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자본' 헤르메스 형사처벌 가능할까

[허영구 칼럼] 정부, 외자 유치 이유로 투기자본 횡포 방치

등록 2006.01.31 22:01수정 2006.02.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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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국내 언론을 통해 투기펀드인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유포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틀 만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770만주를 전량 매각해 292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이는 투기자본의 일반적이고도 고전적 수법이었다. 이러한 불법적인 주식시장 교란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는 영국 현지까지 직원을 파견하여 조사를 벌였으나 8개월이 지난 작년 7월 22일에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 역시 6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금년 1월 말에서야 사법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헤르메스에 대해 증권거래법상의 292억원의 시세차익 중 부당이득으로 간주되는 80억원 가운데 수수료를 제외한 73억원에 대해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다.

또 양벌 규정에 따라 전 헤르메스 펀드 매니저인 로버트 클레멘츠를 기소중지했다. 클레멘츠는 작년 말 검찰 수사 직후 이스라엘로 출국했다. 만약 검찰이 정말로 형사처벌할 의지가 있었다면 사전에 출국금지령을 내렸어야 했다. 이는 이제까지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투기펀드에 대한 수사는 매우 미온적이거나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뒤늦게서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사법공조를 통한 신병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사례를 보면 검찰 고발과 수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인 피고발자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구인 할 방법이 없었고 기소 중지된 상태에서 사실상의 처벌이 불가능하였다. 특히 한국검찰은 한국을 떠난 혐의자들에 대해서는 사법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제사법공조 방침을 밝혔으니 철저한 조사를 통해 처벌하는지 지켜 볼 일이다. 한편 정부와 금융 감독 당국은 이제 완전히 드러난 투기자본에 의한 '선진금융기법'이나 '외자유치'라는 미몽에서 깨어나 금융의 공공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규제와 관련한 법과 제도를 조속히 완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를 지적할 때마다 끊임없이 주장해 온 외자유치의 어려움이나 외국자본의 철수문제는 사실이 아니며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투기펀드인 론스타에 대한 투기자본감시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감시와 고발, 그리고 국세청의 세무조사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은 작년 한 해 1조 9293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자기자본수익률(ROE)은 44%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하였다.


자기자본비율(BIS)이 엄연히 9.56%였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6%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통해 외환은행을 투기펀드에 불법매각하도록 용인한 정부와 금융당국에게 보란 듯이 지금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5%대를 육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기자본인 론스타에 대한 감시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제 수조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 일만 남았다. 투기펀드 헤르메스는 주가조작으로 단기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고 없다. 소위 '먹튀'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외국자본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어떻게 벌어나갔든지 갔으면 그만이지 지금 와서 형사처벌 운운하는 것은 투자유치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 이면에는 돈은 다 그렇게 버는 것이고 우리나라 자본도 외국에 나가면 그런 방식으로 벌어온다는 노골적인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론스타를 비롯해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익이 발생하는 한 철수하거나 투자를 회피할 리 없다. 오히려 규제가 없는 무방비 상태의 금융시장에서는 투기자본의 과도한 초과이윤만이 실현될 뿐이다. 미국은 '종합무역 및 경쟁법'에 따라 외국자본에 의한 자국기업의 인수를 규제하고 있으며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를 조사하고 필요시 투자를 철회시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영국 역시 '공정무역법'에 따라 외국자본이 공공의 이익에 반할 경우 그 투자를 막거나 철회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을 본거지로 한국에 들어 온 투기자본의 횡포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관대한가? 헤르메스의 주가조작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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