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수 싸움에서의 승리

해외연수에 필요한 물품, 아내의 도움으로 마련했습니다

등록 2006.04.30 15:40수정 2006.04.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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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5월 10일 해외연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서 모범직원으로 선발되어 그 부상으로 9박10일간 유럽으로 정책비교연수를 떠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여태껏 해외라곤 중국밖에 가보지 않았고 이번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노르웨이는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이기에 설레임 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몰론, 이번 연수는 관광목적이 아닌 정책비교 연수 목적으로 떠나는 것이기에 약간의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약 1달 전부터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방문기관 선정의 어려움을 들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연수를 위해서는 목적에 맞는 기관 방문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보가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외교통상부 및 대사관에 방문기관 추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현지 대사관과 계속해서 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방문기관 선정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쉽지가 않았습니다. 방문하고 싶은 기관에서 선뜻 답을 주지 않은 때문입니다. 이유인즉 대한민국 사람들은 방문 전과 방문시의 행동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방문 전에는 꼭 그 기관을 방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사정해서 방문을 수락하고 준비를 해 놓으면 막상 방문 시에는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 등으로 그냥 와서 형식적으로 둘러보고 가거나 심지어는 오지도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방문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방문기관 섭외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전 질문서를 보내고 거듭 부탁을 드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겨우 방문기관을 확정하였지만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지켜야 할 기본 에티켓을 지키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기관을 방문한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충분한 사전 준비를 통해 잠깐 동안이라도 보고 배우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관광이나 하다 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얼마 전, 유럽연수계획을 아내에게 전했습니다.

“남편 유럽여행 가는데 당신 뭐 해줄 거야?”
“해주긴 뭘, 뭐 해주길 바라는데?”
“나야 현찰이 좋지, 한 3십만원만 해 줄 수 있어?"


그냥 밑져야 본전이니 깎일 것을 예상해서 불러본 금액이었습니다.

“3십만원은 무슨, 내가 돈이 어딨어? 그리고 당신 통장에 돈 있잖아? ”
“돈이야 있지, 내 말은 그래도 남편이 해외 처음 가는데, 당신이 여비나 좀 보태 달라는 거지? 그럼 아무것도 안 해 줄려고 했어?, 너무하는 것 아니야?”

한동안 생각하던 아내가 말했습니다.

“ 돈 없어, 그 대신 가기 전까지 필요한 것은 내가 다 사줄게 ”
부족하지만 준비물 사는데도 적잖은 돈이 들어갈 것 같아 “그래, 나중에 딴 얘기 하지마?“라고 다짐을 받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주말, 우린 근처에 있는 아울렛 매장을 들렀습니다. 몰론 해외여행 시 입을 옷을 사러가는 길이었고 처음에는 그냥 청바지나 하나 살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옷 가게를 들러보다 딱 제 마음에 꼭 드는 잠바를 발견했습니다.

가격을 보니 십만원이 훨씬 넘어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그래, 가기 전까지 필요한 것은 다 사준다고 했지?” 하는 생각이 들자 꼭 마음에 든다며 아내를 졸라 사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면 티와 청바지까지 2십여만원을 아내의 카드로 구입하였습니다. 아내로서도 약속을 하였으니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10일 동안 먹을 간식거리 및 생활도구 등을 구입해야 하니 상당한 돈이 필요할테고 당연히 아내의 몫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당초 목표했던 3십만원에 근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내와의 수 싸움에서 이겨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어차피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기에 의미 없는 것이지만 일상에 활력을 주는 아주 기분 좋은 승리입니다.

약간은 미안하지만 이번 연수는 아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떠나는 매우 의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아내의 선물을 뭘 사야할지 돌아오는 길에 고민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 이 기분 그대로 유지하고 다음 해외여행은 아내와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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