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조은미
- 연극 얘기를 좀 하자.
"(기자가) 물어봐야 (얘기를) 하지."
- 악기는 다루나?
"못 한다. 이 연극 때문에 연극에 필요한 만큼만 배워서 한다. 전에도 그랬고."
- 그런 얘길 들었다. 손숙씨가 '배우는 항상 가슴이 촉촉해야 한다, 사랑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박정자 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다면서. 당신은 생각하기엔 어떤가?
"후배들한테 그런 얘길 한다. 배우는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많아야 한다. 세상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오마이뉴스>도 보고, 책도 열심히 봐야 한다. 왜?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 모르니까. 세상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 난 그렇게 얘기한다. 실패도 많이 해봐야 한다고 본다. 모든 걸 경험해볼 수 있으면 그건 참 좋은 배우 자질이 되겠지. 그렇지 않을 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나는 이걸 좋아하지만, 저건 어떤 거지?' 관심을 갖고 있는 배우가 더 좋은 배우가 될 가능성이 많다."
- 당신은 좋아하는 게 많나?
"그걸 어떻게 얘기하나?"
-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좋아하고' 나오지 않나?
"난 안 나오는데. 음식 중에서 뭐 좋아해요. 이렇게 얘기하지."
"한번 배우는 배우다"
- 연기하지 않을 때는 뭘 하나?
"영화사 일한다. 시나리오 계발하고."
- 영화사 일하지 않을 때는?
"영화사 일하는 게 일인데, 일하지 않을 때가 어딨나? 질문이 정확하지 않다."
- ...
"..."
- 일하지 않을 때, 자신을 위해서 쉴 때는 뭘 하나?
"책 보거나, 여행을 갈 수 있으면 가는데, 요즘은 여유가 없다.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일 쪽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월급 걱정하고, 뭐 이런 거다.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는 건가?"
- 그럼 취미가 뭔가?
"요즘 취미도 잃어버렸다. 산책하거나 산에도 가고 싶고, 올해 1월 1일엔 산에도 가고 그랬는데. 그런 시간이 많지 않다."
- 바쁜가?
"바쁜 게 아니라, 난 시간을 집중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쁘다는 거…, 난 이런 단어들에 대해 그런다. 난 영화사 사장으로 일을 하고 산다. 바쁘다는 게 '영화사 일이 바쁘냐?' 이렇게 물어본다면 '그 영화사에 일이 많냐?' 이렇게 되는 거잖아. 그런데 일이 없으니까 바쁘진 않은 거고. 그렇지만 영화사를 어떻게 꾸려갈지 늘 생각하니까, 그건 또 바쁜 건가? 생각하는 건? 안 바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단순하게 얘기하긴 어렵다.
바쁘다는 건, 뭐 막… 그런 거 아닌가? 그렇게 얘기하면 바쁘다. 연극 연습을 하루에 일곱여덟 시간을 해야 되는 시점이고. 굉장히 바쁜 거지. 딴 걸 신경을 못 쓰니까. 그렇다면 난 바쁘다. 연극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
- 평생 연기, 배우를 할 건가?
"그렇게 되겠나? 이제는 나이가 돼서…. 더 젊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그렇게 많진 않을 거다."
- 배우들이 보통 '난 죽을 때까지 연기 할 거다' 뭐 이런 소릴 잘 하잖나?
"한 번 배우는 배우다. 연기를 하고 있건 안 하고 있건."
그는 가훈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산다'라고 했다. 애들한테도 그런 얘길 한다고 했다. 가슴 속에서 이걸 하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 눈치 안 보고, 가능하면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뜻이라고 했다. 다만 한 일에 대한 결과는 책임져야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자신의 삶이야말로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산다'일지도 모른다. 그는 연극을 하다 그만 두고 광고 회사에 다녔다. 그리고 또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연극판으로 돌아왔다. "그때 다시 연극이 하고 싶으니까. 다시 무대로 왔다"고 했다.
그도 이젠 나이를 먹은 걸까? 그가 말했다. "이젠 너무 새로운 것들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기보다는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확실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가 또 말했다. "그리고…,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돈이 있으면 뭐…, 사진찍고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하는데, 그렇게 하며 살고 싶다고 하지만, 그거야 사치한 꿈으로, 가끔 가다 낙서장에나 나올 수 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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