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 중앙 중심적 편향, 안녕하십니까?

[희망여론 칼럼] 유권자 시대 ①

등록 2006.04.30 10:23수정 2006.04.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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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 ‘희망여론’프로젝트(이하 ‘희망여론’)에서는 4월 7일부터 ‘정책중심의 선거보도를 구현’하고자 선거일까지 ‘희망여론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 칼럼은 ‘희망여론’ 소속 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필자주

특별히 손꼽아 기다린 적은 없지만 5.31 지방선거는 다가오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지방선거 관련 소식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걸 보면, 선거열기 역시 서서히 달아오르긴 오르는 것 같다.

하지만, 언론매체들의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이번 선거 역시 4년 전 선거만큼도 관심을 끌지 못할 것 같다. 더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보도 내용을 보고 하는 소리냐고? 천만에.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고 하는 소리다.

지방선거가 그 중요성만큼이나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언론매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을 본거지로 하는 언론매체, 소위 중앙언론이라고 불리는 언론매체들이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러한 목적의식 탓에, 나는 이 글에서 서울지역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 얼마나 정확한지, 또 뉴스를 보는 관점은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한지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자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의 관심은 지방선거를 다룸에 있어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 마찬가지로 중앙 중심적 사고로 접근하여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훼손하고 있는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의 그릇된 태도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매체는 별로 없어 보인다.


KBS, MBC, SBS 등의 방송매체,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등의 중앙 일간지, 그리고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뉴스매체 모두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거의 모든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이 기존의 중앙 중심적 사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문제의식이다.

언론매체들이 중앙 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지방선거를 다룸으로써 파생되는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지방선거에서조차 전국적인 판세를 강조함으로써 지역 간의 대립을 조장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도 순서나 비중을 자의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다량 제공하여 자신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의 중요성을 놓치게 만든다는 점이다.

서울지역 언론 매체들!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마다 깃발을 꽂을 것인가?


2002년 KBS 개표방송 보도
▲2002년 KBS 개표방송 보도 KBS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의 전국적인 판세 강조는 자신들의 보도는 항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것에서 비롯된다. 소위 전국뉴스를 다룬다고 믿는, 스스로를 중앙언론이라고 믿는 자부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평상시의 일반적인 보도나 대통령 선거 혹은 국회의 구성원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선 허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있어서는 분명히 옳지 않다. 제 아무리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선거라 하더라도, 각각의 지역에서 치러지는 지방 선거는 타 지역의 선거와 연결되어 보아서는 안 될 독립성을 가진 선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의회의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구라고 불리는 공간적 제약을 어느 정도 뛰어 넘을 수 있다.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 선거의 경우 보다 큰 단위에서의 의회를 구성해야 하는 만큼, 보도에 있어서도 의회의 구성비를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각 의회단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지역적 고립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예컨대 광주시의회의 정당별 의석수와 대구시의회의 정당별 의석수는 ‘지역주의의 심화정도’를 확인하는 차원이거나 또 다른 학술적 목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비교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설명은 적어도 이 글에서는 하나마나한 설명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기초의회나 광역의회의 구성비는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시의회의 구성도 그들의 주요한 관심사는 아니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오로지 전국적인 판세, 즉 광역단체장선거에만 쏠려 있을 뿐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보도를 하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못 짚었다. 앞에서도 밝혔고, 뒤에도 일관되게 쓸 나의 주장은 지방선거와 관련한 보도의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보도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매체들은 어느 지역의 단체장 선거에서 어느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는가에만 모든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지도위에 각 정당의 깃발을 꽂아 버린다. 그래야만 뭔가를 해 냈다는 안도감이 드는 모양이다.

이처럼 각 지역단위 선거결과의 구체적인 내용과는 무관하게,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만을 가지고 전국적인 판세를 보여주는 이러한 지도는 중앙언론매체가 얼마나 지방선거를 훼손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방선거 역시 전국적인 판세를 감안해서 투표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는 이러한 지도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풀뿌리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물론 유권자 스스로가 이러한 전국적인 판세 보도를 원하는 측면도 있다. 확실히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그 중요성에 비추었을 때 터무니없을 정도로 지방정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한 무관심은 옳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은 이러한 무관심을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해낸다.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은 ‘정론의 구현자’임을 너무도 자주 자처하지만, 지방선거에 관한한 그들은 그러한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없다.

왜 다른 지역 유권자들이
서울시장 선거 판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 MBC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은 전국적인 판세에 열중함과 동시에 수도권의 단체장 선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도 비중 있게 다뤄지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다.

이 역시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는 점, 우리나라 정치에 있어서 서울시장의 위상이 어떠한지를 고려하는 특유의 중앙 중심적 판단에 기초한 결과다. 묻는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서울시민이 아닌 유권자들이 왜 서울시장 선거에 의무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별칭을 가진 지방선거는 ‘내 고장’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단체장과 의원들을 뽑는 선거다.

나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대구광역시 북구에 출마한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북구청장, 그리고 대구의 살림살이를 맡을 대구시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은 내가 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지역 언론매체들을 통해 얻는 제한된 정보가 아니라면 내가 서울지역 언론매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전무하다시피 한다.

가뭄에 콩 나듯이 대구시장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흘려주는 것 말고는 도무지 얻을 것이 없다. 반면 그들이 제공하는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정보는 넘쳐날 정도다. 그냥 무심코 지켜보고 있노라면 내가 어디에 투표를 해야 하는지 헛갈릴 정도다.

