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리나라 군대 맞아?"

군대문화 바꾸는 공군사관학교 '가입교 홈페이지'

등록 2006.02.05 17:57수정 2006.02.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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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동장군의 맹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아들이 공군사관학교 사관생도가 되기 위한 가입교 군사훈련을 위해 집을 떠난 뒤 날씨변화에 이렇게 일희일비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칼바람이 옷 속을 파고듭니다.

특히 새벽녘의 찬바람은 살을 에는 살인바람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아들이 훈련에 들어간 지 3주차가 되었습니다.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새내기들의 강도 높은 훈련은 인내심을 시험하는 날들일 것입니다.

1월 30일 12시 30분.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여기는 공군사관학교 ○○○ 예비생도의 내무지도 사관생도 ○○○입니다." 저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아내는 놀라움 반, 반가움 반으로 전화를 받습니다.

"우리 아들 훈련 잘 받고 잘 있습니까? 아프단 소리는 않습니까?"

어젯밤에 아들이 꿈에 보이길래 걱정을 했는데 아들 소식 들으려고 그랬나, 하면서 아내는 친절하게 들려주는 소식에 무거웠던 마음의 한 자락을 걷어내고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들의 안부가 궁금하던 차였는데 부모 마음을 먼저 헤아려 전화를 주다니 고마움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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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교 게시판에는 훈련 받는 모습의 동영상과 사진, 가족들의 격려게시글들이 올려져있습니다 ⓒ 공군사관학교

보통사람들에게는 철옹성처럼 굳게 닫힌 곳이 군대 아닙니까. 철저한 통제는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올가미가 되어 있고 어느 것 하나 밖으로 보일 수가 없었던 게 일반적인 군대의 모습입니다. 헌데, 이런 고정관념은 공군사관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서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아니, 이게 우리나라 군대 맞아? 군대 훈련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격려의 편지를 쓰고. 야, 군대 좋아졌다."

공군사관학교 가입교 게시판(http://www.afa.ac.kr)을 보면서 하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매주 올라오는 훈련동영상은 자식을 맡긴 부모들에겐 신선한 충격이면서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공군사관학교 가입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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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안타까운 배웅과 머리깎고, 군화를 싣는 모습이 가입교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 공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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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준비과정들이 보여집니다. 어설픈 거수경례를 선배들이 수정해 줍니다. ⓒ 공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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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교 선서와 군가 배우기, 내무반 검사와 박물관을 견학하는 모습 ⓒ 공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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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군인의 모습이 되어가는 새내기 예비사관생도들입니다. ⓒ 공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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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도 외우고... 일상은 고달픔이지만 설날은 합동차례로 고향을 그립니다. ⓒ 공군사관학교


"이건 보안검열 대상 아니야?"
"보안이 뭔디?"
"예비사관생도 훈련모습을 일반인들에게 보이는 것이 상상이나 되는 일이여?"
"그런가?"

"어∼어, 이거 우리 아들 맞제?"
"맞네. 내무검사 받고 있네. 지 방 하나도 제대로 정리 못 했는디."

"기압이 바짝 들어갔구만. 아이구!"
"완전 호랑이 앞에 쥐새끼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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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 내무검열 시간입니다. 미동도 하지않은 아들은 많이도 변했습니다.(왼쪽에서 두번째) ⓒ 박인선

안타까운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웁니다. 컴퓨터 앞으로 바짝 몸이 다가섭니다. 사진 속에 비친 아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한편으로는 가엾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는 군인으로 변해 가는 대견함으로 다가옵니다.

가입교 홈페이지는 이렇게 훈련받는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올려주고 가족과 친지들은 메시지로 힘든 훈련에 임하는 가입교 예비생도를 격려합니다. 하루면 몇 번이고 가입교 게시판에 들러서 훈련하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보고싶은 아들에게

아들아!
어김없이 새날이 밝았구나….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날씨를 보았다.
오늘은 기온이 많이 떨어졌네.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겠구나.

아들아~~
엄마가 늘 말했듯이 주는 대로 잘먹고~~
잠 잘 자구~~
볼일 잘 보구~~알았지?

엄마는 걱정이 앞서면서도
한편으론 너의 저력을 믿는다^^
네가 이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으쌰~으쌰~
씩씩하게 훈련받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들~~!!
오늘 하루도 힘차게 하루를 열자~홧팅!!
사랑한다. 아들아~


아내는 이렇게 가입교 게시판에 격려의 글을 올립니다. 자식 생각에 으그러진 마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 홈페이지 방문으로 달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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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무반 전우들입니다. 각자 훈련에 임하는 각오를 썼습니다 ⓒ 공군사관학교

부모와 가족들의 애절한 사연들이 밤을 꼬박 새우면서 가득히 격려의 게시판을 채워 갑니다. 벌써 2주 동안에 2천 건이 넘는 글이 그리움의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한 주 훈련이 끝나면 훈련동영상이 올려지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훈련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족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아들아. 장하다. 반드시 이겨내라."
"너의 자리가 너무 커 보이는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너의 동영상을 보면서 얼마나 감격해서 눈물나는지…."

군대를 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특히나 훈련 중일 때는 더욱더 애를 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부모와 가족들의 마음이 격려 게시판에 고스란히 배어나고 격려의 글들은 다시 훈련에 힘든 가입교 예비생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가족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모릅니다. 다부진 각오를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도 많이 배웠을 것입니다.

공군사관학교 가입교 격려게시판은 진한 사랑이 묻어나는 산 교육장이면서 가족 간에 연대감을 가져다주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하나같이 내 자식 남의 자식 할 것 없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한목소리가 되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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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는 중대별로 사진도 올려놓았습니다 ⓒ 공군사관학교

선배사관생도 부모들도 힘들어 하는 예비생도 부모들을 위해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루려는 가입교 생도를 위해서도 자기 자식처럼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감격스러운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훈련을 책임지는 책임자들의 메시지도 초조한 부모들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댓글이 수십 개가 줄을 이어지면서 목마름을 노래합니다. 애절함의 깊이는 어느 강물의 푸름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공군사관학교 가입교 홈페이지를 보면 군대도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식을 군에 보내놓은 부모들의 애절한 마음들이 속속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만들어 가는 공군사관학교의 가입교 홈페이지는 모범적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너무나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공군사관학교의 가입교 게시판을 보면서 또 다른 군사훈련 공간에도 이런 게시판들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힘든 가입교 훈련으로 시련과 희망을 번갈아 겪으며 자신들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공군사관학교 58기 예비사관생도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는 교훈 마음 깊숙이 새겨서 푸른 창공을 굳건히 지키는 보라매의 꿈 반드시 이루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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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서 8년, 예술작업공간을 만들고, 버려진폐기물로 작업을하는 철조각가.별것아닌것에서 별것을 찾아보려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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