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이라도 매를 거둬 주십시오"

[현장] 열린우리당, 25일 오전 선거운동 일시 중단... 중앙당서 비상회의

등록 2006.05.25 10:54수정 2006.05.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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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린우리당은 25일 의원주요당직자 비상 총회를 갖고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채택했다.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등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5일 의원주요당직자 비상 총회를 갖고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채택했다.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등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 25일 낮 12시 45분]

"며칠만이라도 매를 거두어 주십시오"


"어떤 매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지금, 며칠만이라도 매를 거두어 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이 부족하더라도 지방자치를 살려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이 모자란다고 검증된 일꾼들마저 외면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은 25일 오전, 약 1시간 30분에 걸친 비상회의를 마치고 대국민호소문을 채택했다. 이날 회의는 16개 시·도당 선거대책위원장의 상황 보고와 자유토론으로 진행되었지만 자유토론 발언자는 3명에 불과할 만큼 모두 유구무언의 심정으로 회의 분위기가 침통했다.

소장파 의원들도 이날은 입을 닫았다. 평소 열린우리당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처절하네"라는 말이 새나왔다.

A4 3장 분량의 대국민호소문은 임종석 의원이 낭독했다. 열린우리당은 "어느 정당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앞날이 걸린 문제"라며 "이대로 가면 지방권력의 균형은커녕 더 심한 독점 체제가 굳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생명을 걸고 지켜온 민주정치체제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일찍이 평화민주세력에 대해 국민여론이 이처럼 차가운 적이 없었다는 또한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방선거 이후에 대한 다짐도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겠다, 백지상태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경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대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가동하겠다"는 말로 대국민호소문을 맺었다.

회의를 끝낸 뒤 정동영 의장은 바로 서울 은평구를 시작으로 하는 서울지역 지원유세에 나섰다. 의원들은 당사 근처 곰탕집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삼삼오오 해당 지역으로 내려가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a 열린우리당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비상총회을 열고 지방선거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한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열린우리당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비상총회을 열고 지방선거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한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신 : 25일 오전 10시 55분]

노란리본 단 열린우리당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

2년 전 탄핵 후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썼던 구호를 열린우리당이 다시 쓰고 있다.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이후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이 예상되자 열린우리당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모두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 모였다. 투표일 6일을 남긴 시점이다.

선거대책위원회를 비롯해, 국회의원, 당직자, 고문단 죄다 자리를 함께 했다. 정동영 의장은 깊은 한숨을 시작으로 의원들은 향해 "얼굴도 속도 까맣게 타신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정 의장은 "열린우리당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 모두 올바른 길을 걸어오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했지만 현실은 혹독한 시련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의장은 "탄핵의 후폭풍 속에서도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살려주셨다"며 "불의한 짓을 저지른 한나라당에게 견제세력을 주셨던 위대한 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 평화, 미래세력이 와해되지 않도록, 국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후퇴하지 못하도록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정 의장은 "호소와 함께 최후의 순간까지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사력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며 "못난 자식을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로 국민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비상회의는 정 의장의 4분여 인사말을 끝으로 바로 비공개로 들어갔다. 의원들은 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저마다 왼쪽 가슴에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노란색 리본을 멨다.

다음은 정동영 의장 인사말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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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아... 얼굴이 모두 까맣게 타신 것 같다. 선거도 그렇지만 속도 많이 탔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시간에도 전국에 1995명 우리당 후보들은 새벽부터 광장에서 아침 인사를 하고 부지런히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죽 급했으면 선거를 며칠 앞둔 이 급한 시간에 일시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소속 의원님들 모두가 한자리에 고문님들과 함께 비상 회의를 이렇게 열었겠는가.

우리당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치생명을 던져서 새로운 정치의 길을 열자고 동참했던 동지들이다. 이 자리에 원로 선배님들도 계시고 우리 모두 올바른 길을 걸어오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했지만 현실은 혹독한 시련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 할 전망이다. 거대 야당이 전국을 장악하는 국면이 도래했다. 이것은 단지 민주평화세력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심대한 위기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 11년의 역사가 후퇴하는 국면이 온다. 민주주의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모여서 다시 한번 낮은 자세로 국민들께 호소하기 위해서 모였다.

탄핵의 후폭풍 속에서도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살려주셨다. 불의한 짓을 저지른 한나라당에게 견제세력을 주셨던 위대한 국민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평화미래세력이 와해되지 않도록, 국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후퇴하지 못하도록 싹쓸이 막아달라는 호소드린다.

우선 16분의 광역단체장에 출마하신 후보들, 인물이 너무 아깝다. 강금실, 진대제 이름 하나하나가 아깝고 소중하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옷이 마음에 안든다는 국민들의 미움이 겹쳐서 이 아까운 인물들이, 국가적 자산이 이대로 떠내려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안타까운 심정이다.

호소와 함께 최후의 순간까지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사력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 국민은 우리당의 어머니다.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다. 우리당은 어느새 못난 자식이 되었다. 어머니에게는 항상 사랑과 기대가 숨어 있다. 어머니를 하늘처럼 받들고 진인사대천명할 수밖에 없다. 패배와 좌절을 딛고 한계상황 극복하고 이뤄낸 승리가 참 성공이다. 협력해서 선을 이루라는 말이 있다. 합심해서 진인사대천명, 최선을 다하자.


a 비상총회가 열린 열린우리당 당사 앞마당은 의원등이 타고 온 차로 북새통을 이뤘다.

비상총회가 열린 열린우리당 당사 앞마당은 의원등이 타고 온 차로 북새통을 이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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