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보고싶은 얼굴이 되는 비결

[서평] 이민규의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등록 2006.04.24 11:06수정 2006.04.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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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 더난출판

만개한 꽃들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봄의 절정 뒤에 어느새 지고 마는 꽃들을 보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영원할 수 없는 간절한 한 순간을 위한 소망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릴케는'아름다움이란 파멸의 시작'이라고 말했던가.

이성간의 지고지순한 사랑 역시 생활인의 동고동락으로 자리잡게 되면 이전의 사랑의 빛깔을 잃어버리고 만다. 어머니의 사랑을 제외하고 우리가 일생 동안 일관되게 지킬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우정이란 감정이 아닐까 싶다.


24일은 아들녀석의 초등학교가 정한 '친구사랑의 날'. 이날 학교에서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행사를 한단다. 이제 1학년인 아들은 딱지 놀이 등을 하며 놀이터에서 함께 노는 아이들이 다 친구여서 딱히 한 친구를 고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가장 보고 싶은 얼굴을 기억해 보라'며 힌트를 주었다. 엄마의 말에 대뜸 유치원을 같이 다녔지만 지금은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서로 무척이나 싸웠던 그 아이가 제일 보고 싶은 것은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인 까닭이리라. 아이들 세계도 친구관계는 어른들과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제일 친한 나의 친구 의석'라는 편지 앞머리를 보며 내 경우를 대입시켜 보았다. 나이가 들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아는 이는 많다. 하지만 편지를 쓸 만한 상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저 무늬만 친구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얘기다.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우정'을 나눌 친구를 만들어 보리라 다짐해본다. 하지만 시작이 그리 쉽지 않다. 성인이 되어 우정을 나눌 만큼의 깊이 있는 대화를 갑자기 어떻게 시작한단 말인가.

이때 갑자기 남편이 직장에서 받아와 내민 책이 생각났다. 심리학자 이민규 교수의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베스트셀러를 읽기 싫어하는 이상한 고집 때문에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꽂아뒀던 책이다. 펼쳐 드니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하게 만든다.

어라? 심리학적 실험 결과가 공감대를 형성하네!


먼저 선입관 형성을 실험한 예다. 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곱셈 문제를 내주고 5초안에 그 값을 추정하도록 했다. A반에는 8×7×6×5×4×3×2×1=?를, 그리고 B반 학생들에게는 곱셈에 포함된 숫자의 순서만을 바꿔 1×2×3×4×5×6×7×8=?를 냈다.

A반과 B반 학생들의 추정값은? 완전히 달랐다. A반 학생들의 추정치는 2230이고 B반 학생들의 추정치는 512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왜? 처음 나오는 숫자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추정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란 게 저자의 재미있는 해석이다.


A반은 8×7=56, 56×6=336…반면 B반은 1×2=2, 2×3=6…과 같이 시작된다. 5초 내에 암산을 마칠 수 없기 때문에 초기값으로 어림잡아 짐작하게 될테니 당연히 A반보다 B반의 학생들이 더 작은 값을 추정하게 된다는 것이다(닻 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

또한 이 책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지도록 돕는 25가지 셀프 리모델링을 소개,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각 장에 배치된 'stop&think란'에 세 가지 질문(Why, What, How)을 덧붙여 자신의 적용 영역을 확보해준다.

나는 평소 남의 도움을 달가워하지 않아 이런저런 오해를 살 때가 더러 있었다.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파하는 저자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맞기도 했다.

저자는 다른 사람을 폄훼하기 위한 '뒷담화'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뒷담화는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 대한 험담을 하면서 서로 친해진다'는 말에 인간관계의 개선 의지를 북돋울 수 있었다.

내 자신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좀더 발전된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호감 가는 친구가 될 수 있는 표현과 행동을 하나 하나 실천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이민규 지음,
더난출판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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