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요구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 뿐

[기고]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직이 노동절에 싸우는 이유

등록 2006.04.30 21:48수정 2006.05.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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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11일간 크레인 농성을 벌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측의 확약서 불이행으로 또다시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1일 노동절 집회를 순천 하이스코 공장 앞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노동자의 명절인 노동절에 또다시 거리로 나서게 된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대의원 구희수씨의 글입니다. <편집자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광주전남 노동자 제1차 총궐기대회가 27일 오후 전남 순천 현대하이스코 진입로에서 1천5백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집회를 마치고 공장에서 6km 떨어진 컨테이너 앞에서 정리집회를 하려는 참가자와 바리케이트를 치고 저지하는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광주전남 노동자 제1차 총궐기대회가 27일 오후 전남 순천 현대하이스코 진입로에서 1천5백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집회를 마치고 공장에서 6km 떨어진 컨테이너 앞에서 정리집회를 하려는 참가자와 바리케이트를 치고 저지하는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폐업, 폐업, 폐업…. 나라 경제가 나빠져 폐업행진이 되고 있냐고요?

아닙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하청회사가 폐업을 해버렸습니다. 80년대 이야기도 아닌 디지털문명사회라고 하는 21세기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원청인 현대하이스코가 진행한 비인간적인 처리 방식입니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자동차의 계열사로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지난해 6월 13일 한 달을 쉬지도 않고 꼬박 일하고서도 받는 급여는 120여만원도 안되는 근무여건을 바꿔보고자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원청인 현대하이스코는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마치 회사가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대응했습니다.

그런데 파업도 안했는데 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저 인력이나 공급하는 불법파견회사가 경영상의 문제라고 하면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09:00부로 폐업이니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폐업사실을 알렸습니다.

핸드폰으로 전달된 '09시부터 폐업' 문자메시지

이렇게 폐업한 것이 4개업체에 달합니다. 그리고 폐업하지 않는 회사는 징계를 내려 모두 공장에서 쫓아냈습니다. 120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하루 아침에 생계가 막혀버렸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눈물어린 거리투쟁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것이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삼보일배, 거리선전, 서울상경 집회 등 복직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하이스코는 우리와의 어떤 대화도 하지 않은 채 어디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이였습니다.

그래서 최후의 선택으로 15m 높이의 크레인을 점거하기로 했습니다. 11일간의 목숨을 건 크레인 농성 끝에 정부가 중재하고 현대하이스코가 서명한 해고자 복직을 약속한 확약서를 체결했습니다. 확약서를 체결하고 크레인에서 내려온 것이 지난해 11월 3일 입니다.


크레인 농성의 결과 현대 하이스코 사내하청노조 박정훈 지회장은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13명의 조합원이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형벌은 감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확약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현대하이스코는 탄압을 진행했습니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판정을 받아 회사에 복직을 하자마자 하청 회사를 또다시 폐업시키며 해고자를 양산시켰으며, 72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를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확약서는 휴지조각이 되고...

지난 2월 7일 오전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사정합의 확약서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며 서울 강남 논현역네거리에서 하이스코 본사까지 2.4킬로미터 구간에서 오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지난 2월 7일 오전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사정합의 확약서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며 서울 강남 논현역네거리에서 하이스코 본사까지 2.4킬로미터 구간에서 오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조는 그간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차 정몽구 회장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습니다. 전국민중연대와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해주었고, 강남대로에서 5보1배를 하며 서울시민에게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약속을 했으면 지키면 됩니다. 현대하이스코 회장이기도 한 정몽구 회장은 자식들에게, 그리고 현대기아차 직원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신용있는 사람이 된다고 강조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고 국민 앞에 공언을 하고서도 철저하게 무시했습니다.

우리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것은 '약속을 지켜라'라는 상식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지난 4월 19일 또다시 크레인에 올랐습니다. 경찰은 해고자들이 크레인 점거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관심이 없고 테러범에게나 쓸 무기들을 쏘면서 강제진압을 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경영권승계를 위해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불법비자금을 만들고, 편취한 1조원으로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고 하면서, 30억이면 해결될 해고자 복직약속에는 아직도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말로 해도 안되는 현대하이스코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몸으로 하는 투쟁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들은 노동자의 명절인 노동절에도 또 다시 구호를 외칩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약속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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