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전날 쥐불은 돌리셨나요?

화순민주청년회 주관,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 다양한 행사 열려

등록 2006.02.12 20:35수정 2006.02.1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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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둥근 보름달을 뒤로 하고 달집이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둥근 보름달을 뒤로 하고 달집이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 박미경

병술년 정월 대보름 한마당 큰잔치가 11일 오후 화순민주청년회 주관으로 화순전남대병원 옆 공터에서 열렸습니다.


최용석 화순민주청년회장은 행사에 앞서 "이번 행사는 어린이들에게는 잊혀져 가는 우리 민족 고유의 대보름 행사에 대해 알고,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 속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가정에 올 한해 행운과 만복이 가득하길 기원했습니다.

a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모두의 소원을 담은 소원지가 금줄에 걸려 있습니다.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모두의 소원을 담은 소원지가 금줄에 걸려 있습니다. ⓒ 박미경

정월 대보름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4시무렵이 되자 들뜬 표정의 어린이들과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이 행사장에 하나둘씩 모여 들었습니다.

넓직한 공터 한쪽에 마련된 널판위에선 호기심 어린 표정의 어린이들이 매서운 봄추위도 아랑곳 않고 서툰 솜씨로 널을 뛰었지요. 비록 높이 높이 널을 뛰지는 못해도 어린이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 했습니다.

이제 유치원이나 다닐 법한 어린 꼬마친구들은 언니오빠의 널뛰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언니오빠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널을 뛰어보겠다며 널판위에서 몸을 통통 구르기도 했습니다. 고만고만한 꼬마친구들이 널을 뛰는 모습은 행사장에 모인 모두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게 만들었습니다.

a 널판 위에서 널을 뛰는 모습들이 참 정겹습니다.

널판 위에서 널을 뛰는 모습들이 참 정겹습니다. ⓒ 박미경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널판 주위에는 널을 뛰려는 어른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지요. 하지만 널을 뛰는 기술만큼이나 서로간의 호흡도 중요한 것이 널뛰기 아닌가요.


널이 생각만큼 잘 뛰어지지 않자 서로의 기술을 탓하며 벌이는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들은 이날 행사의 또 다른 재미기 됐습니다.

a 아이들은 낯선 투호놀이가 마냥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낯선 투호놀이가 마냥 재미있습니다. ⓒ 박미경

윷판과 투호놀이판 주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윷을 놓고 창을 던지며 정겨운 우리 민족 고유의 민속놀이를 즐겼습니다(저는 네살배기 남혁이가 투호놀이에 쓰는 창을 제것이라며 한아름 끌어난고 도망(?)가는 통에 진땀을 좀 흘렸답니다).


이날 행사장에선 남자와 여자로 양편으로 나뉘어 한판 줄다리기도 벌어졌습니다. 여자편이 이겨야 올 한해도 풍년이 든다는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줄다리기에 참가한 여자들은 풍년을 향한 염원을 담아 있는 힘껏 줄을 잡아 당겨 줄다리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물론 풍년이 든다고 해도 수입쌀의 시장판매 허용을 비롯해 대부분의 농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돼 그리 반갑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흉년이 드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a 줄다리기에서 여자팀이 이기면 그 해엔 풍년이 든다네요.

줄다리기에서 여자팀이 이기면 그 해엔 풍년이 든다네요. ⓒ 박미경

성미 급한 사람들은 어둠이 내리기 한참 전부터 행사장 곳곳에서 쥐불을 돌렸습니다. 쥐불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화순민주청년회원들은 깡통 만드는 법과 돌리는 법 등에 대해 '개인교습'을 했습니다.

민주청년회원들의 설명에 따라 어린이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깡통에 나무와 짚을 넣고 장작불 위에 올려놓았다가 깡통에 담긴 나무들에 얼추 불이 붙으면 넓은 공터 한쪽으로 달려가 깡통을 돌렸지요.

a 마주보며 쥐불을 돌리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 정말 정겹죠?

마주보며 쥐불을 돌리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 정말 정겹죠? ⓒ 박미경

난생 처음 쥐불을 돌리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 혹 예기치 않은 사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 행사장이 워낙 넓고 서로가 조심을 한 덕에 한건의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어린시절 들판에서 돌리던 그 쥐불놀이를 생각하며, 어린이들은 생소하지만 어른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듣거나 TV를 비롯한 매스컴 등을 통해 어렴풋이 보았던 광경을 생각하며 깡통을 돌려댔습니다.

a 넓은 행사장 곳곳의 갈대를 태우는 것도 오늘 아니면 언제 해 보겠어요?

넓은 행사장 곳곳의 갈대를 태우는 것도 오늘 아니면 언제 해 보겠어요? ⓒ 박미경

행사장이 워낙 넓고 곳곳에 마른 갈대가 우거져 쥐불을 돌리면서 갈대를 태우는 재미도 쏠쏠했지요. 평소 같으면 아무리 공터라고 해도 마른 갈대에 불을 붙이는 것은 엄두도 못냈겠지만 이날 만큼은 허용된 불장난이었답니다.

행사장에 짙은 어둠이 깔리고 쥐불들이 긴 꼬리를 그리며 날기 시작하자 오후내내 흥을 돋우던 풍물패의 장단에도 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어둠이 깔리면서 달집주위에 참가자들의 소원이 적힌 소원지가 매달린 금줄이 둘러쳐지고 10m높이의 달집에 불이 붙었습니다.

a 달집이 타오르면서 모두들 둥근원을 그리며 한해의 안녕을 기원했습니다.

달집이 타오르면서 모두들 둥근원을 그리며 한해의 안녕을 기원했습니다. ⓒ 박미경

달집을 이루고 있던 대나무가 '타다닥' 소리를 내며 활활 타오르자 풍물패들은 풍물을 두드려대며 달집 주위를 맴돌았고 행사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풍물패의 뒤를 따라 둥근 원을 그리며 달집주위를 돌면서 한해의 안녕과 풍년, 그리고 달집에 태운 소원들이 이뤄지길 기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달집이 모두 타고난 후에도 대보름 행사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돌아간 후에도 행사장 곳곳에는 행사의 여운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쥐불을 돌리며 대보름 전날 밤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a 개구장이들은 폭죽을 터트리며 대보름 행사를 즐겼습니다.

개구장이들은 폭죽을 터트리며 대보름 행사를 즐겼습니다. ⓒ 박미경

행사에 참여한 문행주 평통화순군협의회장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수 많은 축제들이 열리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에 의해 순수하게 시작된 행사가 축제로 성장한 경우는 드물다”며 “주민들에 의해 시작된 병술년 정월 대보름 행사가 화순 군민 모두가 참여하는 화순의 대표적인 민간축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습니다.

7만4천 화순군민의 절반이 넘는 4만3천여명의 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화순읍, 주민들에 의해 시작된 병술년 정월 대보름 행사가 화순읍의 나아가 화순군의 대표적인 대보름 축제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a 행사장 한쪽 잔디 언덕에선 어린이들의 잔디썰매타기가 한창입니다.

행사장 한쪽 잔디 언덕에선 어린이들의 잔디썰매타기가 한창입니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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