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적합한 연장은 없다

[6시그마-⑦] 기업혁신의 어두운 그림자 '6시그마'

등록 2006.04.30 15:59수정 2006.04.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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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사람이 똑 같은 목적으로 하는 일에는 "식사" 가 있다. 한국사람이 하는일 중에 똑같은 목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밥먹기"가 있다.

밥을 먹을 때 어떤 사람은 젓가락으로 먹고 어떤 사람은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젓가락이냐 숟가락이냐에 따라서 하는 일의 목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두가지 도구 모두 밥을 먹는 일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구이다.

밥먹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든 도구는 숟가락이나 젓가락 말고도 포크나 손가락이 있다. 그 밖에도 세분하면 긴 젓가락이나 나무 젓가락이 있을 것 같다.

밥먹는 도구 하면 젓가락, 숟가락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것이지만 다른 종류의 도구도 간혹 사용한다. 어떤 사람은 주걱으로 밥을 먹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러나 국을 떠 먹으려면 숟가락을 이용해야 한다. 젓가락으로 국 떠 먹다가 부모님께 얻어터지는 수가 있다. 아니, 먹을 수가 없다.

국이나 밥이나 다같은 식사에 포함된 메뉴인데 연장(도구)은 달라야만 한다. 국 떠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하는 분은 사람취급 못받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경영혁신은 어떤가? 포괄적으로 경영혁신을 말한다면 적절한 연장(도구)이 떠오르지 않는다. 6시그마론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지만, 1년에 열개 밖에 만들지 않는 곳에서 통계란 의미없는 노력일 뿐이다.


6시그마가 막강 능력을 가졌다고 검증된 곳은 제조분야의 생산 라인이다. 같은 일이 끝없이 반복되고 작은 에러 하나가 업무를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내는 프로세스에서 통계분석을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번도 세상에서 시행되지 않은 일을 하려 하거나, 대량 생산을 하지 않는 업무에서는 통계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도구일 뿐인 것이다.


6시그마가 진화해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있지만, 연장(도구)이라는 것은 아무리 변형되어도 근본적 기능은 변할 수 없기에 마땅한 사용처는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숫자로 설명되는 많은 현상들이 있지만, 같은 숫자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숫자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고차원적 함수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게 없다면 세상은 이미 망해버리고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이 제대로 존재하는 이유 중 결정적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불확정성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현상이 이미 확정되어 있다면 어떤 인간이 열심히 노력하겠는가? 또 노력을 한들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6시그마의 시각은 과거의 사실로부터, 또는 현재의 사실로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라는 특징이 있다. 철저하게 데이타에 근거한 분석적 시각을 가진다는 것 역시 장점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문제는 예측 가능한 미래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이거나 과거라는 것이다. 미래가 예측 가능하도록 설계 되었다면 인간의 생활은 비참해질 것이다.

6시그마라는 도구는 프로세스의 작은 변화를 읽어서 그 변화가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내는 것에는 고속도로가 나있다. 품질이 어떤 패턴으로 변화하는지, 어떤 요인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지를 알아보는데에는 상당히 정교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6시그마의 가정들에 있다. 사람들은 6시그마의 가정들을 무시하고 모든 분야에서 6시그마를 적용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음식맛을 내는 예술적인 분야에 까지도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물론, 과학적 접근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해 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의 움직임까지도 6시그마로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런 시도는 그 가능성에 비해 노력이 너무 많이 드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노력하면 충분히 과학적으로 설명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비지니스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이런 것이다. 6시그마라는 연장에 적합한 일을 선택하라는 것이 첫번째이고, 6시그마에 적합하지 않은 일은 다른 도구를 과감히 선택하라는 것이 두번째 대안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6시그마의 경직성에 반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조건 6시그마의 룰을 따라야 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답답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하지만 효과적이고 능률적으로 일하려면 일에 맞는 연장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연장이 맞지 않으면 힘만 빠질뿐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운동은 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쓸데 없는 근육을 키우는데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운동으로 키운 근육이 나중에 쓰인다는 보장도 전혀 없는 것이다.

이세상 모든일에 적합한 연장이 없다는 것만 알아도 혁신에 두발짝 가까이 간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6시그마 ICRA연구회(www.seri.org/forum/icra) 포럼대표의 단독게재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6시그마 ICRA연구회(www.seri.org/forum/icra) 포럼대표의 단독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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