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밀전병 이종찬
우리 나라 최고의 상차림은 대장금 상차림
그래서일까. 깔끔한 안방에 들어서자 금세라도 상다리가 무너질 정도로 수많은 음식이 하얀 상 위에 빼곡하게 차려져 있다. 아름답다. 하얀 종이가 깔린 상 위에 놓인 하얀 그릇들 위에 담긴 가지각색의 음식들이 마치 꽃송이처럼 곱게 피어나 있다. 이건 음식이 아니라 무슨 조각품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어디 그뿐인가. 이게 무슨 상차림인지, 상 위에 놓인 음식의 이름이 무엇인지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아무리 오래 바라보아도 아는 것이라곤 신선로와 갈비찜, 조기구이 정도다. 근데, 종업원 한 분이 그렇찮아도 빼곡한 상차림 위에 잣과 솔잎, 빨간 실이 담긴 하얀 접시 하나를 올리며 씨익 웃는다.
기자가 그게 뭐냐고 묻자 "이게 바로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달빛 아래에서 솔잎으로 구멍을 찾아 실을 끼던 그 잣"이라며, "한번 끼워보이소" 한다. 기자가 솔잎으로 잣 구멍을 찾아 빨간색의 실을 끼우려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갑자기 훤한 형광등 불빛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어린 장금이는 달빛 아래서도 잘도 끼우더니만.
"그렇다면 이게 그 유명한 대장금 상차림(1명 5만원, 4명 이상)이란 그 말이오?"
"그렇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만들던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요리를 그대로 저희 집에서 재현했지예. 대장금 상차림은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아주 높아예. 우리 나라 최고의 상차림이 바로 대장금 상차림 아입니꺼."
이 집 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대장금 상차림에는 대략 30여 가지의 음식이 오른단다. 오자죽에서부터 순무물김치, 홍시죽순채, 잣즙, 대하냉채, 오색화양적, 숭채만두, 호두삼합장과, 신선로, 송이가리병, 녹차밀전병, 사슬적, 계삼채, 두부선, 마 갈비찜, 조기구이, 건구절(조란 율란 생강란 잣솔 곶감호두말이), 진구절판, 된장조치 및 기본 반찬, 장과와 배숙 등등….

▲두부선 이종찬

▲대장금 상차림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이종찬
대장금 상차림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종업원이 음식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했지만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언뜻 보면 그게 그 음식 같다. 하지만 막상 입에 넣어보면 저마다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어떤 것은 쫄깃쫄깃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나기도 하고, 또 어떤 음식은 아삭아삭 씹히면서도 향긋한 맛이 은근히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 집에서 직접 담궜다는 맑은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 꽃잎처럼 아름다운 음식 이것 저것을 집어 그 독특한 맛을 헤아리며 천천히 먹다 보니 어느새 임금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또한 상 위의 음식이 어느 정도 떨어졌다 싶으면 어느새 새로운 음식이 자꾸 나온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특이한 것은 그렇게 많이 먹어도 배가 쉬이 불러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돌솥비빔밥 맛도 여느 돌솥비빔밥 맛과는 많이 다르다. 코끝을 은은하게 스며드는 향긋한 산나물과 함께 잘 비벼진 쫄깃한 밥알을 한 입 가득 떠넣으면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끝없이 혀끝을 희롱한다.
"손님이 원하시면 폐백음식도 가격에 따라 맞춰드리지예. 다음에 오시면 서울 양반들이 천리길도 마다않고 달려와 먹었다는 교방 상차림(1명 5만원, 4명 이상)과 지리산 자락에서 나는 싱싱한 먹거리로 만든 한정식 아리랑(1명 3만원, 4명 이상)도 한번 드셔 보이소. 혼자 오실 때는 속풀이에 아주 좋은 생태탕(1만원)을 한 그릇 드셔도 되고예."

▲돌솥비빔밥을 먹고 나면 대장금 상차림 기행은 끝이 난다 이종찬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 뉴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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