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이미지냐, 경선원칙 고수냐

여, '전략공천'에 무게... 경쟁자들, "무임승차" 반발

등록 2006.03.06 21:50수정 2006.03.0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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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당내 경선을 하게되면 강금실 전 장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얻는 것보다 잃을게 더 많을 것이다." (염동연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당 지도부가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선을 실시하지 않으려는 선거공학적 접근방식이 과연 우리당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우리당 창당정신 가운데 하나인 노무현 정신에 부합되는지 되물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의원)


열린우리당의 지도부가 서울시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강금실(사진 왼쪽)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전략공천'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자 당내 일각에서 '경선없는 무임승차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아직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에 후보 선정 방식을 둘러싸고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런 상황이 강 전 장관을 비롯해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하는데 변수로 작용할지 노심초사하면서 '전략공천'과 '경선'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당 지지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만큼, 이를 역전시킬 '간판 스타'가 나선다면 굳이 경선을 포기해도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의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서울) 시장 후보에 나선 의원님들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나서신 것"이라며 "집권 여당인데 모두가 움추리고 있으면 모양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뜻에서 나를 던져서라도 당을 위해 희생하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강금실 전 장관과 함께 하길 희망해왔고 지금도 희망하고 있다"며 "강 전 장관이 거취를 결정하고 나면 그때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 의사를 밝힌 분과 적절하게 대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상호 대변인은 6일 정 의장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사실상 '전략공천'에 무게를 실었다. 우 대변인은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출마하려는 당내 인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영입후보와 현저한 차이가 나 경선이 무의미할 경우 여러 가지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또 염동연 신임 사무총장도 '전략공천'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염 사무총장은 "경선을 해서 득이 될 것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경쟁자인 이계안 의원의 경우 강 전 장관과 경선을 하게 되면 잃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사표를 기다리는 여당 지도부로서는 현재 강 전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한나라당과 경쟁을 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지킴이 자처했던 정동영 의장 어떻게 달라졌나?"

a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사무실까지 꾸린 이계안(오른쪽) 의원과 민병두 의원은, 강금실 장관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사무실까지 꾸린 이계안(오른쪽) 의원과 민병두 의원은, 강금실 장관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지만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이계안 의원은 6일 이 같은 당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또 당내 일각에서도 '무경선 무임승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이계안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정동영 후보는 '국민경선 지킴이'를 자처하면서 경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경선지킴이를 자처했던 당시 정 후보와 지금 무리하게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선을 실시하지 않으려는 정 의장은 어떻게 달라졌는가"라고 당 지도부를 일갈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척박한 땅에 자신을 던졌던 노무현 정신은 목전의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원칙을 지킴으로써 궁극적인 승리를 얻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우리당은 결국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될 것이고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대선까지 실패할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의사를 밝힌 민병두 의원의 경우 '경선' 원칙을 밝힌 바 있으며, 이 의원과 민 의원은 이미 두 달여 전부터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경선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한 초선 의원은 "전략공천 자체는 원칙적으로 필요하지만 서울시장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의 경우 경선을 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여러 모로 좋다"며 "영입한 후보들의 경우 그동안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도와주면서 경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이 영입돼 경선을 치르더라도 크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의 당헌 제115조와 당규 제32조에 "공직후보자추천선거(경선)에서 여성이 포함될 경우, 여성후보의 득표수에 20%를 가산한 득표수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일부 초선 의원들도 최근 정 의장을 만나서 '서울시장 후보는 반드시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당헌당규에 선거구 총수의 30% 이내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만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전략공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당내 논란을 우려한 우윤근 비서실 수석부실장은 "전략공천이냐, 경선이냐를 간단히 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에서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입장을 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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