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학교에서 '기부' 교육을 할 때가 됐다

'기부'의 의미가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보며

등록 2006.04.30 10:22수정 2006.04.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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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 보니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리아'가 '월드컵'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부자나라'로 알려진 것입니다. 제가 잘 살든 못 살든 간에 '부자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가끔은 뿌듯할 때가 있습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부자가 된다는 것, 그것은 검소하고 성실하여 이룩한 성취이기보다는 재화의 속성 상 극단적인 '쏠림'현상으로 인해 주어지는 로또(?)와도 같은 것이라는 점은 오늘날과 같은 신자유주의 시대에서의 '상식'에 가깝습니다. 이를테면 재벌의 탄생과 승승장구는 수많은 산업역군(?)들의 피와 땀에 기인한 바이며, 서구 선진국들의 기세등등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백성들을 착취하고 수탈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조금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부자들은 사회에 대해 일종의 부채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의 가장 현실적인 표현이 '기부'라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에 관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과 1~200년 전 천하를 호령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은 현재 전 세계의 풍요를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의 국제적 기부 활동은 GDP 기준으로 적게는 0.5%에서 많게는 1%까지 나름대로 충실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 사람들도 아닌 일면식도 없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돕는 그러한 '숭고한(?)'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에서까지도 '기부 문화'에 대해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승자의 여유'라고 깎아 내리기에는 부러운 부분입니다.

우리 사회로, 우리 학교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기부'란 여전히 낯설기만 한 단어입니다. 각박해져 가기만 하는 현실 속에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누구도 한가롭게(?) '기부'를 입에 담지는 않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찬사는 단지 귀만 즐겁게 할 뿐, 생활 속에서 전혀 느낄 수 없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 처지에서는 딴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더구나 '기부'라는 행위가 지닌 의미까지 왜곡되는 일까지 서슴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입니다. 수세(?)에만 몰리면 법적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목돈-그것도 범죄행위로 모은-을 기부랍시고 덜렁 내놓으며 국민들을 구걸하는 거지쯤으로밖에 보지 않는 재벌들의 행태도 그렇고, 연말연시에만 잠깐 들썩이다 이내 식고 마는 '불우이웃돕기' 캠페인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런데 국제적 기부 활동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일 따름입니다.

고백하건대 저 역시 기부에 대해 교육을 받아본 적도, 또 교사로서 교육을 해본 기억도 없습니다. 그저 남을 돕는 좋은 일쯤으로 여길 뿐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곳저곳으로부터 기부를 요구받게(?) 되면서 생각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적십자회비'처럼 모금 단체 이름과 용처를 밝히며 지로용지를 발급하기도 하고,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처럼 모금함을 걸어두고 독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성금 모금'이라는 이름으로 가끔 기부 활동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잘만 운용되면 그 어떤 수업보다도 효과적인 교육활동이 되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선 기부 활동에 대한 평상시의 교육이 거의 없다보니 '자발성'이 생길 리 없고, 다른 학교 또는 단체들과 적당히 눈치껏(?) 비교하다 보니 목표 액수가 정해지고 그러다 보니 -이른바- ‘1/n’ 할당 방식이 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전체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일이 보편화되다 보니 일종의 '세금'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기부 활동들이 고민되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까닭은 명분이 있다는 것, 곧 목적이 '숭고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단순하고 비교육적이기까지 한 이러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 자칫 기부 활동 자체를 거부하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몰리기 십상입니다.


기부하면서 기꺼워하지 않거나, 또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금'처럼 여기거나, 나아가 주변의 분위기에 의해 전혀 낼 마음이 없음에도 '앗아 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기부라는 개념 자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곧 명분도 있고, 취지도 옳아야 하지만 절차와 수단 역시 그에 못지않게 바람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설령 기부에 대해 내실 있는 교육이 행해진다고 한들, 학생들이 이런 '찝찝한' 경험을 한두 번만이라도 하게 되면 '배운 것과 행하는 것이 따로 간다'는 처세(?)를 배우는 꼴이 되고 맙니다.

이제부터라도 '기부'라는 말, '사회 환원'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면서 '선행'이나 '봉사'가 아닌, 그저 너무도 '당연한 일'이자 아무렇지도 않은 '의무'처럼 여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면 가정에서, 학교에서 생활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할 텐데, 날로 팍팍해져만 가는 가정 상황과 여전히 입시에만 매몰된 학교 현실을 보면 그저 배부른(?) 헛소리인 것만 같아 못내 안타깝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by0211.x-y.net )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홈페이지( http://by0211.x-y.net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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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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