물론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행보는 흥미롭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서울시장후보 경선과정을 생중계함으로써 서울시장 선거의 흥미를 더했다. 다만 문제는 내게 서울시장 선거 투표권이 없다는 점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와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선거에 더 큰 흥미를 느끼는 꼴이다. 중앙 언론매체들의 보도만 따라가다 보면 내 집 잔치는 놔두고 남의 잔치에 기웃거리는 희한한 녀석이 돼 버리고 마는 것이다.

서울지역 유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유권자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언론매체들


위 : 조선일보 4월 26일/아래 : 영남일보 4월 14일
▲위 : 조선일보 4월 26일/아래 : 영남일보 4월 14일 조선일보/영남일보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이 지방선거를 보도함에 있어 수도권 단체장 선거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 선거분위기도 나름대로 열심히 전한다.

방송의 경우 지역 뉴스를 통해서, 신문의 경우 지역 소식 판을 통해서, 인터넷 매체의 경우 지역 섹션을 통해서 각 지역의 선거관련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그 중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을 때는 종합뉴스 첫머리에, 신문의 1면에, 그리고 홈페이지의 메인화면에서 소개를 하기도 한다.

여기에 이르면 수도권 유권자들 역시 피해자다. 서울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유권자들 역시 이들 언론매체들의 보도행태를 통해 특별한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유권자들 역시 타 지역 단체장 선거의 흐름보다는 수도권 지역의 시장, 구청장 선거 관련 보도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언론매체들은 소중한 방송시간과 지면을 타 지역 선거에 할애해 버리고 만다.

이는 지방선거에 있어 서울이 대한민국의 중앙이라는 자부심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이라는 지역의 지방선거를 열심히 취재하여 보도할 책임이 있는 서울지역 언론들이 전국적인 매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자신들의 역할을 타 지역의 선거보도에까지 확장함으로써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서울 MBC보도국의 규모를 대구MBC 보도국의 10배정도 규모로 볼 수 있다. 서울MBC와 대구MBC가 커버해야 할 지역의 인구수도 어림잡아 이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MBC의 수도권지역 지방선거 관련 뉴스는 대구MBC의 지방선거 관련 뉴스와의 비교에서 이 비율을 지켜낼 수 없다(굳이 MBC를 설명의 도구로 삼는 것은 내가 MBC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이라고까지 몰아세우지는 않았으면 한다).

MBC의 뉴스데스크 시간 배분을 살펴보자. 뉴스데스크의 경우 엄기영 앵커가 전국을 대상으로 하여 진행하는 시간은 대략 35~40분선이다. 이후의 10~15분은 각 지역의 뉴스로 대체된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엄기영 앵커는 15~20분 분량의 선거관련 뉴스를 보도하게 될 텐데, 수도권 단체장과 관련한 보도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절반을 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수도권 선거관련 소식은 10~15분 분량의 지역뉴스 시간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 다시 수도권 인구가 10배라는 점을 떠올려 보자. 이것은 말도 안 되는 배분일 수밖에 없다.

신문이나 인터넷매체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서울지역의 신문, 인터넷 매체들이 지역에 두고 있는 주재기자 숫자는 방송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신문과 인터넷 매체는 지역 판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다. 자신들의 보도가 수도권, 특히 서울 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도권지역의 독자들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이 기존 관행 바꿀 차례

이상에서 보듯이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를 보도함에 있어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함은 명약관화하다.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매체들의 중앙 중심적 편향으로 인해 전국의 모든 유권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수정해야만 한다.

방법이 있느냐고? 있다! 분명하게 있다! 나도 알고 있고 어렴풋이나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우선 연대의 틀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정치적 지향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어떤 정파를 지지하든지, 어떤 언론매체와 관련이 있든지,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의 중앙 중심적 편향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연대를 하여야 한다. 뭔가를 바꿔내기 위해서는 이것이 급선무이다.

다음 글에서 나는 서울지역 언론매체들의 보도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지를 논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글에서 제시할 나의 주장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이번 글에서 이슈를 제기했고, 다음 글에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 만약 나의 이번 글이 당신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주었다면 내가 다음 글을 쓰는 동안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함께 방안을 찾아내 한번 바꿔보자! 어떻게? 더 낫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낫게!!

5.31 '희망여론'프로젝트 <희망 여론>칼럼

5.31 '희망여론'프로젝트는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공동으로 구성한 지방선거 보도감시 연대기구입니다. 

이송평님은 방송작가이며,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입니다.

'희망여론'프로젝트는 3월 20일 발족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6월 5일까지 활동하는 한시적 기구입니다. 선거시기 '언론보도'를 통해 선거 및 정치문화를 변화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대구 사회의 비전을 찾고자 언론현업단체와 언론운동단체가 함께 고민합니다.

'희망여론' 프로젝트는 △ 언론모니터팀 △ 희망 여론 칼럼 △ 시민기자단의 활동과 , △ 정치부 기자 간담회, △ 선거 보도 평가토론회, △좋은 기사ㆍ나쁜 기사를 선정 발표합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 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 만약 나의 이번 글이 당신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주었다면 내가 다음 글을 쓰는 동안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함께 방안을 찾아내 한번 바꿔보자! 어떻게? 더 낫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낫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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