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남자들이 사는 법

[리뷰] '미남자'들을 이야기한 만화 <미악의 꽃>과 <야왕>

등록 2006.04.30 10:40수정 2006.04.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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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이제는 잘 생긴 외모 그 자체가 '자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란 어쨌든 아름다운 외모를 사랑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외모를 사랑하는 인간의 본능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 4월 28일에 <최강전설 쿠로사와>와 <전차남> 등의, 소심한 남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를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그림같이 잘 생긴 남자들에 관한 만화를 말할까 한다.


다만, 지금 이야기할 만화는 그동안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순정만화 등을 통해 봐왔던 흔한 이야기와는 다소 다르다.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올라와 자신의 외모를 어떻게 내세우며 세상을 살아가는지, 독특한 이야기 구조나 소재 등을 내세워 잘 보여줄 것이다. 참고로 두 만화 모두 중견 스토리 작가 쿠라시나 료가 이야기를 쓴 만화다.

<미악의 꽃>을 꿈꾸는 세련된 악마의 이야기

히가키 켄로&쿠라시나 료의 만화 <미악의 꽃>, 전 18권. 적나라한 성적 묘사와 폭력 묘사로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받은 만화다.
▲히가키 켄로&쿠라시나 료의 만화 <미악의 꽃>, 전 18권. 적나라한 성적 묘사와 폭력 묘사로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받은 만화다. 학산문화사
만화 <미악(美惡)의 꽃>은 자본주의가 이끌어낼 수 있는 타락과 혼란의 극치를 보여주는 만화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히무로 마사토'는 과거에 보들레르나 오스카 와일드가 꿈꾸었던 '악마주의'가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남자다. 이 만화는 '히무로 마사토'가 그림 같은 외모 속에 숨긴 악마적인 본능을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일어나는 극단적인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내세운다.

원래 그는 여드름투성이의 못난 얼굴의 소유자였지만, 갖은 학대와 절망으로 가득했던 인생을 우연한 기회에 뒤바꾸면서 미남자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보잘 것 없는 외모와 재력으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에게 배신당한 경험도 있기에, 이 사회에서 외모와 재력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듯 다시 태어난 그는 그의 아버지를 죽게 해 자신을 고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재벌 일가에게 복수를 가할 준비를 시작한다.

그 복수를 위해 등장하는 그의 저택 지하는 마약과 성적 쾌락으로 얼룩진 '악마의 낙원'이다. 상류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그 유혹에 넘어가 약점을 잡히는데, 그에 대한 반응도 저마다 다른 편이다. 어떤 이는 해도 소용없는 뒤늦은 후회를 하는가 하면, '히무로 마사토'가 이야기하는 '더 큰 욕망'을 위해 그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기도 한다.


'악마의 낙원'의 주인공답게 '히무로 마사토' 역시 모녀(母女)와 나란히 성적 관계를 맺는 것도 불사하며, 폭력 조직도 쥐락펴락한다. 언제든지 그의 손발이 돼줄 구체적인 조직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악의 꽃>은 어느 시점에서 '히무로 마사토'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완벽한 악마'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한다. '히무로 마사토'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또다른 복수를 꿈꾸는 전직 검사와, '히무로 마사토'를 학창 시절에 학대하던 신부의 등장은 복수와 절대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소재들이다.


이 소재들이 등장하면서 만화는 이야기를 급격하게 회전시킨다. 결국 '거악'을 꿈꾸며, '미악의 꽃'을 피우던 '히무로 마사토'도 인간적인 정과 사랑의 기억을 깊이 간직한 인간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미악의 꽃>은 대중들이 흔히 생각하는 상류 사회의 타락과 그 속에서 절대악을 꿈꾸는 미남자를 보여주면서, 꿈을 잃고 절망하는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만화에서 보여주는 극단적인 악마적 묘사는 무거운 풍자로도 볼 수 있다. 그와 함께 보여주는 상류 사회의 타락한 욕망도 대부분 비참한 절망과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물론 그의 아름다운 외모와 성적 매력에만 집착했던 여성들의 운명도 대부분 비참하게 몰락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아름다운 외모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씨도 겸비해야 인간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는 것. 이것은 어쩌면 <미악의 꽃>이 보여주는 끝없는 타락과 복수의 길에서 보여주는 진정한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만화는 악마주의를 내세워, 악마주의를 부정하는 만화가 됐다. <시마 과장> 시리즈로 유명한 히로카네 칸시의 만화 <인간교차점>과 비교하면서 볼 경우, 생각할 거리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이 꿈꾸는 희망과 절망 그리고 변신 그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더 많은 고민을 요구한다.

'변화구'를 통해 성장한 호스트 이야기

이노우에 노리요시&쿠라시나 료의 만화 <야왕>, 현재 11권까지 출간, 15세 미만 구독 불가 만화다.
▲이노우에 노리요시&쿠라시나 료의 만화 <야왕>, 현재 11권까지 출간, 15세 미만 구독 불가 만화다. 대원씨아이
유흥업소의 태반은 남성의 쾌락에 맞춰 운영되는 곳이다. 하지만 여성도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엄연한 인간이다. '호스트바'는 여성의 욕망을 위해 존재하는 유흥업소다.

