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맞은 대보름 달맞이 축제

도심 한가운데에서 달집을 태우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등록 2006.02.13 13:45수정 2006.02.13 13:5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업도시로 알려진 이곳 창원에서 커다란 규모의 '정월 대보름 달맞이' 행사가 올해 8번째로 열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도시의 한가운데서 이루어지는 달맞이 행사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한번 취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12일 오후 3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창원시 남양동 주구운동장 한 가운데에는 엄청난 높이의 달집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우뚝 서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쓰일 엄청난 크기의 달집을 만드느라 15톤 트럭 2대와 1톤 트럭 9대분의 재료가 소요되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창원시가 공업화의 물결에 밀려 도시화가 되고, 주변이 고층 아파트단지로 변모하면서 오랫동안 행해져 오던 전통 민속놀이가 잊혀져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뜻있는 청년회와 부녀회에서 8년 전에 새롭게 복원한 것이 지금의 '정월 대보름 달맞이 행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금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려 고향을 떠나와 타향에서 명절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고향을 생각나게 하고, 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민족 문화를 함께 체험하고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에서 무척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 맞게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려면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도 운동장 곳곳에는 어린아이에서부터 주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동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a 풍물패들이 행사 분위기를 한껏 흥겹게 하고 있습니다.

풍물패들이 행사 분위기를 한껏 흥겹게 하고 있습니다. ⓒ 한명라

각설이 복장을 한 할머니와 사냥꾼 복장을 한 할아버지가 함께 하는 농악패들이 오래 전부터 잔치 분위기로 흥을 돋우고 있었다. 커다란 천막을 운동장 주변에 쳐 놓고, 많은 노인들을 비롯해 행사를 구경하러 온 시민들에게 푸짐한 떡국과 여러 가지 음식, 음료수와 술을 대접하고 있어 이번 행사가 한두 번 치러 온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a 많은 행사중의 하나인 주부 씨름대회 결승전 장면입니다.

많은 행사중의 하나인 주부 씨름대회 결승전 장면입니다. ⓒ 한명라

a 아빠와 아이들이 투호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빠와 아이들이 투호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 한명라

a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힌 소원지가 달집 새끼줄에 끼워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힌 소원지가 달집 새끼줄에 끼워져 있습니다. ⓒ 한명라

운동장 한켠 씨름판에서는 성인 남자, 여자, 그리고 청소년 씨름대회가 열리가 있었고 윷놀이, 투호놀이, 널뛰기 놀이가 열렸습니다.

소원지에 이루고 싶은 소원을 간절한 마음과 함께 적어 달집 새끼줄에 묶는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저 또한 소원을 적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소원지를 작성한 사람들이 무려 1000여명이 넘었다니,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 한명라

그러는 동안에 운동장 앞에 위치한 초등학교 건물 위로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가고, 평소에 쉽게 만나기 어려운 창원 시장님을 비롯하여 현역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a 고사를 지내기 위해 제문을 읽고 있습니다.

고사를 지내기 위해 제문을 읽고 있습니다. ⓒ 한명라

a 축하 공연으로 국악 한마당이 펼쳐졌습니다.

축하 공연으로 국악 한마당이 펼쳐졌습니다. ⓒ 한명라

빙그레 웃음을 짓는 돼지머리와 여러 가지 과일이 놓인 고사상이 차려지고, 연세 지긋하신 제주가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행사를 축하하는 경남 예술단의 판소리, 민요 등으로 신나는 국악한마당이 펼쳐져서 행사를 구경하러 온 많은 사람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했습니다.

드디어 하루해가 온전히 자취를 감추고 주위가 어둑해 올 때, 그토록 기다리던 달집태우기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과 초대되어 온 분들이 각자의 손에 횃불을 밝히고 달집을 에워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달집에 불을 붙였습니다.

a 드디어 달집이 불이 붙여졌습니다.

드디어 달집이 불이 붙여졌습니다. ⓒ 한명라

불을 붙이는 순간, 달집은 일순간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달집 주변은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로 차올라 많은 사람들은 황급히 달집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뒤로 물러서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손을 앞으로 모우고 달집을 향하여 저마다의 소원을 기원하기 시작했고, 달집은 활활 잘도 타 올랐습니다.

a 순식간에 불길은 활활 타 올랐습니다.

순식간에 불길은 활활 타 올랐습니다. ⓒ 한명라

a 해묵은 것들은 달집과 함께 태워 버리고, 모든 분들 새해 소원 성취 하십시오.

해묵은 것들은 달집과 함께 태워 버리고, 모든 분들 새해 소원 성취 하십시오. ⓒ 한명라

어린시절 추억으로 남아 있던 정월 대보름의 달집태우기 행사를 도심의 한가운데서 경험할 수 있었다니, 무척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또한 30여년 만에 체험해 보는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였습니다.

병술년 새해에는 모든 분들께서, 활활 타오르는 정월 대보름 달집과 함께 이제까지의 어려움이나 액운들은 모두 태워버리기를, 새해에는 모든 일에 있어서 만사형통하고 소원성취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