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통역사 시험, 국가공인제도 전환 속 '논란'

민간자격 소지자, 국가공인자격 취득하려면 재시험 봐야해

등록 2006.04.10 20:26수정 2006.04.1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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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민간 자격제로 시행해오던 수화통역사 시험이 국가공인자격제로 전환되었으나 기존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도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새로 수화통역사 시험을 치러야 해 기존 민간 자격 소지 수화통역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a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에는 수화통역사 자격제와 관련된 항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에는 수화통역사 자격제와 관련된 항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수화통역사(아래 수통사) 자격증이 민간에서 국가공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한국농아인협회와 수화통역사들은 제도가 전환되었다고 해서 당장의 변화는 없겠지만 차차 수통사에 대한 권익 향상과 이에 준한 처우 개선될 것이라는 등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통사 시험이 처음 시행된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자격을 취득한 기존 민간 자격 소지자 800여 명도 공인 자격시험을 치른 뒤 합격해야만 공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수통사 자격증이 공인제로 전환되면서 기존에 시행하던 민간자격시험제도가 없어져 공인 자격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민간 자격은 인정이 되나 결국에는 '민간 수통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과 공인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 간의 차별도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민간 자격 소지자, '공인 자격 얻으려면 다시 시험 봐야'

수통사 시험은 올해 2월 2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국가공인자격제로 승인받은 뒤 민간에서 공인 자격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시험과목과 방식은 이전과 같은 형식으로 치러지며 1회 치는 시험에서 기존 민간자격 소지자들이 우선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민간·국가공인 자격제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아래 직능원)에서 '기존의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에게 국가공인 자격을 소급하여 적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혀 기존 수통사 자격증 소지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수통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이해, 장애인복지, 수화통역의 기초'등 5과목의 1차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며 1차 합격자는 '필기통역, 수화통역, 음성통역'의 2차 실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1차 필기시험은 평균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하며 각 과목에서 40점 이하의 점수를 얻을 경우 과락으로 불합격 처리된다. 또 1, 2차 시험을 거쳐 최종합격한 사람은 이후 실시되는 3차 합격자 연수를 이수한 후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수화통역사 반발 속 시행되는 국가공인 자격시험 수화통역시험

기존 민간 자격을 공인 자격으로 소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수통사들에게 공지되자 직능원과 수통사 시험 주관 단체인 한국농아인협회에는 항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으며 수화통역사 김형진 목사는 위드뉴스를 통해 이 같은 결정에 항의했다.

a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 목사는 "수통사 시험이 국가공인제도로 전환되면서 시험 위탁 기관이 바뀐 것도 아니고, 시험방법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정말 납득할 수 없다"며 "수통사는 단 몇 개월의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닌 고도의 전문적인 능력을 갖춰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국가공인이 된다고 해서 간단히 처리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수통사 시험제도는 결코 쉽지 않고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취득하게 되며 매년 보수교육까지 받고 있다"며 "현재의 자격증으로도 공신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공인 자격을 얻으려면 수년간의 노력을 거쳐 취득한 자격에 상관없이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목사는 "미국의 경우 민간, 국가 자격 수통사 시험이 함께 치러졌는데 두 개의 시험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을 주며 민간자격 소지자들이 국가 자격을 신청 할 수 있는 기간을 두었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존 민간자격 소지자에 대한 어떠한 혜택이나 논의 없이 무조건 공인 자격을 취득하려면 시험을 다시 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직능원과 한국농아인협회에도 이와 관련된 항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7기 수통사라고 밝힌 네티즌 최성웅 씨는 "척박하고 열악한 수화통역현장에서 농아인의 인권과 권익을 위해 일해왔다"면서 "그러나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격려도 무시된 채 정신적, 물질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처하게 됐다"고 항의했다.

이어 최 씨는 "직능원에서 수통사에 관해 내린 결정은 보다 발전된 복지국가라는 사회적 기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또다시 많은 시간과 적잖은 물질을 쏟아부어야 하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자신을 5기 수통사라고 밝힌 네티즌은 "그동안 수통사 자격증은 공식화되고 엄정한 선별과정을 거쳐서 지금까지 시행해 왔다"면서 "그러나 오랜 세월을 통해 다져온 수통사 제도를 단번에 무시하고 기존의 타 민간 자격증과 동일 선상에서 취급을 당하는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제도적 차원의 문제,'수화통역사들이 인정해야 해'

수통사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농아인협회 수화통역지원센터 관계자는 "만일 바뀔 수 있는 문제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되도록 했겠지만 수통사는 제도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농아인협회에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수통사들이 공인 과정을 잘 모르고 있고 이 부분은 수통사들이 인정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한국농아인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민간자격증이 공인이 된 타 자격의 선례들을 살펴봤으나 직능원에서는 공인자격과 민간자격을 별개로 생각해 공인자격취득을 원하는 사람은 공인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며 "때문에 오랜 시간 추진해온 공인화가 취소되는 위험부담은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직능원 자격관리본부 관계자는 "직능원은 정부로부터 연구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기관이며 기존 민간자격 소지자들의 자격을 소급해 공인 자격과 동등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일전에 보육교사에 대한 자격부분 역시 직능원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결정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수화통역사들이 민원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격기본법'에서 정한 상황 외에는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화통역사들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한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논란은 당분간 지속할 조짐이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www.withnews.com

덧붙이는 글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www.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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