만화 <야왕>은 우리에게는 안 좋은 이미지로 자주 비치는 '호스트바'를 소재로 그린 만화다. 일본의 유명한 환락가인 가부키쵸를 무대로, 그곳에서 가장 알려진 업소 '로미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마토바 료스케'는 폭주족 출신의 미남자다. 그는 잘 생긴 외모와 깔끔하고 풍부한 교양으로 승부하던 특급 호스트 '세이야'와는 다른, 꾸밈없는 태도와 순수함이라는 '변화구'로 인기를 얻는다. 그에게는 1급 호스트바 '로미오'에서 넘버1이 돼, '야왕(夜王)'의 자격으로 인연이 닿은 일류 디자이너 '카노 레미'에게 당당히 다가서겠다는 순수한 꿈이 있다. 인간이 말하는 '현실적인 사랑'을 위한 '위치'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토바 료스케'의 그런 방식에 '세이야'는 찬성할 수 없었다. 만화 <야왕>은 '마토바 료스케'와 '세이야'가 넘버1의 위치와 자신만의 방식을 놓고, 인기에 따른 매상 대결을 벌인다는 이야기로 '호스트'의 모든 것을 그려나간다.

<야왕>은 호스트바 뿐만 아니라, 가부키쵸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숨어있는 만화다. 여성들이 왜 호스트바를 찾고, 각자 선호하는 '호스트'를 키워주려 노력하는지에 대해 잘 알려준다. 그리고 때에 따라 가부키쵸는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명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그저 폭력과 쾌락으로 얼룩진 환락가라고 무시하는 그곳에서도 인간이 살아있고, 자존심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 만화의 매력은 그렇듯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캐릭터들이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토바 료스케'는 '야왕'이 돼 '카노 레미'에게 인정받겠다는 꿈이 있으며, 그를 찾는 여성들은 대부분 삶에 지쳐 그를 통해 휴식과 위안을 얻기를 원한다. 차갑고 매정해 보이는 캐릭터들에게도 저마다의 꿈과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삶에 지친 사람은 자신의 내면과는 다른 이미지를 통해 그 가녀린 내면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

<야왕>은 그렇듯 납득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묘사와 가부키쵸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마토바 료스케'라는 주인공을 특별한 캐릭터로 그려나간다. 그는 어떤 괴로움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그를 선호하는 여성들은 그렇듯 괴로움을 견딜 수 있는 그의 인내와 밝은 웃음을 사랑한다고 봐야 한다.

남성들은 '마토바 료스케'를 통해 여성이 남성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마토바 료스케'는 그렇듯 현실에 기반 한 장점들 덕분에 눈부신 캐릭터로 거듭난다.

앞서 이야기했던 만화 <미악의 꽃>이 악마주의로 악마주의를 부정하는 방법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묘사했다면, <야왕>은 그렇듯 꾸밈없이 드러난 인간의 순정과 여성의 섬세한 감성을 통해 인간을 묘사한 만화가 됐다. '마토바 료스케'와 '세이야'가 벌이는 '로미오' 내의 파벌 싸움도 기대 이상의 긴장감을 갖추고 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야왕>은 현재 일본 TBS 방송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으며, 드라마의 인기도 대단하다고 한다.

미남자도 순정을 간직해야 아름답다

인간을 평가할 때, 저마다 다른 외모로 인해 놓치기 쉬운 것들이 바로 그의 내면이다. '얼짱'이나 '몸짱'이 유행하는 지금의 현실이 일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지적을 받는 이유는, 그런 유행 속에서 인간다움이라는 가장 중요한 점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악의 꽃>의 주인공 '히무로 마사토'도 갖은 악행을 벌일 때는 그 미소가 대단히 섬뜩해 보인다. 그 사람의 인간성에 따라 같은 웃음이라 하더라도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내용상의 괴리가 느껴지긴 했지만, 그가 정말 아름다워 보였을 때는 지난 날의 순정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많던 후반부의 고뇌서린 이미지가 등장했을 때였다.

반면에 '마토바 료스케'는 외모도 외모지만,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꾸밈없는 순수함이 여성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와 닿게 됐다. '카노 레미'와의 관계가 알려진 다음에도, 그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 다음에도 '마토바'의 여성들은 그에게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질투하고 기피하기보다, 그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며, 동경하게 된 것이다.

그런 순정을 간직하지 못한 미남자라면, 차라리 독신남 게시판의 '전차남'이 여성들에게 더 좋은 남성이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겉은 수수할지라도 순정을 간직한 '전차남'은 같은 남성이 봐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남성이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부터 볼 수밖에 없는 인간의 특성상 외모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순정을 바칠 수 있는 남성이냐는 것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순정을 간직한 사람은 아름답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그런 순정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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