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죄하고 앞으로의 국회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태도의 표명이 있어야 할 일이다. 예산국회를 보이콧하여 정부의 예산낭비를 감시하지도 못했던 것에 책임을 느낀다면 감세를 운운하는 따위의 모순된 행동도 더 이상 보이지 말아야 당연하다.

당연히 자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면서 애써 명분을 마련하려는 태도도 어이없거니와 그들에게 명분을 제공하려고 노력한 여당의 태도에도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한나라당의 등원거부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면 열린우리당은 사학법의 개정안을 부당하게 통과시킨 것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시 한번 정치권의 동업자 의식이 발로한 것으로 생각되어 착잡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국회는 한나라당의 '땡깡'으로 얼룩질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으면 국회를 파행시킬 것이다. 이 번의 여야합의가 아주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이 우려된다.

결국 소수로 전락했지만 한나라당의 입법부 지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다수당인 여당은 여전히 다수당다운 당당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사학법의 재개정이냐? 아니냐? 이런 문제를 넘어서 거대야당의 횡포로 또 다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어 답답할 따름이다.

한나라당이 없는 국회가 그동안 상당한 생산성을 보여주었던 것도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예산안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이 국회를 비우고 난 후에 많은 법안들이 건설적인 논의를 통하여 통과된 것을 상기하면 이번의 합의와 한나라당의 등원명분 만들기에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의 등원은 명분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의무사항일 뿐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명분 찾아서 겨우 인심 쓰듯이 하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명분이 없어서 등원을 못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국회밖에 머무르는 것이 좋을 뻔 하였다. 그들에게 명분을 제공한 여당의 통렬한 반성이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서프라이즈, 외부의 개인블러그에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서프라이즈, 외부의 개인블러그에 함께 올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폭리는 반사회적 악행" 대통령 경고에 정유·주유소 업계 심야 '백기투항' "폭리는 반사회적 악행" 대통령 경고에 정유·주유소 업계 심야 '백기투항'
  2. 2 여수 가게마다 긴 줄, 먹어보니 이유를 알겠다 여수 가게마다 긴 줄, 먹어보니 이유를 알겠다
  3. 3 "파르테논 신전급" 캐나다 건축가가 극찬한 서울의 건축물 "파르테논 신전급" 캐나다 건축가가 극찬한 서울의 건축물
  4. 4 줄넘기로 '세계 1위' 찍고 대학 특기생 진학... "아시아 여성 최초예요" 줄넘기로 '세계 1위' 찍고 대학 특기생 진학... "아시아 여성 최초예요"
  5. 5 "여자는 안 됩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 한마디 "여자는 안 됩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 한마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