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님=카레이서놈

도로위의 절대지존, 요금인상보다 서비스 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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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섭(pjsmkim)등록 2006.07.04 14:51
“시민을 태운 버스가 이렇게 달려도 되는 겁니까? 이건 뭐 버스가 카레이서도 아니고 공포에 떨며 식은땀을 흘리는 시민의 발이 돼야 되겠냐 말입니다”
지난 6월 28일 수요일 신문사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경기도 파주와 서울을 오가는 좌석버스가 탑승자의 안전은 무시한 채 난폭운전을 하고 있으니 시정을 요구해달라며 강한 불만을 토하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은뒤 사실여부를 위해 파주 금촌에서 서울행 좌석버스에 올랐다.
파주시 금촌시내를 벗어나기전에는 그저 평범한 버스에 불과하더니 금릉리 직선도로에 들어서자 제보자가 토해낸 불만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신호불문, 차선불문, 제한속도 불분.
첫째 신호불문. 도립병원부터 불광동까지 가는 동안 수십개의 신호등이 있지만 그중에서 제대로 지켜진 것은 불과 몇 개도 안된다.
일단 신호등 앞에 정차하더니 슬며시 좌우를 살피던 운전기사는 신호를 제대로 지키는 다른 차량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액서레이터를 강하게 밟았다.

둘째 차선불문. 좌석버스가 볼 때 차선은 까만색 도로에 어린이가 낙서를 해놓은 것으로 판단하는 듯 했다.
도로교통법상 일정이상의 화물차나 대형승합차는 2차선 이상 도로에서 1차선을 다닐수 없는 차선제한이 있지만 뭐 그 정도는 위반은 애교(?)로 봐줄만하다.
1차선에서 2~3차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능숙한 핸들을 돌리는 운전기사의 손놀림은 가히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멋쟁이다.

마지막으로 속도불문. 버스에는 속도제한기능이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가수 크라잉 넛의 ‘말 달리자’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고양시 내유리를 접어들자 대형덤프트럭이 1차선에서 2~3차선을 넘나들며 과속을 하고 있었지만 좌석버스의 위대함에는 한낮 리어커 수준...

검게 그을린 민소매티의 검은 선그라스를 낀 25톤 덤프트럭운전기사는 무엇이 급한지 1차선을 전용도로로 착각했는지 무서운 속도로 달렸지만 넥타이를 맨 깔끔한 외모의 우리의 멋쟁이 좌석버스 기사님의 노련함을 꺾기란 역부족.
결국 이 경주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버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분을 삭이지 못한 덤프트럭은 한참을 쫒아와 추월을 시도했지만 버스의 꼬리만 문채 통한의 눈물을 머금은 채 행선지로 핸들을 돌렸다.
버스기사님의 입가에는 무엇을 성취한 듯 미소가 내비쳤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앞좌석의 학생은 “와 버스기사 아저씨 짱이다. 따라 올테면 따라와봐 같지 않냐”라며 옆에 학생과 함께 버스기사의 위대함을 칭찬(?)했다.

시민의 발이라 칭하는 버스는 그동안 가장 많은 요금인상을 해왔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요금인상과 함께 서비스와 안전운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요금만 인상될 뿐 시민들의 불편은 감소보다 증가되고 있다.
물가상승의 요인으로 지적되면서도 운전기사의 복지와 서비스 향상을 명분으로 내세워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상의 인상을 거듭해온 대표적 대중교통인 버스.

이제 버스회사나 운전기사들은 그동안 수없이 인상됐던 버스요금처럼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민들을 위한 안전운전 서비스를 인상해야 하지 않을까?
버스에서 내리면서 10년전이나 현재나 변하지 않는 버스의 시민안전 서비스 개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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