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리의 꿈'을 아시나요?

공군사관학교 58기 입교식을 다녀와서

등록 2006.02.28 17:00수정 2006.02.28 17:0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4일 공군사관학교 58기 입교식이 청주 공군사관학교 성무대 연병장에서 공군사관학교 관계자와 선배 사관생도, 학부모, 친지 등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신입 사관생도 학부모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이런 저런 모습들을 담아보았습니다.

보라매를 향한 메추리의 꿈이 시작되다

이제 막 새로 탄생하는 신입 사관생도들을 공군사관학교에서는 '메추리'라고 부릅니다. 공군사관학교 1학년 생도들에게 주어진 별칭입니다. 35일간의 혹독한 가 입교 군사훈련을 마쳐야 메추리가 된다고 합니다. 메추리가 되어야만 보라매를 향한 꿈도 시작됩니다.

날씨는 신입 사관생도들의 탄생을 축복이라도 하듯 청명하였습니다. 공군사관학교에 들어서니 보이는 '경축, 공군사관학교 58기 입교 및 재교생 진급식'이란 플래카드와 학교기, 태극기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a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수석 합격의 영광을 차지한 박현철군이 입교 선서를 하고있습니다. ⓒ 공군사관학교

집에서는 며칠 전부터 아들의 입교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힘든 훈련과정을 보상해줄, 정성을 담은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어떤 것이 먹고 싶다는 편지라도 올 줄 알았는데, 선배 생도가 전화를 해 겨우 먹고 싶은 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 예비생도가 입교식 때 치킨 버거, 치즈 케이크, 비스켓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라면서 전화를 한 선배 생도를 통해, 가 입교 훈련 과정이 무사히 끝났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선배 생도로부터 입교식에 대한 자상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공군사관학교 홈페이지 가 입교 격려 게시판를 보자 훈련에 고달파하는 예비생도에 대한 격려 글 외에 선배 사관생도 부모들이 입교식 준비를 설명한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음식 준비 방법과 감격스런 만남을 위해 손수건을 꼭 가져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선배 학부모들의 경험담과 격려는 가 입교 기간 내내 새내기 학부모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습니다.

선배 사관생도 학부모의 경험담은 새내기 학부모들에겐 큰 힘

오전 10시가 되니 공군군악대가 '빨간 마후라'를 연주하면서 예복을 입은 사관생도 대열을 이끌고 연병장 후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곧 신입 사관생도들이 뒤를 따르고 오늘의 주인공답게 맨 앞면 중앙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관중석에 있는 부모와 가족들이 아들딸들의 모습을 보려고 망원경을 들이대고 카메라로 줌을 당겨보지만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a

58기 신입 사관생도들의 당당한 행진 대열이 사열대 앞을 박수를 받으면서 통과하고 있습니다. ⓒ 공군사관학교

보무도 당당한 행렬이 관람석 앞을 지나갑니다. 지나가는 신입 사관생도 행렬을 향해 '○○○! ○○○! ○○○!' 이름을 연호하고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가족들의 그리움에 찬 함성 속에 자랑스러움과 새내기에 대한 염원이 담겨져 있습니다.

a

학부모와 가족들이 신입사관생도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 공군사관학교

망원경으로 어렵사리 아들딸들을 발견한 부모도 있었습니다.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릅니다. 어느 입학식이 이렇겠습니까. 억눌렸던 마음들이 풀리면서 입교식은 축제의 한마당이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군사관학교 입교식만의 특징인,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에어쇼가 연병장 상공에서 펼쳐졌습니다.

a

창공에서는 블랙이글팀이 공중묘기를 연출하고 있다. ⓒ 공군사관학교


a

블랙이글팀의 급강하는 스릴 만점의 묘기였다 ⓒ 박인선


a

블랙이글팀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은 하트를 만들었습니다. ⓒ 박인선

창공에서 펼쳐지는 블랙이글팀의 묘기는 새내기 사관생도들의 입교를 축하하면서 꿈을 북돋는 자리였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아들딸들의 멋진 미래를 위해 격려를 아끼지 말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전투기의 굉음이 연병장 상공을 스쳐가고 창공은 순간 커다란 캔버스가 되어 신나는 그림들이 그려졌습니다. 묘기는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두 대의 제트기가 그린 하트 모양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전하는 가슴 찡한 연출이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입교식은 축제의 한마당

