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개발자들에게 '그레이 올'을 소개한다

[서평] 제인 빌링허스트의 <숲에서 생을 마치다>

등록 2006.03.25 11:50수정 2006.03.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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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 두 마리가 나뭇가지가 아닌 송전탑 구조물에 앉아 있다.

새 두 마리가 나뭇가지가 아닌 송전탑 구조물에 앉아 있다. ⓒ 박소영

새만금 방조제의 마지막 구간을 잇는 끝물막이 공사가 시작되었다. 세계 최대의 생태계 파괴 사업이면서 엄청난 혈세를 쏟아부어가면서 난개발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만금 간척사업은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육상 생태계까지 파괴시키는 복합 환경오염 사업이 분명이다. 갯벌은 물론 주변의 산을 파괴하는 등 종합적인 환경파괴의 온상이 되고 있는 증거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잘 살아 보겠다는 끊임없는 인간의 개발 욕망 앞에서 '자연'이란 거대한 이름은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재해라는 충격을 받아야만 자연의 존재가치를 실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을 다시금 확인하니 씁쓸해진다.


20세기 초 환경운동의 선봉장이었던 그레이 올을 만나 작금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해 보았다. 제인 빌링허스트의 <숲에서 생을 마치다>이다.

그레이 올 "숲과 자연은 우리에게 속한 게 아니다"

오지에서 온몸으로 자연을 보호하는 사람? 내 상상력으로는 수염이 덥수룩한 도인이나 인간관계로부터 어느 정도 해탈한 수도승이 이 퍼뜩 떠오른다.

빌링허스트의 책 속에는 사기꾼(?)을 빼 닮은 환경운동가가 등장한다. 그는 이름과 출신을 속이고 그럴싸한 이야기로 자신의 이미지를 유명인사로 만들어 나간다.

영국에서 태어나 인디언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북아메리카 인디언을 동경해서 캐나다에서 비버와 함께 평생을 인디언으로 살았던 백인 남자.

a <숲에서 생을 마치다> 표지

<숲에서 생을 마치다> 표지 ⓒ 꿈꾸는 돌

하지만 그가 했던 노력들. 야생을 사랑한 활동들이 거짓일 수는 없다. 의심할 여지없이 자연을 사랑한 그에게 붙은 '야생의 사절'이란 호칭은 전혀 손상될 수 없는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새끼 비버들을 키우며 환경 관련 영화에 출연하고 강연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캐나다의 숲과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순정한 마음이 책 후반부에 자세히 드러나 있다.

오늘날 풍요로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야생의 생활에 지고 있는 빚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자완 호수의 평온함을 바라보며 그레이 올은 이런 글을 썼다. "우리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의 주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인디언들이 우리의 부주의로 권리와 존재 수단을 빼앗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저급한 '동정'으로 우리의 형제 인디언들을 추락시키는 일을 끝내야 한다."


언제나 곁에 비버를 데리고 산 그레이 올은 비버들의 전용 구역을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의 지극한 동물 사랑의 단면이다. 그는 또 자신의 정체를 속이면서까지 인디언을 마음 깊이 사랑했다. 그의 진정성을 책 곳곳에 실려 있는 흑백사진들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이름과 나의 가족과 나의 출신, 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그것이 자연이라는 거대한 이름의 추상적 과제라면, 혹은 내가 사는 이 땅과 나와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들과 함께 조금씩 한 발짝씩 내딛는 걸음마를 시작해야 하리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적당하게 먹자는 식습관 캠페인이며,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안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 운동 등에 손발을 움직여봐야겠다.

후자의 경우 각자의 방에서 지내게 되면 방마다 냉난방 등으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반면에 가족들이 함께 지내게 되면 방마다 뿜어지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화목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아 피부에 와 닿는다.

"숲과 자연은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그레이 올의 외침은 새만금 개발을 앞둔 지금, 더욱 간절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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