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두산 비자금 판결, 국민 수긍하겠냐"

형량 낮은 판결 강하게 비판... 항소심 영향 '주목'

등록 2006.02.17 09:12수정 2006.02.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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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양영권 기자]관련자들 전원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승진 법관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법원의 신뢰를 훼손하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장이 개별 판결에 대해 구체적으로 비판한 것은 사법 사상 전례가 없던 것으로, 이같은 언급이 두산 사건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대법원장의 이같은 비판은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법원 내부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해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지난 1일 발표된 법관 인사에서 고등법원 부장으로 승진한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20여명을 9일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으로 초청,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법원장은 전날 있었던 두산사건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는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의 집에 들어가 1억원어치의 물건을 훔친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판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그래 놓고 200억~300억원을 횡령한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면 국민이 어떻게 수긍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식사자리에 두산 비자금 사건 재판장 이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강형주 부장판사는 불참했다. 강 부장판사는 고법 부장으로 승진해 만찬 참석 대상자였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고등부장판사로 승진한 법관 등 20여명이 9일 만찬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는 대법원장이 승진 법관들에게 '일선 법원에 가면 재판을 잘하라'는 취지의 격려를 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대법원장은 '오늘(9일) 보도내용 보니 화이트칼라 프라임에 대한 국민 여론은 이정도다. 언론에서 이렇게 비판적으로 보면 국민 신뢰는 요원해진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또 "대법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인사청문회와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밝혀온 평소 소신과 심경을 피력한 것"이라며 "'여론에 의해 (판결 결과가) 이렇게 비판 받으면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는 취지의 발언이며 개별 사건에 개입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두산그룹 박용오·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 총수 일가 3형제를 비롯, 관련자 14명은 만찬 전날인 지난 8일 1심에서 모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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