공군사관학교 입교식에는 '메추리 관습 이양식'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2학년으로 진급하는 사관생도들이 1학년 신입 사관생도들에게 메추리라는 별칭을 물려주는 일종의 예식입니다.

a

2학년 생도들이 1학년 생도들에게 메추리 이양식을 하고 있다. ⓒ 공군사관학교


a

후배생도를 맞이한 2학년 생도들이 모자를 던지면서 환호하고 있다. ⓒ 공군사관학교

메추리 관습 이양식이 끝나면 2학년 생도들이 지난 1년간의 힘든 과정을 홀가분하게 벗어난 마음을 그들 나름대로 퍼포먼스로 표현을 합니다. 머리에 쓴 깃털달린 모자가 창공을 향하여 던져지고 함성이 연병장을 메웁니다. 젊음이 용솟음치는 광경이 연출되면서 후배를 맞이하는 기쁨을 만끽하게 됩니다.

입교식이 끝나고 가족들은 성무문화관에서 가 입교 훈련과정을 동영상으로 관람합니다. 혹한을 무릅쓰고 태어난 사관생도들의 자랑스러움을 다시 새기는 시간입니다. 관람이 끝나면 아들딸들과 만남의 장이 연병장에서 이루어집니다. 감색 정복을 입은 신입 사관생도들이 운동장 중앙에 도열합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사진 한 컷 찍기 위해 아들을 찾았습니다. 그때 저만큼에서 검게 그을린 아들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늠름하게 변해버린 아들을 발견하고

순간 달려가 안았습니다. 사진 찍을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반가운 나머지 그냥 부여잡고 한바탕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여기저기서 아들딸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연병장은 기쁨과 감격으로 뒤범벅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장모님과 아내도 함께 아들을 붙잡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필승, 민간인 ○○○은 2006년 2월 24일부로 공군사관학교 제58기 사관생도로 명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필승."
"수고했다. 정말 장하구나."

a

만남은 감격이었습니다. "정말, 장하구나!" ⓒ 공군사관학교

손수건을 준비하라던 선배 사관생도 부모들의 조언이 실감이 났습니다. 철부지 같았던 모습이며 나약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당당함과 패기만이 아들의 얼굴에 넘쳤습니다. 훈련의 고달픔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공군사관학교를 향한 투혼의 결과였습니다. 나중에야 어느 지휘관에게 아들이 부상당한 와중에서도 훈련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잘 이겨내도록 이끌어준 교육훈련 담당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날 공군사관학교 입교식에선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석합격을 하고 58기 사관생도 대표로 입교선서를 한 박현철 군에 대한 매스컴의 관심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1차 시험 8개월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장애인인 아버지, 할머니와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생활하면서도 좌절하지 않은 모습이 좋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박현철군 수석합격 영광

a

늠름한 아들은 많이도 변해 있었습니다. ⓒ 박인선

사랑스런 아들딸과의 만남은 사관생도 식당으로 옮겨진 뒤에도 계속 되었습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못 다한 회포를 풀었습니다. 힘들었던 훈련과정을 들으면서 얼마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두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만이 넘쳐났습니다. 공군사관학교는 우리 가족과 부모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주는 메시아였습니다.

선배 사관생도들의 안내는 지극 정성이었습니다. 특히 졸업을 앞둔 4학년 생도들은 몸이 불편한 장애 학부모와 친지들을 위해서 휠체어를 끌어주고 의자를 챙겨서 안내하는 등 사관생도들의 멋진 봉사정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입교식은 한 편의 파노라마 같았습니다. 새내기 공군사관생도들의 힘찬 출발은 대한민국의 희망이고 미래였습니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다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해서 멋진 사관생도가 되겠다는 아들의 다짐은 가족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생도대를 향해 힘차게 걸어가는 자식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닌 대한민국의 아들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물상에서 8년, 예술작업공간을 만들고, 버려진폐기물로 작업을하는 철조각가.별것아닌것에서 별것을 찾아보려는 예술가.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